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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하지 못한 거짓말…'장자연 성추행' 진실 또 묻혔다

등록 2019.08.22 19:3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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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증거불충분 등 이유로 불기소

지난해 공소시효 만료 앞두고 재판에

"거짓 진술" VS "신뢰 담보 못해" 주장

법원, 윤지오씨 진술 신빙성 부족 판단

전직 기자, 누명 씌웠지만 처벌은 피해

【서울=뉴시스】 장자연(사진=SBS 제공)

【서울=뉴시스】 장자연(사진=SBS 제공)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고(故) 장자연씨 사건 재조사 과정에서 장씨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언론인이 1심 재판에서 무죄 판단을 받으면서 사건의 진실이 묻힐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조사를 거쳐 장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10년 만에 기소가 이뤄졌지만, 재판부는 '유일한 목격자'인 윤지오씨의 진술 번복 등을 이유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 조선일보 출신인 조모씨는 2008년 8월5일 장씨 소속사 대표 김모씨 생일파티에서 장씨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는 장씨를 끌어당겨 추행했다는 것이다.

해당 혐의는 이미 한 차례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2009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윤씨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게 판단에 영향을 줬다.

윤씨는 장씨 성추행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했다. 하지만 사건 초반 '언론사 사장이 자연 언니를 잡아당겨 추행했다'고 진술했다가 강제추행한 사람의 신원을 번복하면서 그동안 논란이 계속됐다.

하지만 해당 사건을 다시 들춰본 과거사위는 기록 검토 결과 핵심 목격자 진술이 일관되고 조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재조사 권고를 결정했다.

검찰은 조씨가 경찰조사에서 당시 술자리에 없었던 한 언론사 A회장이 해당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이를 번복한 상황에 주목했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이는 A회장이 없으면 자기가 범인이라는 게 명백해지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씨가 착오로 A회장을 지목하자, 조씨도 A회장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거짓진술을 하고, 장씨가 A회장 쪽으로 넘어졌다는 취지로 누명을 씌우는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장자연 증언자' 윤지오 씨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그의 저서 '13번째 증언' 북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04.14.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장자연 증언자' 윤지오 씨가 지난 4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그의 저서 '13번째 증언' 북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반면 조씨는 윤씨 진술이 번복된 점 등을 언급하며 신빙성을 탄핵하는데 주력했다. 지난 결심 공판에서는 윤씨가 잦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가 하면, 검찰의 부실 수사를 지적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조씨 변호인은 "그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들 중 윤씨만 다른 진술을 하고 있다"며 "윤씨의 말이 사실로 밝혀져야 조씨가 유죄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생존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양쪽 주장을 들은 재판부는 조씨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재판부는 "언론사 회장 A씨가 생일파티에 참석한 적이 없음에도 (조씨가) 자신의 책임 회피를 시도한 정황에 비춰보면 조씨가 (장씨를) 추행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신빙성이 부족한 윤씨 진술 만으로 형사 처벌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심 무죄 판결에 따라 사건은 다시 미궁으로 남게 됐다. 후원금 사기 의혹이 제기된 윤씨는 캐나다로 출국한 상태다.

장씨는 유력 인사들의 술자리 접대를 강요받은 내용을 폭로하는 유서인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를 남기고 2009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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