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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해진 "한일관계? 영화 자체가 통쾌하고 답답함도 해소"

등록 2019.07.31 15: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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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봉오동 전투' 열연

[인터뷰]유해진 "한일관계? 영화 자체가 통쾌하고 답답함도 해소"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어, 여기 유해진 있네!" 영화 '봉오동 전투'를 연출한 원신연(50) 감독의 친구가 포스터를 보다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배우 유해진(49)은 포스터 자랑부터 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이번 작품에서 극사실적으로 묘사된 포스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유해진은 쉴 틈 없이 '열일'하는 배우다. 2017년 '공조' '택시운전사' '1987', 2018년 '완벽한 타인' '레슬러', 올해 '말모이'에 TV프로그램 '스페인 하숙'까지 끊임없이 영화와 방송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영화 '봉오동 전투'는 봉오동 전투에서 첫 승리를 쟁취하기까지 독립군의 투쟁과 숨은 이야기를 스크린에 재현했다. 봉오동 전투는 만주 지역에서 한국 독립군과 일본군 사이에 본격적으로 벌어진 최초의 대규모 전투다. 이 전투에서 승리하여 독립군의 사기가 크게 높아졌으며, 1920년대 독립전쟁이 더욱 활발히 전개되는 계기가 되었다.
[인터뷰]유해진 "한일관계? 영화 자체가 통쾌하고 답답함도 해소"


유해진은 영화를 찍으면서 느낀 점을 담담하게 말로 옮겼다. "'정말로 힘들게 (나라를) 지켰겠구나'하는게 느껴졌다. 영화 '말모이' 찍을 당시 자료를 모아뒀던 창고가 털렸을 때 회원들이 속상해하는 장면이 있다. 나는 그들보다 뒤에 찍었는데 그때까지도 그분들이 멍하니 있더라. 그걸 가만히 보면서, '우리가 연기를 하는데도 후유증이 있는데, 실제로는 정말 힘들었겠구나'란 걸 느꼈다. 이번에 '봉오동 전투'를 하면서 (일제가 우리말 사전자료를 불태웠던 행위는) 그들이 했던 못된 일 중에 오히려 약한 거였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실제로 역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영화를 통해 많이 배웠다. "영화 '말모이', '택시 운전사', '봉오동 전투' 등 작품을 해나가면서 역사를 배우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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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은 '황해철'역을 맡았다. '황해철은' 평소에는 허허실실이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민첩한 몸놀림과 대범함으로 일본군의 목을 거침없이 베는 비상한 실력을 갖춘 마적 출신 독립군이다.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처럼 가볍다'는 문구가 새겨진 항일대도를 지니고 다니는 그의 명성은 독립군뿐 아니라 촌민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다. '장하'(류준열)를 친동생처럼 챙기며 그를 도와 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가 카리스마가 원래 약간 있지만, '황해철' 역은 내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 해도 카리스마 있게 그려졌을 거다. 황해철이라는 인물이 투박하면서도 날선게 있기 때문이다. 영화 '무사'는 도끼를 쓰고 싸웠다. 그때는 액션을 내가 거의 다했다. 그런 작품을 해봤기 때문에 이 작품을 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상당히 있었다. 직접 부딪쳐야 하는 장면들이 되게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 영화를 해보겠느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요 근래에 말랑말랑한 역할만 했다. 지금까진 찰흙 같았다면 이번엔 돌멩이 같은 느낌이 있었을 수가 있다"고 전했다.

유해진은 대검 '항일대도'를 활용한 액션신을 선보인다. "실제로는 무쇠라 엄청 무거웠다. 포스터 촬영을 하는데 무거워서 위로 들기도 버겁더라. 액션을 찍을 때는 똑같이 생긴 가검을 썼다. 그건 무쇠가 아니고 알루미늄인데도 무겁더라. 총을 쏘는 것보다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게 더 큰 통쾌함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인터뷰]유해진 "한일관계? 영화 자체가 통쾌하고 답답함도 해소"

주연으로서의 무게감은 부담스럽다. "늘 어깨가 무섭다. 어제 영화 '사자' 인터뷰를 보니 박서준 배우가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했더라. 마찬가지다. 부담감은 분명히 있다. 너무 열심히 하고 잘하는 분들이 막 나오지 않나. 반면에 나는 그래프를 따지면 내려가는 거 같다. 조우진씨도 그렇고, 준열이도 그렇고, 진선규씨도 같이 해보니 '참 잘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큰일이다. 진짜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혼자서 많이 한다. 영화 '사자'의 안성기 선배님 기사도 봤다. 어떤 기자가 선배님의 연기에 대해 되게 좋게 써줬더라. 내가 그 연배가 됐을 때 그런 기사를 볼 수 있을지 궁금했다."

