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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정부 "공급·정책요인 제거하면 물가상승률 1% 초반"

등록 2019.09.03 11:50:06수정 2019.09.03 17: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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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에 기재부·한은 머리맞대

【서울=뉴시스】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7차 거시정책 협의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9.03.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7차 거시정책 협의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9.03.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email protected]

【세종·서울=뉴시스】장서우 이승재 기자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부는 경기 하방 압력으로 수요 활력이 저하된 영향도 일부 있었지만 공급 및 정책 요인에 기인한 효과가 컸다고 진단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과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오전 은행회관에서 첫 공개 거시정책협의회를 연 직후 브리핑에서 "공급 측 요인과 정책적 요인을 제거할 때 물가 상승률은 1%대 초반"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에 재차 선을 그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정한 디플레이션 판단 요소를 보면 물가 수준 하락 이외에도 실물 경제의 급격한 침체, 자산 및 금융 시장에서의 불안 등"이라며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윤 부총재도 "과거 2015년에도 10개월 정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머물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제로 나타나진 않았다"며 "디플레이션에 대한 과도한 걱정은 자칫 자기실현적으로 경제 활력을 저하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음은 김 차관, 윤 부총재와의 일문일답.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김 차관) 긍정·부정 요인이 모두 있다. 소비자 물가가 낮아지면 실질 구매력이 올라갈 수 있다. 다만 이를 두고 디플레이션(deflation) 초기 단계가 아니냐는 질문이 많다. 통상 디플레이션은 물가 수준이 상품과 서비스 전방위에 걸쳐서 장기간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정한 디플레이션 판단 요소를 보면 물가 수준 하락 이외에도 실물경제의 급격한 침체, 자산금융시장 불안을 포괄해서 디플레이션 위험도를 평가한다. 앞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공급측 요인과 정책적 요인에 주로 기인한다고 말했고 이를 제거할 경우 물가 상승률은 1% 초반이다. 실물경제 측면에서 보면 수출과 투자 활력이 강한 편은 아니지만 민간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한국 경제는 2%대 성장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물가가 몇 달간 0%대를 이어갈 수는 있겠지만. 과거 일본과 같이 주식,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서의 큰 버블(bubble)도 없기 때문에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정부도 물가 여건이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대응해나가겠다."
【서울=뉴시스】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2015년=100)로 1년 전(104.85) 대비 0.04% 하락했다. 소수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해 계산하는 공식 지수로 보면 0.0% 상승률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2015년=100)로 1년 전(104.85) 대비 0.04% 하락했다. 소수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해 계산하는 공식 지수로 보면 0.0% 상승률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윤 부총재) 과거 2015년에도 10개월 정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머무른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됐지만 유가 하락에 기인했던 터라 최종적으로 디플레이션은 나타나지 않았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과도한 걱정은 자칫 자기실현적으로 경제 활력을 저하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한국은행에서 물가 상승률을 전망할 당시와 비교해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물가가 예상보다 훨씬 낮아져 있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나 복지 정책 등 공급 측 요인보다는 수요 측 요인이 더욱 컸던 것 아닌지.

"(김 차관) 경제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수요 활력이 다소 낮아진 것은 맞다. 다만 농산물 가격이 소비자 물가에 월간 단위로 미치는 충격이 몇 달간은 상당히 클 것이다. 유가도 예상보다 더욱 낮아졌다.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후 두 달이 지난 내일 보강 대책을 발표하면서 경기 판단에 대한 입장도 함께 밝힐 것이다. 2.4~2.5%의 정부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가 논의될 텐데 간단한 상황은 아니다. 매월, 매월의 상황이 다르다. 소비자 물가를 포함한 경제 지표들을 연간으로 좀 봐줬으면 한다. 8~10월 기저효과가 높게 나타나는 점을 고려해 고려한 연간 목표와 대비하면 이렇게까지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농수산물, 유가 등 공급측 요인은 예전부터 존재했던 것인데 그럼에도 장기간 0%대 물가를 유지한다는 것은 디플레이션 전조가 아닌지.

"(김 차관) 지난해의 경우 8월부터 폭염의 영향을 받은 농산물 가격과 유가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굉장히 높았다. 이후 11월까지 2%대를 유지할 정도였다. 반대로 올해는 농산물 가격이 안정적이고 글로벌 유가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복지 등 정책적 요인이 더해졌다. 수요 측 물가 상승 요인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 측 요인들이 물가지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초로 가면서 다시 물가도 정상적인 흐름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측 요인 중에선 최저임금 인상도 유력한 요인 아닌가. 음식·숙박업 등 개인 서비스 부문에서 물가를 낮추는 압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김 차관) 건강보험료 인하나 고등학교 무상 교육 확대, 알뜰폰 이용에 따른 통신비 하락 등 정책적 하락 요인이 굉장히 많다. 물가 하락을 우려하는 측면에서 복지를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가계의 실질 부담을 줄이고 실질 구매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뚜렷하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서울=뉴시스】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7차 거시정책 협의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9.03.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47차 거시정책 협의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9.03.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email protected]

-복지 정책이 소비로 연결이 되지 않아 정책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 재정 투입 운용 계획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닌지.

"(김 차관) 내년 예산은 소재·부품·장비에서의 연구·개발(R&D)에 집중적으로 대처하도록 짜였다.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확대해나가는 부문 중심으로 경제 활력 제고, 혁신성장 관련 정책의 비중이 훨씬 늘었다. 이와 복지 예산을 서로 대치해서 볼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연금이 선진국에 비해 약하게 돼 있다는 여건을 고려하면 더욱 확대돼야 할 복지 지출 분야들이 많다. 그리고 몇 가지 정책에선 가계의 실질 부담을 경감해주는 정책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복지와 성장을 대치해 한쪽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양쪽 다 균형 있게 예산을 짜고 있다."

-한국은행에선 기대 인플레이션이 견조하니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국가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3분기 연속 하락한 건 처음이다. 저물가가 지속될  경우 기대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윤 부총재) 과거 1999년, 2006년에도 GDP 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를 보인 적은 있었다. GDP 디플레이터 하락은 수출 가격이 하락하는데 환율 상승으로 수입 가격이 오르면서 교역 조건이 악화된 데서 기인한다. 내수 디플레이터는 플러스(+) 값을 나타냈기 때문에 이것이 디플레이션으로 연결된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데 한국은행 기준금리 운영에 변화가 있는지.

"(윤 부총재) 대부분 국가에서 물가안정목표를 밑도는 수준의 물가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통화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전 세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한은도 관련 회의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통화정책 운영은 단기적, 일시적인 물가뿐 아니라 중기적인 물가 흐름을 보고 성장, 고용, 경상수지와 같은 거시지표와의 관계도 살펴야 한다. 또한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 이슈와 관련된 문제도 있고 대외적으로는 자금 흐름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점들을 모두 균형적으로 고려해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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