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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치에 "미투는 혁명, 페미니즘은 정의구현 운동"

등록 2019.08.19 16: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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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작가

'보라색 히비스커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엄마는 페미니스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민음사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민음사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미투 운동 이후 처음으로 여성들이 하는 이야기, 성폭력과 관련된 사연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게 됐다. 그것이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도 성폭력 피해 여성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말하는 것을 꺼려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을 것 같다는 마음이 컸다. 결국 피해자인 여성이 직장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니 공론화하는 것을 망설였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미투 운동은 가히 혁명적이지 않나 싶다."

나이지리아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42)는 미투 운동의 의의를 이렇게 짚었다.

"그 어떤 정의구현 운동도 완벽할 수는 없다. 미투 운동이 그냥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는 운동이 되길 바란다."

아디치에는 미국 이스턴 코네티컷 주립대에서 언론정보학과 정치학을 전공했다. 존스홉킨스대와 예일대에서 각각 문예 창작과 아프리카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아디치에 "미투는 혁명, 페미니즘은 정의구현 운동"

장편소설 '보라색 히비스커스'(2003)로 영연방 작가상과 허스턴 라이트 기념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세계 여성들에게 페미니즘을 알리는 에세이집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2014)와 '엄마는 페미니스트'(2017)를 내며 세계적 페미니스트 작가로 거듭났다.

페미니즘은 정의구현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비교적 성평등지수가 높은 나라는 있겠지만, 완벽하게 성평등을 구현한 나라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게 필요하겠다. 여성에게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법을 바꾼다고 해서 태도와 인식이 자동적으로 바뀌는 게 아니다. 가장 좋은 방식이 스토리텔링이 아닐까 싶다. 페미니즘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디치에 "미투는 혁명, 페미니즘은 정의구현 운동"


여성의 '여성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적 억압에 맞서는 탈코르셋 운동도 지지했다. "여성들의 선택 폭을 넓히고 선택권도 회복시켜주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여성들의 외모에 대해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것이 너무나 엄격하다. 그런 기준에 부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남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외모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별로 없다. 나는 화장을 안 하겠다, 여성스러운 외모를 거부하겠다 등을 선택한 여성들을 존경한다. 외모에 대한 기준 때문에 여성이 겪어야 할 불이익이 많다. 사람의 외면 만이 전부가 아니다. 아름다움은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능력이 아니라 외모로 평가받는 상황이 변해야 한다."

어제 한국 페미니스트 3명을 만나 탈코르셋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의 용기가 감명깊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의 부당함에 저항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대가를 치러 가면서 희생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회에서 여성 혐오가 뿌리 깊은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였다. 디지털 성범죄는 왜 일어나는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 이야기는 좀 충격적이었다."
아디치에 "미투는 혁명, 페미니즘은 정의구현 운동"


'보라색 히비스커스', '아메리카나'(전2권)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왔다. 나이지리아 상류층 가정의 소녀가 가부장제에 억압당하다가 정신적 독립을 해나가는 이야기다. 가부장제의 압력 속에 침묵해야만 하는 엄마와 딸의 모습이 담담한 문체로 그려졌다.

아디치에는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처음 나왔을 때 자전적 소설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나의 아버지는 실제로 젠틀하고 조용한 사람이다. 나는 아버지를 사랑하는 파파걸이다. 하하. 자전적인 소설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아서 아버지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독자들과의 만남 행사에 갔을 때 너무 불쌍한 유년시절을 보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 자리가 아버지가 있었으면 어땠을지 난감하다."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이 생긴 사람인만큼 내 발언을 멈출 생각이 없다. 정의로운 세상에 살고 싶기 때문이다.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싶다. 남녀가 평등하게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기 때문에 내 발언을 멈출 수가 없다. 내 이야기를 듣고 '육아에 동참해야 겠다' '더 나은 아버지가 되어야겠다'고 영감을 얻은 남성도 있다. 더 자신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이것 또한 진보라고 생각한다. 진보는 아주 작은 걸음에서 시작한다. 아주 느리지만,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게 진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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