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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손현주 "계속 세고 어둡네, 편하고 정감 있는 역 그립다"

등록 2019.08.19 16: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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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한명회' 열연

손현주

손현주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영화에서 사극을 한 건 처음이다. 사극을 안 하려고 좀 도망을 다녔다. 예전에 신인 때 사극을 찍으면서 발톱이 빠지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에는 존재감이 없던 시절이다. 그때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없었을 때였다. '얘', '쟤'로 불리던 시절이다. 몸도 다쳤지만, 마음의 상처도 컸다. 그래서 사극을 오랫동안 꺼렸다. '광대들'을 계기로 이제는 안 피해 다닐 것 같다."

데뷔 초 5년 넘게 단역만 전전한 손현주(54)는 1995년 드라마 '바람은 불어도'에서 특유의 맛깔스러운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받았다. 바로 다음해인 1996년 드라마 '첫사랑'에서 '주정남' 역을 맡으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23년이 흐른 2019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이 됐다.

손현주는 이번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에서 '한명회' 역을 맡았다. "지금까지 많은 선후배가 한명회를 연기했다. 최근 작품으로는 '관상'에서 김의성이 한명회를 맡았다. 물론 한명회하면 이덕화 선배를 뺄 수가 없다. 같은 한명회여도 다 다를 거다. 실존 인물이지만 1400년대에 살던 사람을 본 건 아니니까. 상상을 덧붙여서 각기 다른 한명회의 모습이 탄생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한명회 중에 광대들과 접촉하는 한명회는 없었다. 그게 매력적이었다."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뒤흔드는 광대패 5인에 대한 이야기다. 광대들은 어느 날 조선 최고의 권력자 '한명회'(손현주)로부터 조카를 죽이고 왕이 된 '세조'(박희순)의 미담을 만들어내라는 명을 받는다.

손현주는 이 작품을 '어렵지 않은 사극'이라고 정의했다. "사극이지만 어렵지 않은 이야기다. 광대들이 나오는 상황을 쫓아가다 보면 유쾌하고 즐겁고 신바람이 날거라 생각한다. 무겁고 어두운 영화가 아니라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다. 아이들과 같이 보기에 좋은 영화"라고 강조했다.
[인터뷰]손현주 "계속 세고 어둡네, 편하고 정감 있는 역 그립다"

손현주는 조진웅(43), 고창석(49), 윤박(32), 김민석(29), 김슬기(28) 등 5인의 광대패 중 고창석의 역할이 가장 탐난다. 극중 고창석은 '오줌싸개'로 등장한다. 손현주는 "고창석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내가 창석이 역할을 맡았다면, 오줌을 그렇게 싸지 않았을 거다. 그건 평범하게 싸는 거다. 나였다면, 그냥 젖게 싸지 않았을 거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고창석씨는 옷을 그렇게 많이 갈아 입으면서도 싫다는 얘기를 한 번도 안 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함께 했었는데, 진짜 사람이 좋다"라고 추어올렸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언급하며 그 영화의 주연 배우 김수현(31)을 언급했다. "김수현은 참 똑똑한 배우다. 보여줄 게 너무 많다. 아직 자신을 15% 정도도 못 보여준 것 같다. 요즘엔 그런 젊은 친구들하고 친해져야 캐스팅이 되더라. 친하게 지내고 있다. 나도 살아야 한다. 아이가 둘"이라고 웃겼다.

 '세조'를 연기한 박희순의 열정도 칭찬했다. "박희순은 병악한 세조를 연기하기 위해 잘 먹지도 않았다. 초창기에 촬영을 하는데 술하고 밥을 다 안 먹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병악한 세조의 모습을 연기하기 위함이었더라"고 전했다.

연출자 김주호 감독에 대해서는 "조용조용하게 조련을 잘 하는 감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압적인 일부 감독들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예전에는 현장에서 악 쓰는 감독들 진짜 많았다. 요즘엔 없어지는 추세인데, 그래도 있다. 난 그런 감독들을 되게 싫어한다. 말로써 설명할 수 있는 걸 굳이 육두문자를 쓰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드라마도 9월부터는 52시간이 적용된다. 감독들도 이제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하루에 얼마 못 찍는다. 예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는 촬영할 수 없을 거다."
[인터뷰]손현주 "계속 세고 어둡네, 편하고 정감 있는 역 그립다"


이번 작품을 포함해 한동안 카리스마 넘치는 역할을 줄곧 맡아 온 손현주는 차기작에서는 과거 드라마 '첫사랑'에서처럼 편안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 "이제 앞으로는 편안한 역할을 하려고 한다. 사람을 계속 째려봐야하다 보니 눈이 아프다. 박서준이 나오는 '이태원 클라쓰'에서 박서준 아버지 역할로 특별출연했다. 생활 대사를 하는데 살 것 같더라. 그래서 이제는 좀 풀어진 연기를 하고 싶다. '추적자' 이전과 이후로 배역이 좀 바뀌었는데, 그 작품 이전에는 편하고 정감 있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그 작품 이후에는 계속 세고, 어두운 것들을 많이 했다."

관객의 입장으로 영화를 볼 때는 스릴러를 즐긴다. "스릴러를 좋아한다. 꼭 스릴러가 아니더라도 '쇼생크 탈출', '빠삐용'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갇혀 있지만, 그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자꾸 튀어 나가려고 하는 등장인물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한다. 계속 탈출를 시도하는 그런 영화들이나,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를 되게 좋아한다. '테이큰' 같은 영화들 (좋아한다). 대신에 배역으로는 하고 싶지 않다. 한 2년은 편안한 걸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속한 '낯가림'이라는 사모임은 이제 대중에게도 익숙하다. '낯가림이 심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에서 모임의 이름이 '낯가림'이다. "유해진, 마동석, 고창석, 민호, 보아, 김선아, 장혁 8명이 멤버다. 송중기가 잠깐 있었던 적도 있다. 지금은 멤버들이 좀 정리돼 8명이다. 총무는 보아다. 보아가 상당히 꼼꼼하다. 나는 거기 고문이다. 유해진이 회비를 제일 늦게 낸다. 며칠 전에 전화가 왔더라. 마동석이 마블 영화 촬영하러 가서 6개월 못 본다고 그러더라. 영국에서 촬영 중이라고 해서, 시간 내서 영국 가기로 했다"며 모임에 애정을 드러냈다.

그들이 주로 마시는 주종은 '소맥'이다. "모임에선 소맥 마신다. 세 명이 모이면 모임을 한 것으로 인정한다. 영수증을 단톡방에 올리면 보아가 보고 합당하다고 하면 보아가 결제한 사람한테 바로 계좌이체를 해준다. 주로 먹는 건 삼겹살이다. 지금 찍는 드라마 '저스티스'에서 싱글 몰트를 만날 마시는데, 실제로는 그거 마시면 토한다. 나는 양주를 못 마신다. 소맥, 막걸리를 좋아한다. 싱글 몰트 맛 본 적도 없다"며 즐거워했다.
화제가 된 손현주의 '거지짤'

화제가 된 손현주의 '거지짤'

한동안 유명했던 손현주의 '거지짤'은 최근 그의 언급으로 또 다시 회자되고 있다. "가슴은 아프지만, 지워질 사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숙명이다. 그러려니 한다. 그 사진이 돌아다녀서 내게 해를 끼치는 건 아니니까 (괜찮다) 그냥 놔두는 거다. 기분은 좋다. 거지도 아무나 할 수 없는 거 아닌가"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손현주의 신작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21일 개봉한다. 108분, 12세 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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