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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부산오페라하우스 기초공사, 문패 못 정해 '공연장' 혼선

등록 2019.09.18 10: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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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17일 부산시가 해양수도 관문인 북항의 새 랜드마크가 될 ‘부산오페라하우스’ 기초파일공사를 하고 있다. 2019.09.17.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17일 부산시가 해양수도 관문인 북항의 새 랜드마크가 될 ‘부산오페라하우스’ 기초파일공사를 하고 있다. 2019.09.17.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허상천 기자 = 가을 햇볕이 쏟아지는 18일 부산 북항에서 해양수도의 새 랜드마크가 될 ‘부산오페라하우스’ 기초 파일공사가 한창이다.
 
 부산시는 2008년 5월 롯데그룹과 오페라하우스 건립 기부약정을 체결한 이래 10년 만인 지난해 1월 시공업체를 선정하고 공사를 시작했으나 민선 7기가 들어서면서 공사 중단사태를 빚는 등 우여곡절 끝에 작년 11월 공사를 재개, 지하 기초공사를 하는 중이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북항 재개발 사업지 해양문화지구의 2만9542㎡ 대지에 지하2층·지상5층(연면적 5만1617㎡) 규모로 건립, 2022년 5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롯데그룹 기부금 1000억원을 포함해 25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 건립과 함께 역사문화벨트 조성사업 '북항의 기적'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북항의 오페라하우스를 중심으로 서남쪽은 원도심과 근현대역사자원을 활용한 역사문화벨트, 동북쪽에는 공연·전시·교육시설 자원을 연계한 창의문화벨트를 조성해 문화벨트 양날개의 중심 앵커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아직 제대로된 ‘문패’를 정하지 못한 채 공연장 규모와 실체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오페라 전용관으로 건립할지, 아니면 뮤지컬과 일반 공연까지 두루 가능토록 할 것인지 목표가 분명해야 필요한 시설을 설계하고 장비를 구축해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으면 시행착오로 인한 운영난을 물론이고 돌이킬 수 없는 예산낭비의 블랙홀이 될 위험이 크다.
 
 더욱이 개관준비를 제대로 하려면 적어도 3년 전 개관 작품을 선정하고 무대설치와 공연준비에 착수해야 하나 아직 건물 기초공사에 머물러 계획대로 추진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페라하우스, 어떻게 돼 가나
 
 부산의 미래 문화지형을 바꾸게 될 부산오페라하우스는 1800석 규모의 대극장과 300석 규모의 소극장을 비롯해 전시실·식음공간 등 편의시설을 갖추도록 설계했다.
 
 아울러 최고의 음향과 무대시설을 갖추고 오페라를 비롯한 발레·무용·뮤지컬·연극 등을 올릴 수 있는 동남권 최대 규모의 극공연 전문공연장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특히 오페라 공연에 적합한 대극장은 오페라 외에 발레, 무용 등의 공연도 가능한 극공연 전문공연장으로 설계하고, 이에 적합한 무대기계와 음향 등의 최신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오페라하우스는 기초파일공사 및 지하 터파기 공사가 진척돼 전체 공정률 약 5%를 보이고 있다. 파일 공사는 총 1830공 중 1250공을 지하 23m 깊이까지 박은데 이어 나머지 파일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올 연말까지 터파기 공사와 지하 2층 주차장 골조공사를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본격 건축물 골조공사와 전기·통신·소방·무대기계 공사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가 대형전문공연장으로서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건축물은 물론 무대장치와 조명·음향 등의 설계과정에서 분야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시공 과정에서도 설계사항이 정확하게 반영돨 수 있도록 관리감독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오페라하우스, 어떻게 운영될까
 
 【부산=뉴시스】 허상천 기자 = 부산시는 해양수도 관문인 북항의 새 랜드마크가 될 ‘부산오페라하우스’ 기초파일공사를 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2019.09.17. (조감도 = 부산시 제공) photo@newsis.com

【부산=뉴시스】 허상천 기자 = 부산시는 해양수도 관문인 북항의 새 랜드마크가 될 ‘부산오페라하우스’ 기초파일공사를 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2019.09.17. (조감도 = 부산시 제공) [email protected]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본격 운영에 돌입하면 부산의 문화지도뿐 아니라 동북아의 문화지도 자체가 바뀔 수 있다.
 
 환태평양의 중심에 위치한 부산시의 수변 친수공간에 세워지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국제크루즈터미널과 부산역환승센터 등을 연계한 교통요지에 터를 잡은만큼,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공연장으로 부상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을 갖췄다.
 
 아울러 옥상광장 등을 구비한 현대 공연장으로 새로운 문화 인프라를 구축해 수준 높은 문화공연을 기획하면 크루즈관광과 국제해양관광의 거점 문화시설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해양문화시설로 특화할 경우 해양수도 부산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다. 
 
 동남권역 시민들의 휴식공간과 공연예술 문화를 제공해 원도심 관광 활성화와 지역경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는 오페라하우스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지난 4월부터 문화기획·경영컨설팅 전문기관인 메타기획컨설팅이 수행하는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준비 및 관리운영 기본계획수립’ 용역이 마무리되는대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오페라하우스 운영조직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지난 4월에는 부산상공회의소 주도로 상공계·문화예술계·학계·언론·시민단체·의료계·공공단체 등 범시민이 참여하는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후원회’도 결성했다.
 
 부산시는 “부산항을 세계적인 미항으로 가꾸는 상징물이 될 것”이라며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주변 원도심 등과 연계해 부산만이 가질 수 있는 해양문화관광 루트로 개발하는 한편 지역의 문화예술 전문인력에게 일자리도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 오페라하우스, 무엇이 문제인가

 부산오페라하우스는 2012년 국제설계공모에서 노르웨이 스노헤타사와 일신설계 컨소시엄이 선정돼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설계를 완료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관계 전문가의 검토를 거쳤다.

 그러나 부산시는 오페라 전문 공연장의 장점과 함께 24시간 365일 모든 시민이 다양한 공연을 즐기고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부산형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두루뭉실한 계획에 그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전국 공연장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오페라하우스 운영협의체 기술분과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이 오페라하우스의 정체성과 오페라하우스의 설계 적정성을 문제 삼았다. 문화정책의 목표와 방향설정 없이 대형공연장을 건설하는데만 몰입해 문화에 대한 철학 부재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받았다.

제대로 된 오페라하우스를 지어야 한류 문화확산의 가성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오페라 경연이나 축제를 열려면 무대를 적어도 7~10개정도 들이고, 이들 무대를 신속하게 자동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춰야 한다. 본 무대에서 공연하는 동안 다음 공연팀이 무대 장식과 공연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무대장치나 의상을 제작, 공급할 수 있는 시설도 필수적이다. 공연무대만 있다면 의상과 무대장치를 모두 외부에서 만들어 공급할 경우 시간·경제적 손실이 큰 부담이 된다.

 시는 오페라하우스 공사가 초기단계이므로 보완할 부분이 있다면 지금이 바로 잡을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인 점을 감안해 전격 재검증 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제기된 설계 적정성 논란을 불식시키고 오페라하우스를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을 상징하는 세계적인 랜드마크 공연장으로 짓기 위해서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오페라하우스는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을 상징하는 세계적 랜드마크가 될 것이므로 더디더라도 제대로 지어야 한다”며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간다는 심정으로 재검증하고 시민들에게 진행상황을 상세히 보고해 시민과 함께 만드는 오페라하우스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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