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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가는 '선비', 오는 '형님'…검찰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등록 2019.07.24 17: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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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나운채 기자 = "국가적 권능을 행사하려면 그 권능을 행사하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통제를 받아야 하고, 권능 행사가 종료되면 책임을 추궁받을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퇴임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글귀다. 검찰의 수장으로 지냈던 2년. 이제는 숙고하지 않아도 되는 관람자의 입장에서 속 시원하게 한숨 내뱉듯 남긴 말로 보인다.

문 총장은 임기 내내 '검찰 개혁'이라는 시험을 치러야 했다. 사실상 본인이 다 풀어내기에는 어려운 문제들이었다. 특별수사 총량을 줄였고, 검찰권을 덜어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찬성했다. 안팎에서 터져 나오는 볼멘소리에는 고개를 숙였다. 문 총장 나름의 문제 풀이였을 것이다.

그가 서 있던 곳이 높은 만큼 바람도 많이 맞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난제를 풀면서는 '패싱' 논란의 중심에서 외롭게 서 있었다. 검찰이 정치 권력에 휘둘렸다는 비판을 받고서는,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흔들며 '누가 흔드는 것인가'라며 목소리도 올려봤다.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며 100분가량 열변을 토해내고, 울먹이기도 했다.

문 총장한테는 '선비 검사'라는 별명이 있다. 원칙을 고수하고, 조용한 타입이라는 점에서 비롯된 별명이지만 '화끈함'은 부족하다는 의미도 따라온다. 검찰 개혁이라는 시험에서 그는 최대한 신중하려 했다. "개혁하려고 노력했는데, 국민들 눈에 미치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 선비 검사의 마지막 소회였다.

공교롭게도 그의 뒤를 잇는 후임은 화끈함으로 유명하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강골 중의 강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법시험을 9수 끝에 합격한 늦깎이 검사라 선배 기수한테도 '형님'으로 불린다. 화통하고 직선적인 성품이라는 평가가 줄곧 나온다.

검사 경력도 그만큼 화끈하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이끌다가 수뇌부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항명 사태 이후 징계 및 좌천성 인사로 한직을 전전하다가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의 주포로 발탁되면서 화려한 재기에 성공했다.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까지 초고속 승진이 이어졌다.

윤 신임 총장은 이제 전임자가 다 풀지 못한 시험지를 받아들게 된다. 문제를 다 풀어낼 '적임자'라는 평가도 받지만, 그 못잖게 우려도 큰 상황이다. 지금껏 그가 치러왔던 그 어떤 문제보다도 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칫했다가는 공든 탑이 한 번에 무너져버릴 위험도 있다.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만큼 여유가 있는 상황도 아니다.

풀지 않을 수는 없다. 검찰에 몰려있는 권한을 분산해 부작용을 방지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고, 나아가 공정과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선 검찰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견제·균형의 민주주의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윤 신임 총장은 청문회 과정에서 구체적인 해답을 내놓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방향성은 보여줬다. 취임 이후에는 이제 본격적으로 답을 써 내려가야 한다. 그의 '형님 리더십'이 얼마나 잘 통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어쩌면 전임자가 남긴 '통제 받아야 하고, 책임을 추궁받아야 한다'는 말이 힌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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