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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 괴롭힘' 호소 퇴사 직원 향한 황당한 설문

등록 2019.09.16 17:18:31수정 2019.09.16 17: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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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자원봉사센터, 4월 퇴사 직원 '인간관계' 등 조사

"인권침해 물론 명예 훼손" 국가인권위에 구제 요청

안산시자원봉사센터

안산시자원봉사센터

【안산=뉴시스】이승호 기자 = 경기 안산시자원봉사센터가 수개월 전에 상사의 인격적인 모욕과 부당한 업무 지시를 호소하며 퇴사한 직원의 근무태도와 인간관계 등을 묻는 설문 조사를 최근 전체 직원을 상대로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사자는 이런 황당한 설문으로 또 한 번 인권침해는 물론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추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16일 안산시자원봉사센터 등에 따르면 센터 회계 담당이었던 A(여)씨는 근무 4년여 만인 올해 4월1일 '상사의 인격적 모욕감과 퇴근 후, 휴일 등 업무시간 외 부당 업무지시로 사직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센터에 냈다.

사직서 제출 보름 뒤 퇴사한 A씨는 7월 중순께 전 직장(센터) 동료로부터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

A씨가 퇴사한 지 3개월여 뒤인 7월 초 센터가 전체 직원을 상대로 A씨의 근무 태도와 인간관계 등을 묻는 설문을 했다는 것이다.

A씨는 건네받은 설문 조사서를 확인하고 황당함은 물론 모멸감과 치욕감을 느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설문 조사서는 A4용지 한 장 분량으로, A씨가 퇴사하기 전에 제기한 상사(간부)의 문제점(4개 문항), 해당 상사와 A씨의 관계(3개 문항), A씨에 관한 내용(4개 문항) 등 모두 11개 문항으로 돼 있다.

각 문항에서 A씨의 실명을 거론한 채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라고 답하게 했다.  

특히 A씨에 관해서는 ▲퇴직 직원(A씨 실명)은 평상시 직원들과 잘 어울리고 관계가 좋았다 ▲퇴직 직원은 직원들과 업무적으로 소통이 잘 됐다 ▲퇴직 직원은 평상시 상사 또는 동료들과 업무 처리에 있어 협조적이고 특히 상사의 합리적인 요구를 수용하는 편인가 ▲퇴직 직원에 대한 생각 등을 제시하고 답하게 했다. 

센터는 이 뿐만 아니라 A씨가 퇴사 전에 문제 제기했던 상사의 A4용지 여섯 장 분량의 소명자료를 설문 조사서에 첨부했다.이 자료에는 '(A씨가) 지각이 잦다. 연속 지각으로 사비로 자명종을 선물한 사실도 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A씨는 "퇴사한 직원을 놓고 설문하는 것 자체가 부당할 뿐만 아니라 문제 제기한 상사의 소명 자료를 첨부한 취지가 불순하다"면서 "문제 제기했던 상사가 자신의 불법적인 행위와 전혀 관계없는 제 인간관계 등을 묻는 설문을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설문에는 센터 전체 직원 15명 가운데 센터장과 퇴사자, 당사자, 신규 직원 등을 제외한 9명이 응답했으며, 센터 인사위원회는 이 결과를 토대로 관련자들의 징계 수위를 정했다.

A씨가 문제 제기했던 상사는 부당 행위 사실이 일부 드러났지만, 가장 가벼운 견책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설문의 부당성을 센터 측에 항의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상태다.

센터는 안산시로부터 매년 10억원의 운영비와 사업비 등을 지원받는 시 산하 공공기관이다.

센터 관계자는 "인사위가 전체 직원의 의견을 수렴하라고 해서 설문했다. A씨가 퇴사한 뒤 이뤄진 내부 조사여서 A씨는 물론 밖으로 알려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며 "소명 자료는 직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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