유해진은 코믹 연기를 많이 해 본만큼 이번 영화에서도 박지환(39), 조우진(40)과 함께 웃음도 담당했다. 애드리브가 많았냐는 질문에 "(애드리브로) 만든 것도 있다. 다만 웃음을 주로하는 작품은 변화를 줄 수 있는 범위가 크지만, 이 영화는 범위 안에서만 놀아야 했다. 영화가 너무 가볍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 박지환, 조우진 배우 모두 잘해줬다"고 답했다.

함께 연기한 류준열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류준열 재밌다. '택시운전사' 때는 잘 몰랐다. 농담도 너무 잘하고, 감각이 좋아 받아치는 것도 잘한다. 되게 재밌다. (연기에는) 신선함이 있다. 지금은 (더 배워야 한다)"고 말해 웃겼다. "준열이가 현장에서 희생을 많이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 번은 나한테 오다니 뭘 주고 수줍게 가더라. 운동복 바지더라. '야 뭐야' 했더니 '아이~'이러고 가더라. 그게 기억이 난다"고 추어올렸다.
[인터뷰]유해진 "한일관계? 영화 자체가 통쾌하고 답답함도 해소"

반팔 티셔츠 차림의 유해진은 몸이 꽤 다부져 보인다. "인상이 내가 원래 깡이 있어 보이고 다부져 보이는 것 같다. 군대 신병 때도 내가 축구를 잘하게 생겼는지, 축구할 때 다 나를 데려가려고 했다. 근데 축구를 잘 못 한다. 끝나고 혼났다. 원래 짧은 머리에 까맣게 타는 걸 좋아한다. 언제 그런 영화를 한번 할까 싶었다. 분장실장이나 감독이 머리를 짧게 깎으면 어떻겠느냐고 묻길래, 바로 좋다고 했다. 사실은 더 짧게 자르고 싶었다"고 했다.

 산타기를 즐겨한다. 처음으로 산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영화 '빙우'를 통해서다. "원래 산을 좋아하고 뛰는 걸 좋아한다. 지방 촬영가면 자전거를 타든지 뛰든지 한다. 뛸 때는 8㎞씩 뛴다. 어디서 우스갯소리로 화병이 있다고 말했다. 뛰면서 확 풀어내면 너무 좋다. 촬영할 때 힘들었던 점은 화면에 보여야 하니 앞을 보고 뛰는 게 좀 힘들었다. 잘못하면 삐끗할 수도 있으니까. 그 친구들보다 뛸 수 있는 조건이 좋다. 장비 같은 게 별로 없었다. 놀란 게, 준열이가 급경사를 뛰어오르는 걸 보고 놀라긴 했다"고 전했다.

류준열이 '산신령' 같다고 칭찬한 것에 대해서는 "류준열이 그러더라. 한 기사에서 '봉오동 전투'의 어떤 배우가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고 해서 자기일 줄 알고 찾아봤더니 나에 대한 기사였다고. 나를 '산신령'이라 했다던데, 조금만 더 젊었으면 '산총각'이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한편 유해진은 올 초 '스페인 하숙'에 출연했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복을 받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친한 친구들한테 물어본다. 거기 나오는 게 내 모습 같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하더라. 작품하고 그럴 땐 예민하니까 어쩔 수 없지만, 그럴 때 말고는 예능에서 나오는 모습이 나와 흡사한 것 같다. 얼마 전에 아는 사람이 문자가 왔더라. '스페인 하숙' 작품을 보고, '복 받은 것 같다'라고 하더라. 복 받은 배우라는 건 맞는 것 같다."
 
한일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영화가 개봉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영화 자체로 승부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쯤을 목표로 해서 제작했던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영화의 힘으로 굴러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다. 지금 시대의 흐름과 별개로, 작품 자체가 통쾌함이나 답답함을 많이 풀 수 있는 영화 같다. 지금 분위기와 관계없이 영화적으로 잘 만들어지고 소문이 났으면 좋겠다. 보고 통쾌함을 느끼고 가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을 것 같다"는 마음이다.

유해진이 출연한 '봉오동 전투'는 광복절을 8일 앞둔 다음달 7일 개봉한다. 134분, 15세 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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