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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대역 시집, 김정환 '자수견본집'·정일근 '저녁의 고래'

등록 2019.08.21 09: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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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왼쪽), 정일근 시인 ⓒ아시아

김정환(왼쪽), 정일근 시인 ⓒ아시아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시집은 얇지만 빨리 읽기 어렵다. 시적 표현을 이해하기 위해 한 구절, 한 음절을 곱씹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시집 번역은 최상급 난이도다.

그렇다고 시인이 번역을 염두에 두고 쓰는 건 사실상 어렵다. 시를 새로 쓰는 것과 같은 작업일 수 있다. 그러나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 불가능은 없었다.

 시인 김정환(65)씨가 신작 20편을 직접 영역해 '자수견본집'(아시아)을 냈다. 정일근(61)씨의 시집 '저녁의 고래'와 함께 한영대역본으로 나란히 출간됐다.
한영대역 시집, 김정환 '자수견본집'·정일근 '저녁의 고래'


1980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한 김 시인은 서울대 영문과를 나왔다. 시집 '지울 수 없는 노래' '황색예수전' '회복기' '좋은 꽃' '해방서시' 등을 냈다. "다른 사람을 고생시키지 않고 직접 번역을 하길 잘한 것 같다. 영어로 내 시를 체험해보는 기회였다. 전에는 없던 표현영역이 생긴 것 같다. 보람있는 작업이었다"며 흡족해했다.

시인은 글 쓰는 일을 "가장 공적인 죽음을 가장 사적으로 살아내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번 시집에서도 삶과 맞닿아있는 죽음의 심연을 짚었다.

'들어본 적 있는 소리가 언제나 쩨쩨하지만/ 영혼의 구성은 언제나 들어본 적 있는 소리다'('쩨쩨한 영혼 진혼곡' 중) 192쪽, 8500원
한영대역 시집, 김정환 '자수견본집'·정일근 '저녁의 고래'


정 시인은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바다가 보이는 교실' '마당으로 출근하는 시인'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 등의 시집을 냈다.

생명·생태·평화에 담긴 선함을 시적 언어로 풀어냈다. 작고 연약한 존재들에게 무한한 연민을 보냈다. 시인은 세계 최초로 고래 시집을 펴낸 바 있다. 이번에도 고래에 관한 시가 담겼다. "내 친구 고래"라는 표현에 절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한영대역 시집, 김정환 '자수견본집'·정일근 '저녁의 고래'


대구에 살고 있는 부부 번역가 지영실씨와 대니얼 토드파커가 옮겼다. 정 시인은 "울산에 와서 20년 가까이 고래에 관한 시를 썼다. 시인으로서 고래에 대해 가장 가까이 접근했던 것 같다. 애정이 가고 자부심이 있는 시들이 담겼다"고 소개했다.

'문득 저녁 바다에 혼자 남은 고래/ 생각했네 내 오랜 바다친구인 고래는/ 이 별에 저녁이 오는 것을 알까'('저녁의 고래' 중) 112쪽, 8500원
방현석 교수

방현석 교수

두 시집은 우리나라 대표시인의 작품을 한영대역해 선보이는 'K-포엣' 시리즈에 포함됐다.

방현석 아시아 편집주간(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은 "한국 시의 저변 확대를 위해 한영 대역시를 내고 있다. 아마존을 통해 공급하고 있는데, 약 20개국에서 월 100권 정도 판매되고 있다. 앞으로도 신작 시집을 한영대역본으로 낼 계획"이라고 했다.
한영대역 시집, 김정환 '자수견본집'·정일근 '저녁의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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