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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아무 것도 아닌 세상...김동유 '이중 그림' 크랙Crack

등록 2019.09.16 19:04:45수정 2019.09.16 19: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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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원대 교수직 사퇴하고 작업에만 전념

이중 초상에서 3년간 몰두한 '균열' 시리즈

19일부터 인사동 노화랑서 개인전

【서울=뉴시스】김동유 작가와 그의 균열 시리즈 신작. Madonna & child. 180*180cm, 캔버스에 오일, 2019

【서울=뉴시스】김동유 작가와 그의 균열 시리즈 신작. Madonna & child. 180*180cm, 캔버스에 오일, 2019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김동유가 다시 미술 시장에 균열을 낼 것인가?

국내 미술시장 호황은 그의 그림이 부채질했다. 2007년 5월 크리스티의 홍콩 경매에서 쏘아올렸다. 491만홍콩달러(약 7억4800만원)에 팔리면서 미술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다. 2006년부터 슬슬 불어오던 '아트테크' 바람이 불 타올랐고, 그 중심에 김동유의 '이중 초상'이 선점했다. 대전 목원대 출신으로 서울대와 홍대가 점령한 미술시장을 균열낸 순간이기도 했다. '무명 작가의 반란'으로 대서 특필됐고, 그의 작품은 승승장구했다. 전 세계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에도  ‘마릴린 & 케네디’가 28만8500파운드(약 4억2000만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세계 전시장에서 러브콜이 잇따랐다. 특히 2012년 5월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60주년과 런던올림픽 기념전’ 초대는 그를 단박에 '한국의 팝 아트' 대표작가로 올려세웠다. 그 전시에는 앤디 워홀, 루시앙 프로이트, 게르하르트 리히터, 길버트 앤조지 등 세계 최정상급 화가들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중 초상'은 말 그대로 이중 초상인데, 마술처럼 보이는 작품이다. 분명 마릴린 먼로로 보이는데, 가까이 가서 보면 중국 문화혁명을 이끈 마오쩌둥의 얼굴이 가득하다.

얼굴 속 얼굴로 그려진 작품은 신기함과 신비함으로 사로잡았다. 특히 물감과 붓터치가 선명한, 작가의 손맛이 진득한 노동집약적인 작업으로 감탄을 자아냈다.(인기 작가로 작가의 100호 크기 작품값은 1억선이다)

【서울=뉴시스】김동유, Surfing

【서울=뉴시스】김동유, Surfing


작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뜨거운 감자'였던 그가 조용해진건 2012년부터다. 모교의 교수가 되었다고 했다. 뜨거웠던 미술시장도 경기 불황과 함께 시들해졌다.

 2006~2007년 누렸던 국내 미술시장은 다시 오지 못한다는 전망도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불안으로 미술시장은 다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그가 새롭게 시도한 ‘크랙(Crack·금이 간 모양)’ 시리즈를 들고 화랑가에 등장했다.
  
유명한 ‘이중 얼굴’이 아니다. 오랜 세월을 못 견디고 물감층이 갈라진 명화처럼 균열로 이루어진 그림이다.

 일명 '크랙' 시리즈. 그는 "2016년 목원대 교수를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행정 업무가 많아 작업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이유다. 충남 공주 작업실에 칩거하며 변신을 꾀했다.

'이중 얼굴'과 같은 맥락이다. 멀리서 보면 형상이 정확하게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지문같은 무수한 선들이 이어져있다. 마치 실크 스크린으로 찍어낸 듯한 작품은 붓질의 아우성이다. 

'균열' 시리즈는 '불멸'을 추구한다.

“불변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권위와 상징이 과연 지금 시대에도 유효한가? " 이러한 의심에서 시작됐다.

"하루가 다르게 빠른 변화에 익숙한 세대 속에서 진리라고 믿었던 것들이 하루 아침에 쓸모없는 것으로 변했을 때, 속았다는 기분이 들면서 ‘과연 영원불변한 것은 무엇인가’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동유가 다루고 있는 이미지는 모두 죽음과 깊은 연관이 있다. 유명 인사들의 얼굴 초상과 서양미술사의 특정 명화가 그가 다루는, 차용하는 이미지다. 죽었지만 죽지 않는 사람들이다. 여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불멸의 존재로 추앙되고 있는 신화적 존재, 스타들이다.

매일 10시간 이상 작업한다. 100호 크기 작품 한 점을 제작하는 데 30일 정도가 걸린다. "균열을 쌓아 시간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지난하고 고단한 붓질로 환생시킨 인물들은 시간성을 저항하면서도, 죽음에 대해, 사라짐에 대해서도 말을 건네는 '이중 그림'이다.

【서울=뉴시스】김동유, Sean Connery

【서울=뉴시스】김동유, Sean Connery


미술평론가 박영택은 “균열 효과와 더불어 작가가 구사하는 또 다른 장치는 동일한 그림을 연작으로 그린 후 채도를 단계적으로 낮추어가는 방식을 선택해 흡사 인물이 서서히 지워져 가거나 사라져가는 듯한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균열로 이루어진 크랙 시리즈는 시간의 속도와 그 흐름을 모방하는 일이자 이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게 해주는 방식”이라고 평했다.

서울 인사동 노화랑이 김동유를 초대했다. 4년만의 신작 개인전이 19일 노화랑에서 개막한다.

노화랑 노승진 대표는 "경기 불황이라고 하지만, 6.25동란때도 그림을 사는 사람이 있었다"면서 "김동유의 이번 신작전은 기계 만능시대에 오로지 붓과 물감만 사용하는 노동집약적인 작업이 신념 같은 작가의 면모를 다시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소품 부터 대작까지 150여점을 선보인다.

불타올랐던 '이중 초상'처럼 파괴력은 덜하지만 크랙 신작은 철학적인 품위를 보인다. 멀리서는 분명했던 이미지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갈라지고, 흐트러져 형태가 사라지는 그림은 권위와 명성의 허무함을 전한다. 분명하던 사실도 파헤쳐보면 수많은 거짓과 허구로 들어차 있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여주는 듯 하다. 전시는 30일까지.

【서울=뉴시스】김동유 모나리자, 균열로 그려진 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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