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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 20년, 점점 바뀌고 조금씩 더 재미있어질 것"

등록 2019.07.31 18: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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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근 PD

박형근 PD

【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전성기 시절로 돌아갈 마음은 없다."

20년 동안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 KBS 2TV '개그콘서트'가 변화를 꾀한다. 상징적인 존재인 '이태선 밴드'부터 없앴다. 이어지는 코너들과 밴드라는 기존의 포맷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웃음코드로 시청자들을 공략한다.

박형근 PD는 31일 서울 KBS신관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리허설 현장을 공개하면서 "('개콘'의 전성기라고 불리는) 6년 전 조연출을 했다"며 "그때 어떤 코너들이 성공했고 어떤 분위기였는지 알고 있지만 전성기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은 맞지만 전성기를 찾는 건 욕심"이라고 전제했다.

"예전에 한 걸 똑같이 따라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예전의 개그맨들이 컴백하면 이전의 코너를 업그레이드할 수는 있지만 그대로 선보이지는 않는다.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같은 생각이다. 무대로 보여주려고 한다. '전성기처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게스트 플레이를 하고 싶지도 않다. 코너에 필요한 게스트를 필요해서 쓰는 것 뿐이다. 시사, 정치 풍자를 한다고 해도 예전과 똑같은 형태는 절대 아니다. 다른 웃음으로 도전하겠다."

'개그콘서트'는 1999년 7월18일 파일럿 '일요일 밤의 열기'로 첫 선을 보였다. 지상파 3사 코미디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 중이다. 전성기 시청률 15~20%를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했지만, 몇 년 동안 5~6%대로 침체기가 계속됐다. 28일과 다음달 4일 2주간 결방하며 개편에 힘을 쏟고 있다.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당시 5주간 결방한 후 처음이다. 다음달 11일부터 새 포맷으로 시청자들을 찾아올 예정이다.

가장 큰 차별점은 '개콘' 개편위원회가 생긴 것이다. 개그맨 유민상(40)과 김대희(45), 박영진(38), 박성호(45) 4명으로 구성되며 객석 중앙에 앉아 새로운 코너의 웃음 포인트를 설명한다. 실시간으로 객석들의 반응을 전하며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박 PD는 "'개콘'이 20주년을 맞았는데, 시청자들이 포맷을 식상해하는 것 같아서 변화를 줬다. 젊은 코너 20~30개 정도를 준비 중"이라며 "개편 과정을 두달 정도로 잡고 점차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토론쇼는 물론 VCR도 활용하고 대본없이 진행하는 배틀개그도 선보인다. 기존의 개그 패턴 및 호흡과 다른 코너를 준비했다. 웃음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편위원회는 코너의 호흡을 끊지 않는 선에서 어떤 점이 달려졌는지 설명하고 분위기를 좀 더 자유롭게 할 것"이라며 "개편 기간인 두달 동안 순차적으로 레전드 개그맨들이 컴백한다. 셀럽 코너도 있다. 요즘 화제가 되는 셀럽들이 출연해 개그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개그콘서트 20년, 점점 바뀌고 조금씩 더 재미있어질 것"

최근 KBS는 사내 '토털 리뷰 비상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KBS 비상경영계획 2019'를 마련했다. KBS의 올해 사업손실은 1019억원으로 예측된다. 내년 후반부터는 은행 차입금에 의존해야 한다. 2023년까지 누적 사업손실은 6569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KBS는 내년까지 프로그램 수를 현행 대비 90% 수준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KBS가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지만, '개콘' 폐지 논의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PD는 "20년된 프로그램이라서 의문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시청자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개콘'이 없어지면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 공개 개그 프로그램이 요즘 트렌드가 아닌 것을 알지만, 시청자들의 변화된 욕구에 맞게 바꾸자는 취지"라고 짚었다.

"'개콘'이 식상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데,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광고 판매가 떨어지고 시청률이 예전 같지 못하면 모든 프로그램을 없애야 하느냐. 경영수지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공영방송에서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프로그램을 없애면 상업적인 논리만 따르는 것 아니냐. '프로그램 인기가 떨어지면 없애고, 광고 잘 팔리면 프로그램 계속해야 되느냐'고 묻고 싶다. 공영방송이 첫 번째 가치로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제성 만을 노린 코너만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개콘'의 감각이 젊어져야 하지만 4050 시청자들도 버릴 수 없다. 오히려 화제를 일으키기 위해 "너무 센 주제를 택하면 부정적인 반응을 일으킬 것"이라며 "그 동안 준비한 코너를 열심히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박 PD 스스로 2주 결방 후 처음 진행한 리허설이 만족스러운지 궁금하다. 단정적으로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예전과 달라졌구나'라고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 수정할 부분도 있다"며 "변명으로 들릴 수 있지만 개그는 개인 취향, 연령 등 코드가 다양하지 않느냐. '다 재미있다'고 하는 건 내 욕심이고, 달라지는 게 먼저다. '점점 바뀌네' '조금씩 재미있어지네'라고 시청자들이 인식하고 평가를 듣는게 목표"라고 답했다.

"'첫 술에 배 부르랴'라고 하지 않느냐. 한 번에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래도 두달이라는 개편 기한을 잡았고, 그 과정에서 '재미있다' '바뀌었네'라는 말을 듣는게 목적이다. 예전의 전성기를 그리워하기보다 '개콘'이 시청자들에게 의미있고 가치있는 프로그램으로 계속 남아있길 바란다.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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