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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출장중 과음 사망…법원 "업무상재해 인정불가"

등록 2019.09.13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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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과중함 누적…업무 술자리 참석 주장

"증거만으론 업무수행 일환으로 보기 곤란"

해외 출장중 과음 사망…법원 "업무상재해 인정불가"

【서울=뉴시스】정윤아 기자 = 해외 출장 중 참석한 술자리에서 마신 술로 사망했더라도 해당 자리가 업무와 관련성이 떨어진다면 업무상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사망한 A씨의 자녀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5년 1월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을 개발·생산해 중국 자동차 회사에 납품하는 회사의 영업부 부장으로 입사했다. A씨는 중국으로 인사발령을 받아 한달씩 6회에 걸쳐 장기간 중국 출장을 가 공장 건물 개소, 내비게이션 납품 영업 등의 업무를 총괄했다.

A씨는 토요일이던 2015년 8월1일 공장 신축관계자인 문모씨, 문씨의 한족 지인과 저녁 겸 술자리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A씨는 문씨의 지인과 함께 알코올 도수 52도의 백주 500㎖를 나눠 마셨다. A씨는 약 250㎖를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시간여 술자리 뒤 일행과 함께 근처 발마사지 가게로 이동했다. 만취한 A씨는 마사지를 받지 않고 잠들었고 다음날 아침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중국당국은 A씨가 사망한 현장을 조사한 결과 싸우거나 사체를 움직인 흔적이 없는 점을 들어 타살의 흔적은 없다고 봤다. 또 시신의 혈액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치사량인 0.4%에 근접한 0.369%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A씨가 평소 질환이 없었던 점과 중국 출장 중 중국어 학습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 신축공사로 인한 과중한 업무가 누적된 상태에서 업무수행차 참석한 술자리에서 사망했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을 했다. 유족들은 불복해 재심사 청구를 했지만 역시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A씨의 술자리가 업무적인 자리로 보긴 어렵다고 봤다. 따라서 A씨의 사망이 업무상재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의 사망원인이 부검을 통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혈중알코올농도가 치사량에 근접하는 0.369%인 점을 볼 때 사인은 다량의 알코올 섭취에 의한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급성 심장사로 추정할 수 있다"며 "하지만 유족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참석한 술자리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수행의 일환으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일 술자리 참석자 중 문씨의 한족 지인은 업무상 관계자라고 볼 자료가 없는 점과 술자리가 토요일 저녁 시간대였다"며 "또 음주 뒤 다 같이 발마사지 가게로 이동한 점을 보면 업무를 이유로 이루어진 술자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시 술자리가 A씨의 의사에 반해 다량의 음주가 강요되는 분위기가 아니었던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건물 신축공사 진행상황을 관리·감독하면서 영업업무를 해 업무량이 적지 않고 해외출장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던 사정들이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보더라도 동종 업무를 하는 근로자들에 비해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증가해 심장혈관 기능에 영향을 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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