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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 진통제 美제약사 퍼듀, 결국 파산보호신청(종합)

등록 2019.09.16 15: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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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11' 근거로 회생절차 밟을 계획

【스탬퍼드(미 코네티컷주)=AP/뉴시스】지난 2018년 8월 미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의 퍼듀 제약 본사 건물 앞에서 이 회사의 오피오이드 옥시콘틴 남용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옥시콘틴 남용에 따른 사망 배상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퍼듀 제약이 파산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9.8

【스탬퍼드(미 코네티컷주)=AP/뉴시스】지난 2018년 8월 미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의 퍼듀 제약 본사 건물 앞에서 이 회사의 오피오이드 옥시콘틴 남용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옥시콘틴 남용에 따른 사망 배상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퍼듀 제약이 파산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9.8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의 일종인 옥시콘틴으로 수 천건의 소송에 시달리고 있는 제약사 퍼듀 파마(Purdue Pharma·이하 퍼듀)LP가 15일밤(현지시간)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퍼듀는 이날 뉴욕주 화이트플레인스에 있는 연방파산법원에 미 연방 파산법 '챕터 11'을 근거로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

'챕터 11'은 부채를 상환할 수 없는 기업을 파산시키기보다는 파산 법원의 감독 아래 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법원은 부채의 일부 혹은 전액 탕감이나 상환 유예 등의 수단으로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청산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더 이익이라고 판단될 경우 '챕터 11' 신청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 제도는 기업들이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을 최소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유나이티드 에어 등 미국의 상당수 기업들은 '챕터 11'을 통해 회생에 성공한 예가 있다. 

퍼듀 측은 '챕터 11'을 신청하면서,100억 달러 규모의 자산과 10억 달러의 부채를 공개하기도 했다. 퍼듀 측은 마약성 진통제 소송들을 다루는 비용이 늘어나면서 파산이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올해들어 법률 비용으로만 2억5000만 달러 소비했다는 것이다.

퍼듀는 현재 미국의 거의 모든 주의 약 2600개 도시에서 옥시콘틴 관련 소송에 휘말려 있다. 미국 원주민 단체와 병원 등도 마약성 진통제 중독과 관련해 발생한 비용보상 청구소송을 낸 상태이다. 연방 법무부 역시 퍼듀를 상대로 민사 및 형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퍼듀는 1892년 의사인 존 퍼듀 그레이와 조지 프레드릭 빙엄이 뉴욕 맨해튼에 설립한 '퍼듀 프레드릭 컴퍼니'를 기반으로 한 회사이다. 1952년 의사 형제 레이먼드와 모티머 새클러가 인수한 후 1991년 '퍼듀 파마 LP'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는 1993년 옥시콘틴 특허를 획득하면서 진통제 분야의 선두기업으로 우뚝 일어서게 됐다. 새클러 가는 포브스지가 선정한 미 부호 19위에 올라있으며, 20명의 가족 구성원의 자산이 130억달러(15조78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이 사회문제로 급부상하면서 퍼듀는 수많은 소송 및 배상 압박을 받아오다가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지난 8월 27일 CNBC 보도에 따르면, 퍼듀 측 변호사들은 지난 8월 20일 클리블랜드에서 소송에 참여한 10여개 주 법무장관들과의 비밀회동에서 옥시콘틴 소송 합의금으로 약 120억달러(14조5700억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퍼듀 측은 당시 비밀회동에서 위와같은 합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산 신청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전달하면서, 새클러 가의 퍼듀제약 소유권 포기 의사도 전했다고 한다. 자선활동으로 유명한 새클러 가도 사태 해결을 위해 개인적으로 최소 30억 달러를 내놓고, 약 15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먼디파마의 매각의사까지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파산보호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퍼듀에 대한 소송은 최소한 일시적으로 중단될 예정이다. 하지만 합의에 동의하지 않은 주 정부 및 개인들을 퍼듀를 상대로 한 싸움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WSJ는 전망했다.

퍼듀의 스티브 밀러 이사회 의장은 '파산보호 신청은 회사의 자산과 총체적 가치를 궁극적으로 파괴할 위험을 해결하는 최선이자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와 테네시 주를 포함해 24개 주정부 검찰총장들은 퍼듀가 비밀회동에서 제안한 합의금을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1000개 도시와 카운티를 대변하고 있는 변호사들 역시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뉴욕,매사추세츠, 노스캐롤라이나 주 정부는 퍼듀의 제안을 거부하고 더 많은 책임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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