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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한명회와 지라시 메이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등록 2019.07.22 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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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박, 조진웅, 김슬기 (왼쪽부터)

윤박, 조진웅, 김슬기 (왼쪽부터)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뒤흔드는 광대패 5인. 어느 날 조선 최고의 권력자 '한명회'로부터 조카를 죽이고 왕이 된 '세조'의 미담을 만들어내라는 명을 받는다.

광대패의 리더 '덕호'와 무리들은 목숨을 걸고 지금껏 듣지도 보지도 못한 놀라운 판을 짜기 시작한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김주호(44) 감독은 존재하고 있던 기록에 상상력을 가미해 극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우리 영화는 실록에 기록돼 있는 이적 현상 3가지를 차용했다. 야사나 전설로 내려오는 에피소드도 3가지 차용했다. 이런 이적 현상들은 세조 말기에 집중돼 있다. 아무래도 세조 말년에 본인의 병세라든지, 아들의 안위가 걱정됐을 거다. 한명회 입장에서는 왕이 죽어도 권력을 계속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역사의 정통성,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것을 왜곡시키고 상쇄시키고 싶었을 거다. 역사에 대한 미화작업을 했던 시기로 본다. 그래서 이 시기에 포커스를 맞추게 됐다"
손현주

손현주


배우들은 사자성어로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손현주(54)는 '한명회' 역을 맡았다. "'권모술수'다. 한명회를 많은 배우가 연기했다. 이번에는 무거운 것과 가벼운 걸 어떻게 버무려 영화를 완성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기획자의 느낌만 갖고 했다. 수염도 그렇고, 외모상으로 풍기는 것도 그렇다. 이 광대들이 다른 광대들보다 탁월했고, 한명회는 세조의 미담을 실현시키는 기획자다. 이분들이 재능과 재주가 탁월해서 발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극중 풍문조작단의 연출자 격인 '덕호' 조진웅(43)은 "내 사자성어는 '팔방미인'이다. 사실은 못하는 걸 여러 사람이 채워 줘 (팔방미인이다) 말솜씨 같은 걸로 얼렁뚱땅 넘어간다. 다들 순수한데, 내 캐릭터는 순수하지 않다"고 했다.

김 감독은 조진웅에 대해 "어릴 적 전통춤을 했다고 한다. 전통극에 대한 감수성 같은 게 있다. 기본적으로 흥을 가지고 있고, 잘 표현해줘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진웅씨는 현실참여적인 의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 '광대들'답게 할 말은 하는 본인의 성정이 좋았다. '광대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조진웅과 손현주는 KBS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2009)에 함께 출연한 후 이번 작품으로 재회했다. 손현주는 "조진웅은 후배지만 존경스럽다. 평생 동지로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조진웅은 "손현주 멘토이자, 큰형님이자 은인같은 존재다. 첫 촬영 때 세조 옷을 입고 나왔는데 딱 '한명회'였다. 굉장히 커 보였고, 위압감에 압도당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포스가 났다. 잘 알고 있는 선배임에도 불구하고 깜짝 놀랐다. 저런 분이 와서 '네가 해'하면 무조건 해야 할 것 같았다"라고 화답했다.
고창석

고창석


고창석(49)은 '홍칠' 역을 맡았는데, 그의 사자성어는 '천지창조'다. "필요한 물건들을 만드는 기술자다. 기계를 만든다. 중국까지 통틀어 특수효과 1위다. 러닝머신도 만든다. 크게는 천둥번개까지 효과를 낼 수 있게끔 한다. 와이어, 조명까지 홍칠이 다 준비한다. 촬영장 가기 전에 감독님이 '미스터 선샤인' 유연석 스타일을 보여줬다. 근데 촬영장을 가니 앞머리를 싹둑 잘라버리더라. '아, 사람 인생이 이렇게 변하는구나' 싶었다"며 웃겼다.

미술담당 '진상' 역의 윤박은 '화룡점정'이라고 했다. "진상'은 극사실주의 화가다. 조작단에서 가장 소신있고 신념이 있는 인물이다"라고 소개했다.

김 감독은 "윤박은 사극을 위해 태어난 배우다. 카메라 드레스 리허설 날 젊은 시절 양조위를 보는 느낌을 줬다. 다들 깜짝 놀랐다"고 추어올렸다.

