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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영두·김동규·김설진, 현대무용 어벤저스팀 떴다

등록 2019.09.01 15: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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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P 신작 ‘트리플 빌’

정영두 ‘새벽’

김동규 ‘몸부림’

김설진 ‘매럼’

왼쪽부터 김동규, 김설진, 정영두. ⓒJD Woo

왼쪽부터 김동규, 김설진, 정영두. ⓒJD Woo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정영두(45)·김동규(39)·김설진(38), 현대무용계의 어벤저스들이 뭉쳤다. 현대무용단 ‘LDP’(Laboratory Dance Project)가 26~29일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펼치는 신작 ‘트리플 빌’에서 각각 새 작품을 연달아 선보인다.

‘한국 현대무용계의 뜨거운 심장’으로 통하는 LDP는 내년에 창단 20년을 맞는다. 2001년 창단 이후 국내에서 드물게 마니아층을 보유한 팀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새로운 시간의 축’이라는 공연을 선보이며 국내외에서 주목 받기도 했다.

LG아트센터와 손잡고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2015년에 이어 2번째다. 당시 무대에 올린 ‘12㎒’(안무 김판선) & ‘그레잉’(Graying·안무 신창호)은 추상적 내용을 몸을 통해 구체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무용단 내부 또는 해외 안무가와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온 LDP가 정영두·김설진 같은 국내 객원 안무가들과 손잡고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DP의 대표인 김동규도 새로운 작품을 내놓는다.

◇정영두 ‘새벽’

두 댄스(DOO DANCE) 시어터 대표인 정영두는 LG아트센터 무대에 익숙하다. ‘제7의 인간’, ‘먼저 생각하는 자-프로메테우스의 불’, ‘푸가’ 등의 작품으로 호평을 들었다.

연극판 출신인 정영두는 몸이 가진 시간성과 조형성을 강조하는 안무가다. 신체의 섬세한 움직임을 집요하게 탐구한다. 이번에 신작 ‘새벽’을 통해 강혁, 김보람, 김수인, 정록이, 황창환, 윤승민 등의 무용수들과 함께 새벽이라는 시간에서 느껴지는 정서를 춤으로 담아낸다.

융복합극 ‘포스트 아파트’ 연출, 올해 말 재공연하는 음악극 ‘적로’ 연출 등을 통해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정영두 작업물의 공통점을 굳이 끄집어내자면 공간감.

움직임의 역동성, 그래서 시간성이 도드라지는 LDP와 색깔이 다르다고 관객들이 판단할 법도 하다. 하지만 정영두는 합을 맞추면서 공통점을 찾아나가고 있다며 웃었다.

연극계에 몸담은 뒤 뒤늦게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창작과에 입학한 정영두는 자신보다 여섯 살 아래인 김동규와 동기다. 예전에 “형!”하며 정영두를 편하게 따랐던 김동규는 이제 그에게 말을 놓지 못하겠다고 할 정도로, 아우라가 짙은 도인 풍모가 됐다.
 
하지만 정영두는 “LDP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봐왔는데 함께 하려니 영광이고 부담스럽다”면서 “무용수들의 기량을 보면서 언제가 빨리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를 끼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LDP는 한예종 동문단체로 시작한 무용단이다. 하지만 이제는 공개 오디션을 통해 무용수를 채용하는 등 개방적이다. “프로덕션이 끈끈하다. 벌써 내년 20년인데 오래도록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 부럽다”고 한다.

정영두는 작년까지 일본 릿쿄대학 특임교수를 지내는 등 일본통으로 불린다. 최근 창무국제공연예술제를 통해 공연한 일본 팀을 “더 잘 에스코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는 내년 4월 교토아트센터 등에서 공연한다. “한일 양국이 문화적인 면에서 소통을 잘 해나갔으면 한다”고 바랐다.

▲김동규가 바라본 정영두 : 학교 다닐 때 ‘실험무용제’에서 영두 형이 안무한 ‘내리오지 않기를’을 봤어요. 안무가로서 방향성이 워낙 빠르게 잡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큰 사람으로 보였고, 역시 안무가로서 성장을 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죠.

[인터뷰]정영두·김동규·김설진, 현대무용 어벤저스팀 떴다

▲김설진이 바라본 정영두 : 영두 형의 작품을 소극장에서 보고 대성통곡한 적이 있어요. 굉장히 치밀하고 본인이 고민하는 걸 잘 풀어내는 안무가라 요즘 어떤 고민을 하는지 궁금해요.

◇김동규 ‘몸부림(MOMBURIM)’

김동규는 2015년부터 LDP의 대표를 맡고 있다. 예술성과 대중성이 절묘하게 조화된 안무작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임샛별, 윤나라, 정건, 이홍, 정하늘, 한대교, 이정은, 박지희, 장회원, 함희원 등의 무용수와 ‘몸부림’을 펼친다. 자유롭고 이유 없는 신체의 움직임이 모여서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실험한다.

이번 신작 ‘트리플 빌’을 통해 자신 외에 개성 강한 두 안무가와 만난 무용수들이 어떤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고 했다.

현대무용 작품을 제작하는 극장이 갈수록 적어지는 상황에서 LG아트센터와 협업은 단비처럼 느껴진다. “관객 확보, 무용수들의 환경을 비롯해 무용단이 가야할 방향성을 고민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흡족해했다.

