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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 1위 만들어줍니다, 석달안에···'히트곡 제조법'

등록 2019.08.20 0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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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 1위 만들어줍니다, 석달안에···'히트곡 제조법'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히트곡 제조법은 며느리도 모른다. 그런데 '히트곡 제조법'을 제목으로 당당하게 내세운 책이 번역, 출간됐다.

음악세계를 여행하는 음악가 지망생을 위한 안내서라 부를 만하다. 음악을 하고자 하는 이들의 예상 질문에 대한 모든 답이 실렸다.

음반 사업을 시작하기에 적절한 레이블명과 그룹명은? 당장 필요한 악기와 장비는? 적절한 녹음실을 찾아내는 방법은? 녹음실 이용료를 깎는 협상에서 성공하려면? 엔지니어를 다루는 방법은? 히트곡의 적절한 길이와 속도와 구성은? 클리셰를 적절히 이용하는 방법은? 남이 만든 음악을 효과적으로 훔치려면(즉, 편집으로서 창조를 이룩하려면)? 전 국민에게 바로 와 닿을 만한 가사를 찾아내 정확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성공한 뒤에 취해야 할 태도는?···.

빌 드러먼드(66)와 지미 코티(62)가 1987년 결성한 영국의 2인 음악 그룹 'KLF'가 1988년 펴낸 책이다. 실크 모자를 쓰고 코트를 입은 채 기타를 들고 부른 '닥터린 더 타디스'로 영국 음악 차트 TV 프로그램 '톱 오브 더 팝스'에서 1위 무대를 성공적으로 장식한 뒤였다.

모든 창작자의 순수한 염원을 이룩하기까지의 여정을 한 권에 응축했다. 기획, 작곡, 자금 대출, 제작, 홍보 등 1위 히트곡을 만드는 데 따지고 거쳐야 할 (거의) 모든 단계를 하나하나 안내한다.

드러먼드는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 "누군가 당신을 알아봐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냥 해!" 즉, 독자는 일단 "아무 일요일 저녁에나 시작"하면 될 일이다. KLF는 음악업을 장밋빛으로만 보지 않는다. 자신들이 경험한 음악 산업과 주변부의 난삽한 민낯도 폭로한다.

그럼에도 책은 희망가에 가깝다. 독자가 실업급여를 받는 신세일지라도, 게다가 음악을 만들어본 경험이 없더라도 자신들의 지시 사항을 "글자 단위로" 따르기만 한다면 적어도 3개월 안에 1위 히트곡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공언한다.

그런데 시간 단위로 1위가 바뀌는 실시간 차트의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30년 전의 이야기가 먹힐까. 좋은 음악은 언제 들어도 좋다. 지금도 이 책이 유효한 까닭이다. 이 책은 출간한 이듬해에 재판을 찍고, 10여년 동안 독일어와 체코어 등으로 번역됐다.

히트곡들의 구조를 분석해온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대중음악평론가 문용민(필명 미묘)씨가 번역했다. 252쪽, 1만5000원, 워크룸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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