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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가 온다]'치매노인 462만' 日…65→75세 의료비 66% '껑충'

등록 2019.09.08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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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일본 노인 5명 중 1명 치매 전망

차별 용어였던 '치매'→'인지증'으로 순화

늘어나는 1·2인가구…日 사회 '공생' 선택

의료비 부담 '급증'…정부, 치매예방 집중

지방소멸→치매서비스 지역격차 '우려'

日전문가 "韓치매안심센터는 좋은 모델"

【요코하마=뉴시스】임재희 기자 = 지난달 27일 일본 요코하마시의 특별 양호 노인 홈 '카와이노이에(かわいの家)'에서 한 노인이 치매 예방 차원에서 손가락이 굳지 않도록 일본 전통 현악기인 샤미센을 연주하고 있다. 2019.09.08. limj@newsis.com

【요코하마=뉴시스】임재희 기자 = 지난달 27일 일본 요코하마시의 특별 양호 노인 홈 '카와이노이에(かわいの家)'에서 한 노인이 치매 예방 차원에서 손가락이 굳지 않도록 일본 전통 현악기인 샤미센을 연주하고 있다. 2019.09.08.  [email protected]

【도쿄=뉴시스】임재희 기자 = 462만명. 지난해 부산(340만명)과 울산(115만명) 인구를 더한 것보다 7만명이 많은 이 숫자는 2012년 일본 정부가 발표한 65세 이상 치매노인 숫자다.

당시엔 노인 7명 중 1명(15.0%)이 치매였지만 제1차 베이비붐세대(1947~1949년생)가 75세가 되는 2025년 5명 중 1명이 치매를 겪을 것으로 추산된다.

고령화사회에 앞서 1980년대부터 정부 차원에서 치매에 대비하기 시작한 일본은 개호보험제도가 시행된 2000년대 들어 제대로 된 정부 대책을 펼쳤다. 20년 가까이 시행착오를 겪어온 일본 사회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지역에 따른 서비스 격차 등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한국은 지난해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70만명을 넘으면서 노인 10명 중 1명(유병률 10.0%)이 치매를 겪는 나라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2017년 맞춤형 사례관리부터 요양서비스 및 전문시설 확대, 환자 가족 휴가제 등을 목표로 '치매국가책임제' 첫 발을 뗀 지금, 일본 사례는 충실한 교재이자 훌륭한 오답 노트가 될 수 있다.

◇2025년 노인 7명 중 1명이 치매 겪는 나라 일본

일본 사회에서 이렇게나 많은 치매 노인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일본 정부가 치매노인대책본부와 치매노인대책전문위원회를 설치한 건 1986년이다. 하지만 치매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다루기 시작한 때는 2000년 개호보험제도 도입 이후다.

그사이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일본에서 한자로 '치매(痴呆)', 일본어로 '치호'라는 단어는 차별적 용어였다. 주로 이상한 사람, 격리 대상을 뜻했다. 그런 단어를 지금처럼 '인지증(認知症)', '닌치쇼'라고 순화해 부르기 시작한 것도 개호보험 이후인 2004년 일이다.

지금 일본 치매정책의 뿌리가 되는 2012년 '치매 대책 추진 5년 계획', 이른바 '오렌지플랜'과 2015년 '신(新) 오렌지플랜'에서 정책 첫머리에 '치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정보 보급·계발'을 내건 것도 그래서다. 2010년대 일본에서조차 요양이나 의료보다 치매란 질병과 고령자를 이해하는 게 먼저였단 얘기다.
[초고령사회가 온다]'치매노인 462만' 日…65→75세 의료비 66% '껑충'


◇치매 이해에서 공생으로…사회가 나서 지원

치매 관련 정보를 알리려는 노력 등이 통하면서 일본 사회에서 유행 중인 게 '종활(終活) 노트'다.

인생의 마지막을 충실히 마무리하겠다는 의미에서 '엔딩(ending) 노트'라고도 불리는 이 노트에 일본 고령자들이 적는 내용은 구체적이다. 본인이 치매에 걸렸을 때 어떤 서비스를 받고 싶은지, 집에서 지내고 싶은지, 시설을 선호하는지 등을 기록해둔다. 일본인들은 은퇴 이후를 넘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자신의 삶을 미리 짜 놓는다.

개호보험 도입 직후인 2001년부터 일본은 치매 개호지도사 양성, 치매 개호 실천 연수 등에 나섰다. 관련 연수를 받은 사람만 지금까지 27만명 정도다.

'신오렌지플랜'은 보급·계발과 함께 ▲의료·간호 ▲65세 미만 치매 시책 강화 ▲고령자 친화 지역 만들기 ▲치매 예방법·치료법 및 재활·간병모델 연구개발 ▲본인 및 가족 시점 중시 등 7개 사항이 주축이었다.

