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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지루함의 연속, 그리 무섭지 않은 공포영화 '암전'

등록 2019.08.11 13: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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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전'

영화 '암전'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15일 개봉하는 '암전'은 한동안 만나기 힘들었던 공포물이다. 오싹한 공포영화로 잠시나마 더위를 잊고 싶었던 관객들에게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공포영화 특유의 스릴감을 기대하면 안 된다. 진부한 서사와 예상가능한 전개, 알 수 없는 난해함만 있다.

성공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출세에 대한 욕망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다. 보편적인 마음을 짚었는데, 스토리텔링 방식이 세련되지 못하다.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단편영화 '도살자'(2007)로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김진원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영화 속의 영화'를 표방했다. 신인감독이 상영금지된 공포영화 실체를 찾아가며 기이한 사건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진선규

진선규

'미정'(서예지)은 8년째 공포영화를 준비하는 신인감독이다. 단편영화로 인정받은 후 성공적인 데뷔작을 내놓아야겠다는 열망이 강하다. 후배로부터 10년 전 만들어졌다는 영화 '암전'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접한다. 상영이 금지된 이유가 그녀의 욕망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나치게 잔혹한 작품이라 관객이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소문의 실체를 파헤치던 중 영화를 만든 감독 '재현'(진선규)을 만나게 된다. 그는 무언가에 쫓기는 듯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혀있다. 처음 만난 미정에게 '죽음보다 끔찍한 인생을 살기 싫으면 영화 '암전'을 잊어라. 나중에 피눈물 흘리면서 후회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서예지

서예지

하지만 미정의 광기어린 집착은 갈수록 심해진다. 재현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최고의 공포영화를 만들겠다는 집념, 감독으로서 성공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결국 미정은 기괴하고 끔찍한 일들을 겪게 된다. 그녀의 삶은 재현의 선택과 맞물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이 나오는 작품은 너무 많다. '암전'도 그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미정의 영화에 대한 집착은 맹목적이다.
[리뷰]지루함의 연속, 그리 무섭지 않은 공포영화 '암전'

공포영화 특유의 매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미스터리한 일이 궁금증을 더해가고 주인공 상황에 감정이입이 되어야 하는데, 예측가능한 경로를 밟는다. 극 전개가 뻔하다 못해 지루하다.

영화의 주무대는 폐극장이다. 2005년 폐쇄된 군산의 국도극장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하지만 그다지 공포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시각효과, 음향, 조명 등과 제대로 어우러지지 못한 탓이다.

근원적 문제는 서사의 빈약함이다. 개연성이 부족하고 압도적인 서스펜스나 반전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따금씩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고 눈살만 찌푸리게 만든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주목할만하다. 처음으로 공포 영화에 도전한 진선규(42)는 베테랑 배우의 내공을 보여준다. 공포에 떨고 있는 모습부터 이성을 잃은 듯한 감정연기까지 나무랄 데가 없다. '암전'으로 스크린 주연을 꿰찬 서예지(29)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리뷰]지루함의 연속, 그리 무섭지 않은 공포영화 '암전'

왠만한 공포영화보다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사고가 더 무서운 세상이다. 기존 장르영화의 공식을 답습한다면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다못해 공포의 대상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사연이라도 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김 감독은 "영화에 대한 광기가 담긴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영화가 됐는데, 비단 영화가 아니더라도 꿈을 이루고자 하는 광기가 얼마나 무서운지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포를 느끼기 어려운 작품이다.

오히려 예술 창작의 괴로움이나 고충을 말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인생은 성공과 실패의 연속이다. 사람 생각은 바뀌기 마련이고 성공의 이면에는 숱한 실패가 있다. 그리고 무엇이 성공이었는지, 실패였는지는 현재 시점에서 정확히 분별하기 어렵다. 타인의 판단영역이 되어서도 안 된다. 자신이 생의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느낄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하지만 사회 현실이 녹록지 않다. 타인의 성공과 실패를 쉽게 재단한다. 영화는 결국 관객수로 평가받는다. 흥행에 실패하면 감독이 모든 걸 떠안는 구조다. 연출 데뷔작이 마지막 작품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업주의가 짙어지는 영화계, 성공지상주의가 만연한 한국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86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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