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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협상하러 간 英존슨, 성과 없이 조롱만…"헐크 아닌 겁쟁이"

등록 2019.09.17 10:3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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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존슨, 시위대에 쫓겨 기자회견장서 도망

EU "영국, 백스톱 대안 제시하라" 한 목소리

정작 존슨은 "논의 진전, 속도만 높이면 돼"

【룩셈부르크=AP/뉴시스】 자비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가 16일(현지시간) 홀로 총리궁 안뜰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서있다.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시위대의 조롱이 이어지자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2019.9.17.

【룩셈부르크=AP/뉴시스】 자비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가 16일(현지시간) 홀로 총리궁 안뜰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서있다.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시위대의 조롱이 이어지자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2019.9.17.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오는 10월  17일까지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타결하겠다며 호기롭게 룩셈부르크로 떠난 보리스 존슨 총리가 "겁쟁이"라는 조롱만 듣고 돌아갔다.

16일(현지시간)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관련 논의를 위해 룩셈부르크에서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오찬을 한 뒤 자비에르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와 연달아 회동했다.

오찬 장소에서부터 "꺼져라 보리스" "브렉시트는 개소리"라며 존슨 총리를 향해 야유하던 100여명의 시위대는 이날 오후 룩셈부르크 총리궁에서 베텔 총리와 회담을 마치고 나오는 존슨 총리를 향해 더욱 거센 조롱을 쏟아냈다.

결국 존슨 총리는 총리궁 안뜰에서 진행하기로 예정한 기자회견을 뒤로한 채 허둥지둥 밖으로 빠져나갔다.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던 베텔 총리는 서둘러 존슨 총리를 쫓아갔다가 혼자 기자회견장으로 돌아오는 등 혼란스러운 광경이 연출됐다.

베텔 총리는 자신의 옆에 있는 빈 연단을 가리키며 "존슨 총리는 시위대로 인해 기자회견에 불참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시위대에 손을 흔들며 "시위는 민주주의의 권리다. 서로 소통하고 듣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시위권을 옹호했다. 시위대들 사이에서는 "겁쟁이"라는 야유가 터져나왔다.

홀로 연단에 선 베텔 총리는 존슨 총리와의 회담에서 "며칠 전 신문에서 당신이 '(브렉시트 협상에) 큰 진전이 있다'고 언급한 것부터 헐크 (같은 브렉시트),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주장한 '제2 브렉시트 국민투표 방안'까지 읽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전날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영국을 슈퍼히어로 '헐크'에 비유하며 "헐크는 단단히 묶여있는 것처럼 보여도 항상 벗어난다"고 발언했다. BBC 등은 베텔 총리가 존슨 총리가 부재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를 언급한 것을 두고 분명한 조롱이라고 해석했다.

베텔 총리는 이어 "내가 '그 방안(국민투표)은 지금의 고착 상태를 벗어날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라고 물었더니 존슨 총리는 '제2 국민투표는 없다'고 답했다"고 말을 전했다.

베텔 총리는 "영국 정부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하지만 영국 내 정파에 따른 정치적 고려가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0월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날짜를 언급하며 "사람들은 6주 안에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아야 한다. 그들에게는 확실성과 안정성이 필요하다. 특정 정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그들의 미래를 볼모로 삼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모든 것은 존슨 총리에게 달렸다"고 영국 정부의 책임을 당부했다.

EU 집행위 역시 성명을 발표해 "융커 위원장은 존슨 총리에게 법적으로 운영 가능한 (브렉시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그의 책임이라고 말했다"며 "그러나 영국은 아직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영국 정부를 비난했다.

이는 룩셈부르크로 떠나기 전 "브렉시트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의 대한을 마련할 책임은 영국과 EU 양측 모두에게 있다"고 말한 존슨 총리의 주장과 어긋난다.

백스톱은 현재 영국과 EU의 브렉시트 협상 타결에 발목을 잡고 있는 조항이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국경에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하게 적용되는 '하드 보더'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EU 탈퇴 후에도 영국을 당분간 유럽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조치다.

존슨 총리는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마련한 '백스톱'과 관련해 "영국의 자치권을 박탈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한편 룩셈부르크 총리실에서 영국 대사관으로 몸을 피한 존슨 총리는 그곳에서 몇몇의 방송사들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브렉시트 협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분명 많은 소음이 나오고 우리의 요점은 흐려졌을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취소한 이유를 밝혔다.

존슨 총리는 이어 "융커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백스톱의 대안을 찾기 위한 많은 움직임이 있었다. 지금 우리는 지금까지 논의한 작업의 속도를 높일 단계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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