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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키타옌코 "오케스트라 지휘자, 손·얼굴·분위기로 충분"

등록 2019.08.01 10: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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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올해도 지휘

2019 평창대관령음악제

드미트리 키타옌코 ⓒPaul Leclaire

드미트리 키타옌코 ⓒPaul Leclaire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젊음의 패기로 무장한 채 싱그럽게 약동하는 오케스트라가 자신들의 열정과 색채를 남김없이 내뿜었다. 작년 제15회 평창대관령음악제를 위해 구성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펼친 콘서트 ‘고잉 홈’은 젊은 프로젝트성 오케스트라가 내놓을 수 있는 모범답안이었다.

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손열음(33) 예술감독이 또래 연주자들을 불러모아 결성한 악단이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발돋움한 20, 30대 한국인 오케스트라 플레이어들이 당시 콘서트 타이틀처럼 고향으로 돌아와 뭉쳤다.

그 연주자들의 사운드를 유연하게 묶은, 덕장으로 통하는 러시아의 거장 드미트리 키타옌코(79)의 공도 컸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간결하고 단호한 소리를 찾아낸 키타옌코는 역시 좋은 지휘자”라고 했다.

키타옌코는 e-메일 인터뷰에서 “모두 실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자세를 갖고 있다. 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바로 미래의 오케스트라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케스트라마다 그 만의 얼굴, 음색, 특성이 있다. 일반적인 오케스트라에서는 오랜 시간 같은 단원들과 일하기 때문에 관습이라는 것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는 새로운 사람들이 모여 연주를 한다. 모든 연주자들이 뛰어난 집중력을 갖고 매우 프로페셔널하게 일한다. 늘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준다”고 짚었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가져오는 공기, 에너지, 관점 모두 긍정적이라고 보는 이유다. “무엇보다 휴식 때마다 서로 섞이며, 열려 있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스마트폰을 하는 대신 내내 서로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특기했다.

194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키타옌코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을 비롯해 베른 심포니, 스위스 심포니, 베르겐 필하모닉의 수석 지휘자로 활동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의 수석 객원 지휘자를 역임했다. 2015년 9월 카타르 필하모닉의 명예 지휘자로 선정됐다. 250장이 넘는 음반을 녹음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 문화축전 때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이 악단을 오래 이끌기도 했다.

 경험도 풍부한 이 지휘자에게도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는 처음이었다. “50년동안 수천번 연주를 지휘했지만, 이런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는 나에게도 처음이었고 새로운 경험이었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내게 큰 동기를 부여했다. 최상의 밸런스와 협력을 위해 노력하게 한다. 나는 리허설 때 많은 말을 하지 않는 편이다. 좋은 지휘자는 그가 가진 손과, 얼굴과, 분위기 만으로도 충분히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예술의 비밀’인 것이다. 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음악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느끼고 있다. 그 누구도 이 연주를 봉사나 의무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진정한 예술 행위로 생각하리라 믿는다.”
 
31일부터 8월10일까지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뮤직텐트를 중심으로 강원도 일대에서 펼쳐지는 제16회 평창 대관령 음악제에서도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구성된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악단의 정단원들이 함께 한다.

평창대관령음악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2018

평창대관령음악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2018

키타옌코는 8월3월 오후 7시30분 알펜시아 뮤직텐트에서 펼쳐지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집으로, 두번째 이야기’에서도 지휘봉을 든다.

“지난해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올해도 다시 참여하게 되었다. 이 페스티벌에서 오래동안 알고 지낸 지인들을 다시 만나기도 하고, 새로운 만남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 큰 기쁨이다.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유일무이한 이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를 꼭 다시 만나보고 싶었다.”

이날 라디오 프랑스필의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이 악장을 맡는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손 감독이 협연하는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을 들려준다.

“두 작곡가의 곡 모두 내가 평생 지휘해온 곡들이다. 프로코피예프는 누구보다 러시아 음악을 잘 알고, 잘 다룬 진정한 러시아 음악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매우 특별하고 천재적인 작곡가였다. 스스로도 연주를 자주했다.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많은 이들이 모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더욱 흥미롭게 느낄 것이다.”

차이콥스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름이라며 프로그램에 나온 것만을도 청중을 끌어들이는 자석과 같다고 본다. “누구나 그의 음악을 들으러 올 것이다. 프로코피예프와 차이콥스키가 프로그램에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페스티벌이 아닌가.”

자신이 아끼고 있는 손 감독에 대해서는 “매년, 아니 만날 때마다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녀의 음악적 감각과 본능은 매우 뛰어나다. 그녀의 연주는 자연스러우며 절대 가식적이지 않다. 물론 음악적인 기술도 훌륭하다.”

“무대에서 호흡을 맞출 때도 최고의 파트너이며 그 어떤 어렵고 복잡한 곡도 그녀와 함께라면 가능하다. 음악적인 부분뿐 아니라 그녀의 인품도 칭찬하고 싶다. 전혀 복잡하지 않으며 겸손하고 친절하다. 스타라고 오만하거나 경솔하지 않다. 그녀가 바로 이 시대의 진정한 스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녀와 연주할 기회가 많기를 바란다.”
 
냉전시대부터 음악을 통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온 키타옌코는 “음악은 평화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음악을 듣는 동안만큼은 그 누구도 자신의 나라나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 얘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오페라, 연극, 페스티벌 등의 모든 것이 평화에 영향을 끼친다고 확언했다.

“무엇보다 젊은 사람들과 어린 아이들을 위한 연주를 많이 했다. 아이들이 오케스트라 단원들 사이에 앉아 경험할 수 있는 연주도 있었다. 나중에 나를 찾아온 한 청년은 자신도 어린 아이들 사이에 껴서 그 연주를 들은 적이 있다고 얘기했다. 음악은 우리를 하나 되게 만든다. 음악은 마술과도 같고 영혼을 치료하는 약이 되기도 한다. 분쟁, 갈등, 전쟁, 그리고 악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음악은 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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