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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서 왔는데"…여야, 복지위서 '탈북모자 비극' 한목소리(종합)

등록 2019.08.19 17: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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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복지위, 복지부·식약처 결산심사 진행

한국 "배고픔 피해 탈북했는데 굶어죽다니 말이 되냐"

민주 "비행기 타고 이혼서류 떼오라니…부양의무자 폐지해야"

일본산 백신도 도마…복지장관 "제2의 공급처 이미 확보"

"탈북자 면밀하게 관리하도록 통일부와 협의하겠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18 회계연도 결산 등을 안건으로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2019.08.1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18 회계연도 결산 등을 안건으로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19일 전체회의가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서울 관악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북한이탈주민 모자가 숨진 채 발견된 비극 앞에서다.

국회 복지위는 이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출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2018회계연도 결산심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의 질의는 복지부와 식약처에 대한 결산심사보다도 탈북민 모자 사망사건에 집중됐다. 여야는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못한 정부를 일제히 질타하면서 사회안전망 재점검을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탈북민들이 배고픔을 피해서 대한민국으로 왔는데 굶어죽었다는 게 말이 되냐"며 "언론에서는 신청한 적이 없다고 보도가 됐지만 탈북자단체에서 인터뷰한 것을 보면 이 분이 기초수급자 신청을 하러 갔다. (수급자로) 지정이 됐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처음 탈북해서 왔을 때 5년 동안 통일부에서 보호조치를 하다보니 복지부는 나몰라라 한다. 그러나 이 분들에 대해 적용해서 보호조치를 하는 사회안전망발굴법이나 긴급복지지원법은 소관부처가 복지부"라며 "사안에 따라 다르다거나 초기에는 통일부가 소관부처라고 생각하면 안된다"고 복지부를 질타했다.

같은 당 윤종필 의원은 탈북민 모자의 건강보험료가 18개월이나 체납됐는데도 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를 따졌다.

윤 의원은 "건강보험료가 6개월 체납되면 발굴 시스템에 통보되고 위기가정으로 선별돼 방문대상이 되는데 18개월을 체납했는데도 관리대상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가 궁금하다"며 "건강보험료 미납 기간이 일정 개월수를 초과하면 다른 미납내역을 자동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장정숙 의원은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전달체계 강화' 계획을 문제삼으며 "세부내용을 보면 단순히 전담인력 확충 등 현 정부가 내세우는 일자리 확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과연 이것만으로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될 수 있을지,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가동될 수 있다고 복지부가 믿고 있는 것인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나무랐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현장 공무원들의 복지제도 안내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남 의원은 "(사망한) 한씨는 취업을 하면서 탈수급을 했는데 중국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동사무소에서 아동수당을 신청했는데 당시 한씨의 소득인정액이 0원에 가까왔다. 그렇다면 기초생활보장 제도나 긴급복지 등의 제도에 대한 안내를 해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기도 요구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자식이나 부모, 배우자가 있으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다. 연락이 끊기거나 남보다 못한 사이로 살아가는 경우에도 부양 가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있었다.

남 의원은 "한씨가 주민자치센터에 상담했더니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이혼서류를 떼오라고 했다고 한다. 중국 남편과 이혼을 해서 서류를 떼러 (중국에) 비행기로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빈곤의 상태이고 임대료를 못내는 상태이면 국가가 생계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이혼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은 부양의무자 제도 자체가 문제인 것 아니냐"고 따져물었다.

같은 당 오제세 의원은 "북한에서 목숨을 걸고 이탈해서 대한민국에 왔는데 굶어죽었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에 속하는 경제 기적을 이뤄온 나라에서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며 "이 사건 이전에 송파에서도 세 모녀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러한 사건들이 일어난다면 대한민국은 정말 기적을 이루는 나라가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18 회계연도 결산 등을 안건으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19.08.1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18 회계연도 결산 등을 안건으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어 "정부에서 이러한 복지사각지대를 막기 위해 '복지 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을 엄청난 돈을 들여 개발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일어났다 하는 것은 정말 중대한 문제"라며 "지자체의 스크린에 소득이 0으로 나타났는 데도 공무원이 간과했다는 것 아니냐. 충분히 다 알 수 있는 시스템까지 개발돼 있는데도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고의 문제"라고 질타했다.

박 장관은 북한이탈주민 모자 사건과 관련해 "아이가 있는 부모는 일반적으로 아이가 배고프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사인을 정확히 규명해야겠지만 원인이 아사로 나온다면 다른 방식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관리비 통합징수로 전기료와 수도요금의 체납 사실이 복지 관리 시스템에서 쉽게 체크가 안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기료처럼 일상생활에서 필수적인 항목이 체납되고 있을 때는 바로 찾아낼 수 있게 특정 항목에 대해서는 한두 달만 늦어지더라도 바로 신고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치겠다"고 했다.

사망한 탈북민 모자의 건강보혐료가 18개월이나 체납됐는데도 위험군으로 분류되지 않은 데 대해서는 "6개월 지체되는 건수만도 약 450만건이 나오는데 이 분의 경우 중국도 갔다오면서 납부하지 않은 것 등을 감안해 위험군으로 분류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답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요구와 관련해서는 "부양의무자 규정이 현실과 많이 괴리돼 있다는 것을 저희들도 알고 있고 단계별로 없애가고 있다"며 "향후 3년 이내에 부양의무자 조건을 폐지할 것이다. 내년에는 중증장애인부터 부양의무자 조건을 없애기로 돼 있다"고 답했다.

초기 탈북민들의 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탈북자들이 처음 남한 사회에 들어왔을 때는 주소나 이름 자체도 없기 떄문에 존재 자체를 복지부가 알 수 없다. 그래서 초기에는 통일부를 중심으로 관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탈북자 전체에 대해 통일부와 상의를 해서 면밀하게 돌볼 수 있는 체계를 갖추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복지위에서는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해 일본 의존도가 높은 백신의 수급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어린이 국가예방접종사업 17개 중에서 4개의 백신 공급을 (일본 업체가) 100% 독점하고 있다"며 "한일 무역전쟁의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당장 일본이 공급을 끊으면 우리 아이들과 국민 건강에 아주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기동민 의원도 "한중일 보건장관회의에서 인도주의적 문제에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세상 일은 모르는 것 아니겠냐"며 "국산 백신이 일본이나 미국, 유럽에 비해서 형편 없이 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인데 좀 더 국산백신화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일본산 백신 수급 문제와 관련해 "안정적 백신 공급을 위해 2년전부터 각별하게 신경을 써서 대비해 왔다"며 "어느 한 기업이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제2, 제3의 공급처를 이미 많이 확보해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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