그 결과 의료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추게 됐다. 2005년 치매 서포트 의사, 2006년 치매 대응 담당의에 이어 2016년부턴 약국 약사를 대상으로 치매 대응력 향상 연수를 진행하고 있는 일본에는 2017년말 기준 약 440개 치매 전문병원이 있다. 8157명의 치매 서포트 의사와 5만8140명의 담당의도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의 일본 치매 정책은 '공생'과 '예방' 두 바퀴로 굴러간다. 정부는 이런 내용의 '치매 시책 추진대강'을 올해 2월 발표했다.

새로운 시책의 첫번째 기둥인 공생은 더 이상 환자 본인이나 그 가족만으론 치매 문제를 감당해낼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왔다. 2017년 일본 65세 이상 2378만7000가구 중 1인가구는 26.4%인 627만4000가구였다. 노인 부부 2인가구도 32.5%인 773만1000가구로 노인 10가구 가운데 6가구가 혼자나 부부 둘이 살고 있었다.

결국 가족 울타리를 넘어 주변 이웃과 지역사회, 정부가 그들의 일상생활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 치매에 걸린 사람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번 시책을 발표한 '치매 시책 추진 관계 장관 회의'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결론은 예방…65세 노인 75세 되면 의료부담 66%↑

일본 정부가 향후 힘을 싣는 분야는 또 다른 기둥인 '예방'이다. 대부분 치매는 치료약이 따로 있는 질병이 아니고 지금 상황에선 치매 발병을 최대한 늦추거나 진행 속도를 떨어뜨리는 일이 최선이란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예방하지 않으면 막대한 의료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인당 연간 의료비는 65~69세 때 평균 46만2000엔(약 521만원)이다. 이후 70~74세 62만2000엔(약 701만4356원)으로 16만엔이나 급증하고 후기 고령자에 해당하는 75~79세엔 76만9000엔(약 867만2089원)으로 10년 만에 66.4%(30만7000엔)까지 늘어난다. 85~89세부턴 100만엔이 넘는다(103만6000엔(약 1168만3075원).

일본인 평균 수명은 2017년 여성 87.26세, 남성 81.09세였는데 2050년이면 여성의 평균수명이 90세를 넘어서기 시작(90.40세)할 것으로 일본 정부는 내다봤다.

일본에서 치매 대책 예산은 40세 때부터 의료보험과 별도로 보험료를 내 마련하는 개호보험에서 주로 충당한다.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가사활동 등을 지원하는 제도가 개호보험인데 이 예산의 60%가량이 치매 관련 서비스에 투입된다.

일본 정부는 올해 안으로 치매기본법을 상정할 것으로 보이는데 법률에서 방점도 치매 예방 관련 예산 확보의 명문화에 찍힌다.

◇지방소멸, 치매서비스 위협…"한국 치매안심센터는 좋은 모델"

2019년 일본 사회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고령화가 이어진 가운데 일본에선 고령화율에서도 도농간 차이가 뚜렷해지고 있다. 일본창성회의 발표에 따르면 2040년까지 현재 1700여개 시·정·촌 가운데 896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지역간 차이는 치매 서비스에 영향을 미친다. 서비스 재원인 개호보험 운영 주체가 이들 시·정·촌이기 때문이다.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 기획전략국 신도 유미(進藤由美) 연구원은 "시·정·촌 치매 대책은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실시되는데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시·정·촌은 제대로 된 대책을 실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앞으론 도·도·부·현에서 치매 관련 개호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도록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늘어나는 의료비 부담과 고령화 등을 생각하면 시·정·촌 개호보험 재정만으론 치매 서비스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으니 더 큰 범위에서 이를 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치매국가책임제'에도 관심이 많은 신도 연구원은 특히 치매안심센터 역할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치매안심센터는 시·군·구 보건소에 설치돼 치매관리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받고 관련 서비스로 연계되는 치매국가책임제 중심 기관이다. 정부는 이를 전국 256개 보건소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도 연구원은 "일본의 치매는 주로 개호 분야에서 담당하는데 그렇다 보니 의료 서비스와는 다소 떨어져 있다. '어떻게 하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하는 게 현재 일본의 고민"이라며 "의료 기능을 갖춘 보건소에서 치매대책을 실시한다면 일본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 관련 연구 학자로선 치매안심센터에서 진행 중인 치매등록제도가 가장 흥미롭다고 한다. 올해 3월 기준 치매안심센터에선 치매환자 및 고위험군 86만943명(치매환자 38만765명, 고위험군 48만178명)의 상태를 관리하고 있다.

신도 연구원은 "어느 지역에 어떤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있으면 지역별로 대책을 실시하기 좋겠다"라며 "그런 시스템은 다른 나라에도 없는데 한국에서 자리 잡는다면 좋은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뉴시스】임재희 기자 =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신도 유미(進藤由美)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 기획전략국 연구원. 2019.09.08. photo@newsis.com

【도쿄=뉴시스】임재희 기자 = 지난달 26일 일본 도쿄에서 만난 신도 유미(進藤由美)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 기획전략국 연구원. 2019.09.08.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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