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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사건 다룬 연극 '날보러와요'는?

등록 2019.09.19 08: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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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2월 초연

작연출 김광림 "갈수록 사실성 강화"

연극 '날 보러 와요'

연극 '날 보러 와요'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화성연쇄 살인사건' 유력 용의자가 30여년 만에 검거되면서 이를 다룬 문화계 콘텐츠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이다. 그런데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먼저 톺아본 건 연극이다. 극작가 김광림이 작연출한 '날 보러와요'다. 1996년 2월 극단 연우무대가 초연했다.

봉 감독은 이 연극을 원안으로 삼아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FM라디오를 이용한 수사, 형사 중심의 전개 등 부문에서 영감을 받았다.

화성연쇄 살인사건은 1986년 경기 화성군에서 벌어진 잇따라 강간 살인사건을 가리킨다. 각종 수사 기록을 갈아치운 사건이다. 투입된 경찰 연인원은, 200만여명으로 단일사건 가운데 최다였다. 수사대상자은 2만1280명, 지문대조는 4만116명이었다.

이 거대한 기록물 앞에서 김 극작가는 꼼꼼한 취재와 치밀한 구성으로 극작의 전범으로 통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진실 찾기가 핵심 주제로 국가 시스템의 문제 등의 곁가지도 잘 뻗어 있다.

소재의 잔혹성과 선정성, 괴기스러움 등이 미스터리적 구성을 띤다. 그러면서도 순간순간 인간적인 해프닝들로 인한 웃음으로 긴장과 이완을 오간다.

초연 직후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얻어냈다. 그 해 백상예술대상에서 희곡상과 신인상(이대연)의 영광을 안았다. 서울연극제에서는 작품상, 연기상·인기상(류태호)을 받았다. 권해효, 황석정, 송새벽, 진경, 최재웅 등의 배우들이 거쳐갔다.

영화는 사건을 추적하는 두 형사 사이의 갈등을 부각시켰다. 연극은 수사과정에서 형사들이 겪는 애환, 용의자 관련 에피소드들이 다양하게 담겼다.

김광림 극작가

김광림 극작가

UCLA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김 작가가 서울예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극작에서 기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한예종으로 옮기고 극작 커리큘럼을 짜면서 자신도 배워나갔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날보러와요'다.

초연 이후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약 10년 간 김 극작가가 연출을 맡았고, 고(故) 박광정이 작품을 지휘하기도 했다. 조연출을 맡았던 변정주가 2006년부터 이 연극의 연출을 주로 맡았다. 2016년 김 극작가가 다시 연출을 맡아, 신구 캐스팅을 나눠 20주년 기념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10여차례 공연됐고, 누적관객 수는 10만명을 돌파했다.

김 극작가는 20주년 기념 공연 당시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실제 사건'에 집중하면서 초반에 사실성이 강화돼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수록 관객들이 작품 자체의 재미에 더 많은 관심을 둬 연극성을 살렸다고 했다.

'날보러와요'는 최근 일본까지 진출했다.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도쿄 신국립극장에서 공연했고, 19~20일 오사카의 산케이홀로 옮겼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18일 해당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50대 남성을 특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유전자(DNA) 재감정을 의뢰했는데, 용의자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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