LDP무용단은 민주적인 시스템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무용단과 관련된 모든 일이 약 20여명의 단원들의 투표와 토론으로 결정된다. 대표 선출 역시 LDP 무용단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정영두, 김설진과 같은 외부 안무가와 협업 역시 무용단의 다양성에 도움이 된다.

“잘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것을 해보자라는 생각이 컸어요. 정영두, 김설진의 호흡을 통해 우리 무용수들이 어떤 달라진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자는 거예요. 두 분이라 믿고 맡길 수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스페인 댄스컴퍼니 안무 작업을 하는 것 외에는 개인적으로 휴식을 취할 예정이지만 그 시간들은 고민으로 가득할 것으로 보인다. “LDP가 20년이다 보니 프로젝트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웃었다.

▲정영두가 바라본 김동규 & LDP : LDP는 국내 현대무용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기술을 분리, 정신적인 것을 우월하다고 보죠. 하지만 신체적, 기술적으로 완성돼 있지 않은 이념, 철학은 완성도가 없어요. 삶을 지탱하는 것은 몸이잖아요. 존재로서 정체성을 가져가야 하죠. LDP는 기술이 완성돼 있는 상황에서 철학, 이념을 아우르는 팀이에요.

▲김설진이 바라본 김동규 & LDP : 동규 형 움직임은 역동적인 것을 시각화하는데 특화돼 있어요. 연속적인 움직임 자체가 매력이죠.

◇김설진 ‘매럼(MARRAM)’

무버(MOVER) 예술감독인 김설진은 현대무용계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2014년 케이블 음악채널 ‘댄싱9’ 시즌2에서 드라마가 있는 움직임으로 우승, 스타덤에 올랐다. 드라마 움직임 작업도 하는 그는 방송을 앞둔 tvN ‘아스달 연대기’ 시즌3에 출연하는 등 배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런 전방위 활동을 그는 모두 무용의 한 부분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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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춤이 그렇다고 대중적으로 치우쳐 있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그가 크리에이터로 있는 벨기에의 대표 무용단 피핑톰의 ‘반덴브란덴가 32번지’ 등에서 보여준 몽환적인 움직임, 작년 한국무용 기반의 국립무용단과 협업한 ‘더 룸’에서 기억을 주제로 한 콘셉트 능력 등 실험적인 창의성이 넘친다.

이번에 김성현, 김영채, 신호영, 이정민, 이주희, 장지호, 한윤주 등 LDP 무용수들과 함께 선보이는 ‘매럼’에 대한 기대감이 큰 이유다.

역시 김설진이 몇년 새 톺아보고 있는 기억을 다룬다. 불안정함에도 우리를 지배하는 기억, 불완전한 관계, 편집된 기억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이 작품은 무용수들과 공동창작 방식으로 제작하고 있다.

김설진은 “‘더 룸’에서는 ‘방이 기억한다’였으면 이번에는 좀 더 개인으로 들어갔다”면서 “개인이 타인이 오해를 하고 살아간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어떤 일에 대해 머릿속에 남겨진 형태가 어떻게 변질, 변형되는 것일까에 대해 생각했어요. 기억은 정말 오류가 가득하잖아요. 제가 어떤 말을 해도 상대방이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고요. 누구의 잘잘못이 아니죠. 그 시스템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이번 LDP와 작업은 한껏 열어놓았다. 자신과 비슷해질 수 있어 시범도 최소화한다. “이번 작업이 서로에게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더할 나위가 없죠.”

▲정영두가 바라본 김설진 : 본인 속에서 삐져 나오는 것이 많은 안무가에요. 아직까지 본인이 직접 몸을 움직이는 무용수라, 가진 장점이 정말 많죠.

▲김동규가 바라본 김설진 : 매너도 좋고 예의도 있어요. 힘든 생활을 한 히스토리를 알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모든 움직임에 진정성이 보여요.

◇세 사람이 본 현대무용계의 오늘

단군 이래 현대무용계는 호황이었던 적이 없다. 그럼에도 현대무용계의 오늘로 통하는 세 안무가이니, 본인들이 바라보고 있는 오늘에 대해 물었다.

정영두 “침체기는 아닌 것 같아요. 예전보다 좋아졌어요. 다만 아쉬운 것은 무용을 제작하는 극장이 거의 없어졌다는 거죠. 현대무용을 제작하는 민간 극장은 아마 엘지가 유일할 겁니다. 그리고 본인의 감상을 중요하게 여기기보다 말이나 텍스트로 빠르게 이슈를 설명하는 것도 아쉽죠. 말과 텍스트가 폭주한다고 할까요. 본인의 시간을 침잠한 채 견디는 것도 필요한데 말입니다.”

김동규 “무용 공연의 기획 자체가 막연해졌다고 할까요. 수도권에 극장이 많은데 기획 공연은 더 적어지고 있죠. 무용에 대한 인식을 넓히기 위해서 재미와 대중성보다는 인내를 하면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해요. 최근에는 그런 인내가 아티스트에게 더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번 ‘트리플 빌’ 같은 기획 공연이 더 잘 됐으면 해요.”

김설진 “드라마(‘스위트 홈’) 촬영중인 것이 있어요.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민준호 연출과 작업도 준비하고 있고요. (국악뮤지컬집단 ‘타루’) 정종임 대표와 공연도 곧 올리고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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