김슬기의 사자성어는 '신통방통'이다. "'근덕'이 재주가 많다. 재주가 많아 이런 사자성어가 온 것 같다. 원래는 신기가 있는 무녀였는데, 신기가 빠지며 풍문조작단에 합류하게 된다. 각종 영업책, 음악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근덕 역에 처음부터 김슬기를 낙점했다. 예능이나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보면, 목소리와 내면이 단단한 것 같더라. 근덕 같은 경우는 영화 안에서 1인5역을 한다. 이런 역할들을 무리없이 해내는 배우로 김슬기가 적격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희순

박희순


박희순은 병든 '세조' 역할을 싱크로율 99%로 연기했다고 한다. "내 사자성어는 인과응보다. 세조 역할이라 했을 때, '드디어 카리스마를 내뿜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맡은 세조 역할은) 집권 말기 아주 쇠약해진 인물이었다. 사자성어 그대로, 자기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는 엇나간 부성애를 표현하고자 애썼다"고 전했다.

고창석은 "늙고 병든 왕에 딱이다. 왕의 옷을 입고 평상에 엎드려 발을 동동구르는 모습을 봐야 한다. 의상은 사극인데, 하는 행동은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따라 할 만한 느낌을 줬다"고 했다.

군 복무 중 김민석은 극중 '팔풍' 역인데, 사자성어는 '신출귀몰'이다. 김 감독은 "무대장치를 담당하는 고창석의 조수 역할이다. 마른 하늘에 사람이 날아다니도록 해야 해서, 나무에 도르래도 달고 그랬다. 파르쿠르(맨몸으로 자연, 도시나 시골의 건물이나 다리, 벽 등의 지형 및 사물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이동하는 것)라는 콘셉트를 잡아봤다"고 설명했다.
윤박, 고창석, 조진웅, 김슬기, 김민석 (왼쪽부터)

윤박, 고창석, 조진웅, 김슬기, 김민석 (왼쪽부터)


출연진 중 분위기 메이커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박희순은 조진웅과 손현주를 가리켰다. "극중에서 많은 흥을 가진 게 조진웅이라면, 술 자리에서 이 세상 흥을 뽐내는 분은 손현주 선배"라고 말했다.

손현주는 "지방을 많이 돌아다녔다. 각 지방에 특색있는 막걸리가 있다. 지역 특산 막걸리를 많이 마셨던 기억이 있다"고 답했다. 윤박은 분위기 메이커로 조진웅을 지목하며 "조진웅 선배가 롯데 자이언츠 팬이다. 롯데 자이언츠가 야구에 졌을 때 말고는 항상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했다.

 촬영 비하인드도 공개됐다. 손현주는 불길에 근접해 촬영하는 신이 있었다. 고창석이 "화염 속에서 손현주 선배가 말을 타고 있어 놀랐다"고 하자, 손현주는 "저 때 진짜 뜨거웠다. 귀에 특수분장을 했는데 귀가 녹았다. 경미한 화상을 입었다. 촬영하느라 미처 신경을 못 썼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모니터 그림이 너무 멋있어서 감상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헤드폰으로 '뜨거워, 뜨거워' 이런 소리가 들리더라. 누가 촬영하는데 이런 소리를 내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손현주 선배가 뜨겁다고 어필을 하고 있는 거였다"고 확인했다.

 손현주가 "뜨거운 것보다 잘 나오는 게 더 중요했다. 거기에 집중하고 있었다"고 하자 박희순은 "그래서 욕을 하셨습니까?"라고 되물어 좌중을 웃겼다.
세조·한명회와 지라시 메이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서로의 캐릭터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고창석이 "젊고 힘 있는 왕을 해보고 싶다"라며 박희순을 겨냥하자, 윤박은 "희순 선배의 병약한 왕을 해보고 싶다"며 웃음을 안겼다. 박희순은 "손현주씨 역할만 빼고 다 해보고 싶다. 김민석 역할도 좋다"고 말했다.

한편 이 영화는 김주호 감독의 7년 만의 복귀작이다. "감개무량하다.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간에도 시나리오를 개발한 작품이 꽤 있다. 그런 시간과 상관없이 이번 작업은 너무 행복했다. 데뷔작을 찍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지지와 지원, 동기부여를 받으면서 작업을 했다. 너무 멋진 배우분들과 작업을 하게 돼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고 인사했다.

조진웅은 "좀 더 연기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전'의 캐릭터는 '원호', '완벽한 타인'의 캐릭터는 '석호', 이번은 '덕호'다. '호' 시리즈인데 이번 작품도 느낌이 (좋다) 이 작품은 빨리 작업을 해서 관객들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유쾌하고 상쾌하게 볼 수 있는 즐거운 영화라서 중학생 조카들을 불러다가 보여주고 싶다. 피 안나오는 영화도 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올해 나의 첫 개봉 영화이니 많이 기대해 달라"고 청했다.

손현주는 "아이돌이 아니고 '광대돌'이 있다.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박희순은 "세조 실록의 '팩트체크' 기대해 달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유쾌한 웃음이 기대되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다음달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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