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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문난 잔치, 그러나 먹을 것이 없다···영화 '사자'

등록 2019.07.31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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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 영화 '사자'

박서준, 영화 '사자'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이 '사자, 무서워요?'다. 엑소시즘으로 가면 마니아적인 영화가 될 수 있었을 거다. 액션 장르로 간다는 건 대중성을 잡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촬영하면서 엑소시즘과 오컬트라는 소재가 메인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엑소시즘, 오컬트는 긴장감을 살려줄 수 있는 하나의 소재라고 생각했다. 요즘 영화는 다양한 볼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많은 관객의 취향 중 하나는 들어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만, 멜로는 없다."

'사자'의 주연 박서준(31)은 인터뷰에서 영화 '사자'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사자'는 이것저것 '다양한 볼거리'를 전부 보여주고자 과욕을 부렸다. 이 탓에 되레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돼버렸다.

마냥 진지하지도, 마냥 웃기지도 않다. 엑소시즘(구마; 귀신을 쫓아내는 일)에 집중한 마니아틱한 영화도 아니고, 그렇다고 히어로물이라 하기에도 부족하다. 한 인물의 성장 영화라고 하기에는 성장 과정을 그리지도 않는다.

'사자'는 스스로 '미스터리 액션 판타지 공포물'이라고 홍보한다. '미스터리', '액션', '판타지', '공포물' 등 영화가 담고자 했던 모든 요소를 나열하며 영화가 어느 것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듯하다.
안성기, 영화 '사자'

안성기, 영화 '사자'

'사자'는 어릴 적 아버지를 잃어 신을 믿지 않는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상처를 발견한 뒤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 '안 신부'(안성기)를 만나 악을 무너뜨린다는 이야기다. 

가장 아쉬운 점은 영화의 전반부가 다소 늘어진다는 것이다. '용후'의 성장 과정을 그리고 싶은 욕심에 그와 아버지의 사연에만 러닝타임 3분의 1인 40분 가량을 할애한다. 늦게 입장할 관객을 위한 배려였을까, 짧게 처리해도 무방했을 내용을 극 전반부 내내 구구절절 설명한다. 영화의 전반부부터 관객들이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용후'가 자신의 힘을 깨닫게 되는 지점은 영화가 시작한지 50분이나 지나서다. 후반부 어디에도 '용후'가 받은 상처가 치유되고, 그가 성장하는 과정이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히어로물로 보더라도 아쉽다. 앞서 김주환(38) 감독은 히어로물로서 '사자'의 면모를 강조하며 청사진을 제시했다. "유니버스(세계관)를 만들기 위해 중요한 것은 영웅들과 빌런이라고 생각한다. '사자'에는 악을 숭배하는 집단이 나왔다. 검은 피의 수녀단, 귀신을 보는 승려들도 있다. 이 세 개가 악의 집단들이다. 그에 상응하는 영웅들이 한 명씩 나오게 될 거다. 어느 순간에 공동의 미션을 안고 큰 싸움을 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도환, 영화 '사자'

우도환, 영화 '사자'

히어로물로 대성한 MCU 시리즈를 보면,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성장'이다. 히어로 영화에서의 '성장'은 영웅으로서 어떻게 힘을 얻게 되고, 어떤 과정을 통해 선한 인물 혹은 악한 인물인 다크히어로가 되는지를 그리는 데 집중한다.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은 극의 주요한 줄기로 다루지 않는다. 이렇게 성장과정을 다룬 다음에 이어지는 것은 풍부한 액션 시퀀스다.

'사자'는 액션 영화를 표방하기도 했지만, '용후'가 부마자(악령이 깃든 인물)들과 벌이는 사투는 액션이라 하기에는 시시하다. 부마자들의 숙주인 검은 주교 '지신'(우도환)과 '용후'간 액션 시퀀스는 극 막바지에 잠시 보여지며, 그마저도 싱겁게 끝나 버린다.

이렇게 흐지부지되는 액션시퀀스는 영화의 앞 부분에서 나온 '지신'의 힘에 대한 설득력마저 떨어뜨리며 관객들을 김새게 만든다. 감독의 설명이 없었더라도, 영화의 결말 부분과 쿠키 영상, '사제'로 다시 돌아온다는 문구는 이 영화가 후속편을 염두에 둔 작품이라는 인상을 강렬히 받게 한다.

그래서인가, '아스달 연대기' 1~2편이 연상된다. '아스달 연대기'는 극의 전제가 되는 인물과 배경에 대한 설명을 1~2회에 걸쳐 시시콜콜 설명하며 극을 앞으로 전개시키지 못했다. 그나마 '아스달 연대기'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시청자가 후편을 기대하며 참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사자'는 영화 한 편으로서의 완결성을 갖춰야 했지만, 실패했다. 차후의 시리즈를 위한 첫 편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하려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후속을 위한 전제로서도 완성도 있게 그려졌는지는 의문이다.
영화 '사자'

영화 '사자'

'사자'를 오컬트물로 보기에도 한계가 있다. 엑소시즘에 집중한 오컬트물을 노렸다면, '검은사제들'처럼 구마사제가 부마자에게서 악귀를 몰아내는 과정에 집중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자'는 정통 구마사제인 '안 신부'보다, 구마사제와는 거리가 먼 복싱선수 '용후'가 우연히 갖게 된 능력과 그의 격투기술에 의존해 부마자들을 치료한다. 이 과정에서 정통 구마사제인 '안 신부'는 다소 무능하거나, 능력 미달로 비쳐진다. 그 때문에 오컬트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오싹함도 잡지 못했다. 

영화에서 가장 좋은 점은 의외의 순간에 터지는 웃음코드다. 긴박한 순간에 '안 신부' 안성기가 진지한 말투로 던지는 농담은 관객을 웃기기에 충분하다.

김주환은 '청년경찰'에 이어 박서준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많은 요소들이 백화점식으로 다 있지만, 어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한 영화다. 31일 개봉, 129분, 15세 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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