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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노부스콰르텟 "솔직한 체코음악, 우리 귀에 잘들어오죠"

등록 2019.08.18 12: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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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빅'

새 멤버 김규현 합류 이후 첫 정기연주회

왼쪽부터 김규현, 김재영, 김영욱, 문웅휘. 노부스콰르텟. ⓒjino Park

왼쪽부터 김규현, 김재영, 김영욱, 문웅휘. 노부스콰르텟. ⓒjino Park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야나체크의 현악사중주 1번 ‘크로이처 소나타’를 연습할 때마다 특유의 화성을 듣고 있으면, 체코 프라하 야경과 강변의 풍경이 생각나요. 골목골목마다 걸려 있는 주황빛 백열등의 이미지도 상상이 되고요.”(김영욱)

좋은 음악은 자신이 태어난 장소로 청중을 데려간다. 한국 실내악을 대표하는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의 연주는 선율을 통해 가보지 못한 곳을 자유롭게 상상하게 만든다.

바이올린 김재영(34)과 김영욱(30), 비올라 김규현(30), 첼로 문웅휘(31)는 자신들의 항해에 동반해 뜻밖의 보물섬을 발견한 어린 아이 같은 심정을 갖게 만든다.  

노부스콰르텟이 여는 10번째 정기연주회 ‘슬라빅(Slavic)’은 동유럽, 특히 우수의 정서가 뭉근하게 배어 있는 체코의 밤공기를 공연장에 흩뿌린다. ‘동유럽의 진주’로 불리는 프라하가 있는 그곳.

프로그램은 체코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곡들로 꽉꽉 채웠다. 드보르작의 현악사중주 7번, 야냐체크 1번 ‘크로이처 소나타’ 그리고 스메타나의 가장 사랑받는 현악 사중주곡 ‘나의 생애로부터’다.

27일 광주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을 시작으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포항 시청 문화동 대잠홀, 30일 울산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9월1일 신영증권 체임버홀을 돈다. 무덥고 습한 여름의 끝과 선선한 가을이 맞닿을 시기에 누리는 호사다.

김재영은 “체코의 강변이나 야경을 보면 기가 막혀요. 작곡가들의 실제 음악 재료가 됐고, 그것을 표현한 음악들이 꽤 많죠”라고 했다.
 
문웅휘는 “체코 음악은 솔직하다”고 표현했다. “감정적인 것을 여과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베토벤, 브람스, 바흐가 논리적으로 고민을 한 작곡가들인데 반해 드보르작은 논리가 맞지 않을 때도 있죠. 근데 그래서 더 인간적으로 느껴져요. 야나체크도 개인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곡에 담았죠”라고 설명했다.

ⓒKIM SUN JAE

ⓒKIM SUN JAE

많은 이들이 체코와 우리나라의 정서가 닮았다고 한다. 민족적인 선율이 예다. 김규현은 “체코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해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아픔을 겪었죠. 그래서 다른 나라들과는 다른, 멜로디에 특별한 색채가 담겨 있죠”라고 들었다.

김재영도 “체코 안의 민속 요소가 한국의 멜로디 라인과 비슷해서 우리나라 사람들 귀에도 잘 들어온다”고 동의했다.

올해로 결성 13년차인 노부스콰르텟은 세계무대에서 활발하게 활약 중이다. 글로벌 에이전시 지메나워의 첫 한국인 아티스트로 공연, 음반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첼리스트 오펠리 가이야르, 피아니스트 미셸 달베르토 등 거장 연주자들과 협업 녹음도 지속하고 있다.

연주력은 날이 갈수록 무르익고 있다. 세계적인 현악사주중단 ‘하겐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 루카스 하겐은 노부스콰르텟에 관해 “이 앙상블은 놀라울 만큼 견고하고 균형 잡힌 연주를 한다. 네 음악가들 모두 동등한 수준으로 연주하며, 음악을 만드는 방법은 매혹적이다. 우리는 노부스 콰르텟의 밝은 미래를 예견한다”고 평하기도 했다.

해외 스케줄이 이미 빼곡이 채워진 가운데 국내 무대는 그래서 드물고 귀하다. 그럼에도 최근 ‘평창 대관령 음악제’ 등 서울은 물론 지역 곳곳에서 연주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김재영은 “한국 사람이니 당연히 방방곡곡에서 연주하는 것은 의미가 있어요”라면서 “다만 바쁘게 연주만 하다 보니 국내 멋진 곳들을 잘 둘러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는데, 언젠가 멤버들끼리 함께 여유를 가지고, 연주여행을 가고 싶다”고 웃었다.
 
개별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모두 훌륭한 솔리스트들이다 보니 세 멤버가 공교롭게 한달 안에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각각 협연자로 나서는 일도 빚어지기도 한다.

ⓒjino Park

ⓒjino Park

김재영이 9월5일 아트센터 인천 콘서트홀에서 이 악단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문웅휘는 같은 달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김영욱은  10월 초 부천필 유럽 투어에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을 연주한다.

김규현은 11월 선보일 솔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노부스콰르텟 새 멤버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노부스콰르텟 정기연주회는 10회째지만 ,김규현이 멤버가 된 이후 처음 갖는 정기연주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특별하다.

김규현 “이미 10년간 호흡을 맞춰온 팀에 적응하려니 초반에는 어색하고 불편한 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활 쓰는 법, 호흡하는 법 등 제가 부족한 점을 계속 채워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원래 바이올린으로 음악을 시작했던 김규현은 뒤늦게 접한 비올라가 자신의 성격과 연주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 전향했고 운명처럼 노부스콰르텟 멤버가 됐다. 비올라는 중간 음역을 담당하는 현악기로 바이올린, 첼로를 연결해준다. 그래서 비올라 연주자들도 중재자 역을 하는 이들이 많다.
 
김재영도 “규현씨가 비올라처럼 모나지 않고, 어디든 융화가 잘 돼 넷이 모이면 즐겁다”고 만족해했다. “기본적으로 여행을 함께 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멤버들이 서로 배려하고 양보해야 하는 것이 큰데, 에너지가 다시 하나로 모아지는 느낌이 큽니다. 기존에 있던 멤버들도 익숙한 곡도 다시 연주해야 하는 만큼 초심을 다지고 있죠.”

한때 멤버들의 훈훈한 외모와 세련된 스타일로 노부스콰르텟은 ‘보이밴드’ ‘꽃미남 아이돌 앙상블’ 등의 수식으로 대중에게 소비됐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의 정통성, 그리고 클래식한 연주력으로 자신들을 둘러싼 외피를 스스로 걷어내고 ‘노부스콰르텟’ 이름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팀으로 성장했다. 김재영은 “저희는 계속 정통성을 지켜나가면서, 조금씩 변주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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