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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일하는 할아버지, 일 구하는 아버지

등록 2019.08.21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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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일하는 할아버지, 일 구하는 아버지

【세종=뉴시스】박영주 기자 = "최근의 고용회복 흐름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반기 경제·고용여건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집중하겠다."

 '7월 고용 성적표'가 발표된 지난 1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발언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6쪽에 달하는 모두발언 중 고용에 대한 평가만 2쪽을 할애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9만9000명이 증가하며 2018년 1월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특히 60대 이상 취업자 수는 정부 재정으로 운용되는 공공일자리, 보건·사회복지 분야 일자리 수요 증가로 지난해보다 37만7000명이나 늘어났다.

홍 부총리는 "전반적인 고용 상황을 보여주는 고용률이 개선세를 보이는 등 고용시장은 회복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더해 "고용의 질도 개선됐다"고도 했다. 이쯤 되면 문재인 정부가 심혈을 기울인 일자리 정책에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이 찍힐 법도 하다.

하지만 2쪽 가까이 할애된 '자화자찬'을 걷어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취업자 수가 1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면 실업자 수는 1999년 이후 20년 만에 최대치다. 실업률은 2000년 이후 최고치인 3.9%다.

노인 일자리가 증가하는 사이 30대와 40대 취업자 수는 22개월째 동반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노인 일자리가 37만개 늘어났지만 30·40대 일자리는 20만개 줄어들었다. 경제활동 허리 층인 30·40대를 중심으로 '고용참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100세 시대에 정부가 펼친 노인 일자리 정책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급속한 노령화에 재정으로 만든 단기 일자리도 시급해졌다. 이들 또한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 좋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노인을 위한 일자리가 늘어나는 사이 경제활동의 허리 층은 휘청대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수립하면서 올해 취업자 수 목표치를 15만명에서 20만명으로 늘렸다. 30·40대 취업자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재정을 더 쏟아 노인을 위한 단기 일자리만 늘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30·40대 취업자 수가 계속 감소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라고 정부도 인정하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달라고 성적표를 내밀기는 이르다. 아직은 더 열심히 하겠다는 반성문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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