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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서준 "선택받다가 선택하려니, 가장 어려운 부분"

등록 2019.07.24 14: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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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자' 열연

박서준

박서준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작품을)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거다.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선택이 되게 어렵다.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도 너무 많다. 약간 비유를 하자면 '오늘 뭐 먹지'가 제일 큰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급식을 먹고 싶을 때가 꽤 있다. 주는대로 먹고 싶은 느낌 있지 않나. 오늘 먹는 것도 선택을 해서 좋아야만 알찼다고 느끼지 않나. 옛날에는 오디션을 보는 입장이라 선택을 받으면 됐고, 내가 할 수 있는 몫만 하면 되는 입장이었다. 지금은 선택을 하고 그것에 대한 책임이 따르고 몽둥이를 맞거나 칭찬을 받게 된다. 앞으로는 계속 그래야 한다는 게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영화 '사자'의 박서준(31)은 현재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러면서도 "시간을 어떻게 써야 알찰지를 항상 고민한다. 그렇게 살아왔다. 하루를 몇 개로 쪼개서 살아왔다. 그게 몸에 너무 배 있다. 생각이 워낙 많은 편이다. 스스로를 많이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어떤 일을 해도 절벽에 몰아넣는 편이다. 절벽에 서있어야 뭔가 계속 떠오르고 나오더라.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야지, 몇 시까진 이걸 하고, 몇 시까진 이걸 해야겠다. 촬영있는 날은 촬영을 하고, 다음에는 이걸 하고, 마무리는 이렇게 해야겠다한다'라고 항상 생각한다. 시작이 좀 늦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삶의 열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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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넣는만큼 휴식기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몸의 휴식뿐 아니라 머리가 쉬고 싶다고 한다. "쉴 때는 최대한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한다. 얼마 전에 어떤 글을 봤는데, 이게 몸이 쉬는 게 정말로 쉬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 머리가 쉬어야 쉬는 거라고 하더라. 그게 맞는 말인 것 같다. 좀 그런 편인데 쉴 때는 최대한 아무생각 안 하려고 한다. 그런 시간들이 있어야 보상 받는 느낌이 있다. 그래야 새로운 것들을 시작할 때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말은 이래도 뭔가를 계속하고 있는 게 문제다."

'사자'는 박서준의 배역인 '용후'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영화가 전개된다. "메인 롤이기는 하다. 물론 '사자'라는 영화가 '용후'의 감정을 따라가는 건 맞지만, '안 신부'도 만나는 등 주변인물과의 관계들이 있다. 촬영할 때는 '투톱', '원톱' 이런 걸 느끼지 못한다. 상대 배우와 호흡이 많고 적고의 차이는 있을 거다. 대신에 이번 영화는 '용후'의 감정이 중요하다보니 흐름을 놓치지 않고 가져가려고 하는 부분들이 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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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용후'는 악과 마주한 격투기 챔피언이다. 어릴 적 아버지를 잃은 뒤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마음을 닫은 인물이다. 용후는 어느 날 악몽을 꾼 이후 갑자기 생긴 원인불명의 손 상처를 계기로 '안 신부'를 만나게 된다. 안 신부와 함께하며 자신의 상처 난 손에 깃든 특별한 힘과 세상 곳곳에 숨은 악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안 신부와 함께 이를 처단하기 위해 분투한다.

박서준은 기존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스윗'한 이미지와 달리 이번에는 절제된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그동안은 유머러스한 역할을 주로 했다. 어느 날 김주환 감독에게 웃음기를 빼고 진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김주환 감독이 자기가 준비하는 게 있는데 비슷한 느낌일 것 같다고 말해줬다. 그래서 '사자'를 진행하게 됐다. (안성기) 선배님 정도의 경력이 되면 안 해본 역할이 거의 없겠지만, 나는 아직 안 해본 역할이 많다. 선택의 폭은 아직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확실하게 변신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평소에 익숙한 것보다도 다른 장르와 분위기를 가진 역할을 해봐야 또 다른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모습이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했다"고 한다.

 "영화를 찍을 때는 그 인물을 계속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실제의 나와 같은 상황에 놓여있지는 않지만, 용후처럼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잃게 되면 어떤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갔을까'라는 것들을 고민했다. 시나리오에 나와있지 않은 공간들을 채워 나갔다. 외로웠을 거다. 말 수도 적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표현도 서툴고, 감정도 쉽게 드러내지 않을 것 같고, 무서운 걸 보더라도 표정의 변화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해하며 캐릭터를 잡아갔다. 그런 것들이 캐릭터를 잡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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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후'는 자주 악몽을 꾼다. 박서준은 자주 가위 눌리기 때문에 도움이 됐다. "누워서 찍은 장면이 힘들었다. 내가 얼굴에 핏줄이 많더라. 평소에 가위를 많이 눌린다. 고 3때부터 가위에 눌렸다. 너무 익숙하니 오는 타이밍도 알겠더라. 그래서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었고, 섬뜩한 느낌도 기억한다. 찍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면 숨을 계속 참고, 몸에 진동을 줘야 하는 게 어려웠다."

