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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광풍' 2030도 뛰어든다…가점 불리해 장기전략 필요

등록 2019.08.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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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특별자치시 4-2생활권에 들어서는 '더휴 예미지(L1·L2블록)', '어울림 파밀리에 센트럴 M1·M4블록(공공분양)', '자이 e편한세상(공공분양)'의 견본주택이 개관한 24일 청약예정자들이 자이 e편한세상의 입지조건 등을 살펴보기 위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19.05.23.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세종특별자치시 4-2생활권에 들어서는 '더휴 예미지(L1·L2블록)', '어울림 파밀리에 센트럴 M1·M4블록(공공분양)', '자이 e편한세상(공공분양)'의 견본주택이 개관한 24일 청약예정자들이 자이 e편한세상의 입지조건 등을 살펴보기 위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19.05.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청약은 '확률 높은 로또'라고 생각해요. 서울 집값은 너무 비싸니까, 저렴한 분양가로 새 아파트에 살 수 있는 청약에 관심이 많죠. 그래도 비싸긴 하지만 무주택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무리는 하더라도 청년들에겐 서울에 진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잖아요."

정모(29)씨는 최근 세대주 분리를 하려고 주민센터를 찾았다. 청약 경쟁률이 워낙 높다보니 세대주 분리를 하지 않으면 가점이 부족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까다로운 조건 하에서만 허용된다는 답변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정씨는 그나마 당첨 확률이 높은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소득 요건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 그런 와중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다시 희망이 생겼다. 서울 외곽도 투자가치가 있는 곳이라면 적극적으로 청약을 넣어볼 생각이다.

정씨는 "확실한 투자가치가 있는 서울에 분양가가 싼 아파트가 나온다고 하니까 세대주 분리를 해 전세로 살면서 청약을 넣어보려고 한다"며 "다만 경쟁률이 치열해서 거의 로또일 것 같아 다른 방법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10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청약광풍'이 불고 있다. 고분양가를 규제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확고해지면서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새 아파트가 쏟아질 거란 기대 때문이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는 2506만1226명이다. 국민 2명 중 1명은 청약통장에 가입한 셈이다.

이러한 흐름에 2030도 뛰어들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31일부터 올해 4월말까지 '청년우대형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모두 19만1810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기준) 신규 가입자 105만8322명 중 18.1%가 청년층이다. 청약 당첨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하려는 청년층 대기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침마다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으로 청약 일정을 확인하는 민모(27)씨는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올라가는데 월급은 조금 오르니까 지금 10억원인 집이 10~20년 지나 20억원이 되면 영원히 집을 못 살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청약으로 당첨되면 그나마 낮은 가격이 집을 장만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2030대도 늘었다. 한국감정원 주택매매거래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주택 구입자 20만2112명 중 30대 이하는 23.9%(4만8362명)를 차지한다. 30대 이하의 주택 매입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은 감정원이 2012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전통적으로 4050대가 주였던 부동산 시장에 2030대도 뛰어들며 청약시장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28일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은 89세대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1만8134명의 청약자가 몰리면서 평균 203.75대 1의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초 3.3㎡당 3000만원을 웃도는 분양가가 예상됐으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기준을 따르게 되면서 인근의 노후 단지보다도 낮은 시세에 공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 문턱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저렴한 분양가로 꼽힌 ‘이수푸르지오 더프레티움’ 평균 분양가는 3.3㎡당 2813만원으로, 중소형 면적에 해당하는 50~59㎡ 주택형도 5~7억원에 달한다. 청년들이 당장 계약금·중도금을 마련하기도 힘들지만, 마련한다고 해도 가점이 부족해 청약에 당첨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이러한 이유로 청년들 사이에선 '반값 아파트'가 나와도 '못 먹는 감'이라는 패배감이 짙게 깔려있다. 직장인 양모(33)씨는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만큼 수요가 몰려서 경쟁률이 치열하지 않겠느냐"며 "무주택 기간도 짧고 가점 채울 수 있는 것도 얼마 없는데 될 수 있는 청년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30대까지 가세한 청약광풍은 주거불안정에 시달리는 청년세대의 '내 집 마련'에 대한 열망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대부분 청약은 가점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청년세대가 일반 청약시장에서 겨뤄 당첨될 확률을 없다고 봐야 한다"며 "특별공급 유형을 늘려 신혼부부가 아닌 청년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덧붙여 고 교수는 "불안감에 섣불리 청약시장에 뛰어들다 전망이 좋지 않은 지역에 당첨될 수도 있기 때문에 청년들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며 "가점을 충분히 쌓을 때까지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차근차근 종잣돈을 마련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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