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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입원·방치' 조현병 치료·지원 체계 마련 시급

등록 2019.09.1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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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서 최근 조현병 환자 관련 사건 잇따라

경제·사회·심리 사각지대 방치 33만명 추산

의료기관·사회 공동 '복지지원망 구축' 필요

【세종=뉴시스】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한 정신건강 서비스 대상자 발견 및 관리 과정. (그래픽=보건복지부 제공)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정신건강복지센터를 중심으로 한 정신건강 서비스 대상자 발견 및 관리 과정. (그래픽=보건복지부 제공)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광주에서 강제 입원 중인 조현병 환자가 병원을 탈출한 사건을 계기로 중증 정신질환자들의 회복을 위한 세심한 치료·재활·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신질환자들이 사회적 낙인 없이 조기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정신 재활 서비스 관련 시설·예산·인력을 확충하고, 사회적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광주 북구 정신건강센터와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지역 모 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 중이던 조현병 환자 A(31)씨가 달아났다 재입원 조처됐다.

A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3시 30분 길에서 이유 없이 흉기를 휘둘러 60대 여성을 다치게 한 혐의로 응급 입원돼 치료를 받고 있었다.

A씨는 응급 입원 뒤 의료진·지자체의 판단에 따라 행정 입원 절차를 밟았으나,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해 수급자 선정과 생계·의료비 지원 상담 과정에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뿐 아니라 광주에선 지난 5~6월 조현병 환자들이 이른바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거나 가족을 수차례 협박하다 강제 입원당했다.

이들은 가족에게만 돌봄을 받거나 경제·사회·심리적 사각지대에 방치되면서 질환 조기 치료와 회복이 더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신질환 조기 발견과 지속 치료, 사회 복귀 촉진을 위해 정신건강·보건에 대한 촘촘한 공공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주는 지난 2012년 보건복지부 정신보건 시범사업에 선정돼 지역 기반 정신건강센터 인프라가 확대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센터 인력(지난해 기준 정신건강 전문요원 1명이 정신질환자 60명 이상 관리)은 턱없이 부족하다.

응급상황에서 24시간 정신과 진료가 가능한 응급의료기관도 전체 의료기관의 19%에 불과하다.

정신 응급 상황 시 경찰·구급대원과 현장에 출동할 수 있는 응급 개입팀도 광주를 포함해 5개 시·도에서만 자체 운영 중이다.

올해 전체 보건 예산(11조1499억 원) 가운데 정신 건강 관련 예산(1713억 원)은 1.5%다.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5%에 비하면 부족한 수치다.

특히 50만 명 내외로 추산되는 전국 중증 정신질환자 가운데 17만 여명만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어 33만 명 가량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가 정신건강센터 인력(785명) 충원을 2022년에서 2021년으로 앞당기고, 응급 개입팀도 16개 광역 센터에 설치키로 했지만 추가 지원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정신 질환자에 대한 따가운 시선으로 치료 시기가 지연되거나 사건 발생 시 당사자의 의견을 듣지 않고 치안 강화 대책만 늘어놓는 것도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김성완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광주 북구 정신건강센터장은 "조현병은 정신질환 중 의료비가 가장 많이 들고 조기 치료가 중요한 질환인 만큼, 촘촘하고 세심한 정신건강 공공 체계 확충이 필요하다. 정부는 적극적인 대책 마련과 예산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신 건강에 대한 국가의 투자는 국민 안전과 사회적 비용 감소로 돌아올 것"이라며 "적절한 정신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법입원제 도입 등 관련 법규 개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불편·불이익을 염려하지 않고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치료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며 "각계각층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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