 안성기(67)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좋은 인생 선배를 만났다. 아버지 같다. 언제나 항상 젠틀하고,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정말 깜짝 놀랐던 건, 아무래도 내가 격투기 선수다보니 촬영 중간중간에도 운동을 해야 했다. 보통 호텔 피트니스에 사람이 없다. 어느 날 일찍 피트니스를 갔는데 중년의 남성이 뛰고 있더라. 고난이도의 동작도 다 소화하더라. 가까이서 보니 안성기 선배였다. 내가 저 연배가 됐을 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도 틀린 걸 본 적이 없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한참 후배인 나도 늘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선입견과 달리 이 작품은 엑소시즘(귀신을 쫓는 구마의식)보다 히어로물에 가깝다. 박서준은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이 '사자, 무서워요?'다. 엑소시즘으로 가면 마니아적인 영화가 될 수 있었을 거다. 액션 장르로 간다는 건 대중성을 잡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촬영하면서 엑소시즘과 오컬트라는 소재가 메인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엑소시즘, 오컬트는 긴장감을 살려줄 수 있는 하나의 소재라고 생각했다. 요즘 영화는 다양한 볼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많은 관객의 취향 중 하나는 들어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만 멜로는 없다"며 웃었다.
[인터뷰]박서준 "선택받다가 선택하려니, 가장 어려운 부분"


제일 좋아하는 히어로 캐릭터로 '로건'을 꼽았다. "다양한 히어로가 있지만 '로건'을 제일 좋아한다. 이 영화는 엑스맨 시리즈의 끝판왕이다. 그런데서 감정 이입이 된 것 같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볼 수 있었고, 하나의 인물에 집중한 히어로 영화라는 것에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콘스탄틴'의 감독 프랜시스 로런스(48)와 김주환(38) 감독과의 만남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로런스 감독을 통해 외국인이 이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알 수 있었다. 감독님이 영화를 좋게 얘기해 준 것에서 힘을 얻었다. 어떻게 보면 '사자'는 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당시 감독님이 걱정을 많이 하더라. 로런스 감독님은 영화를 보다가 영 아니다 싶으면 나간다고 들었다고. 근데 끝까지 다 보고 배우들이 사인한 콘티북을 30분간 보면서 '이 장면이 좋았다'는 설명까지 다 해줬다고 들었다. 나에게 라이언 고슬링을 닮았다고 말씀한 비서는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나는 김칫국을 마시고 싶지 않지만, 한국 배우들의 외국 진출 길이 예전보다 많이 열린 것 같다. 외국에서도 한국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황금종려상을 받을 정도로 우리나라 영화가 많이 발달했다고 생각한다. 많은 배우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준비된 자들이 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영어같은 걸 착실히 준비하려고 하고 있다. 영어는 기본이니까."
[인터뷰]박서준 "선택받다가 선택하려니, 가장 어려운 부분"

배우 최우식(29), 축구스타 손흥민(27)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손흥민은 자신의 SNS에 '사자'를 홍보해주기도 했다. 박서준은 "인맥팔이하는 거 나는 되게 싫어한다. 그런 걸 부탁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나. 나는 친하면 친할수록 아쉬운 소리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왠지 그런 걸 원해서 만나는 것 같지 않나. 그런 걸 별로 안 좋아한다. 물론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나도 되게 깜짝 놀랐다"고 답했다.

 가장 친한 사이로 알려진 최우식과는 서로의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며 우정을 뽐내 왔다. "우리끼리 얘기하는 건 아니다. 뭔가를 공유한 것도 아니다. 나는 이런 작품을 한다고 얘기는 한다. '나 하니까 너도 해' 이런 건 아니다. '기생충', '쌈, 마이웨이'도 다 마찬가지다. 상황이 그렇게 됐던 것 같다. '사자' 홍보할 때 어떤 분이 갑자기 1000만 축하드린다고 하더라. '무슨 말씀이죠?'라고 되물었다. 그런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게 영광이고, 봉준호 감독 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게 소중한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어제 최우식을 만났는데, 1000만 관객이 동원돼 상패를 받았더라. 내 건 왜 없느냐고 물었다"라며 자신이 카메오로 출연한 최우식 주연 영화 '기생충'을 언급했다.

박서준은 영화 '청년경찰', '뷰티 인사이드', '지금 만나러 갑니다'부터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쌈, 마이웨이', '화랑', '그녀는 예뻤다', 예능 프로그램 '윤 식당'까지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5년 뒤, 10년 뒤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아직까지는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가는 게 계획이다. 그 이후로는 명확한 게 떠오르진 않는다. 바람은 있지만 명확한 계획은 없는 것 같다. 지금은 내 새로운 캐릭터들을 잘 표현하는 게 계획이자 목표"라고 밝혔다. 

박서준이 열연한 영화 '사자'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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