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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판 '살인의 추억'···장기미제사건을 소재로 한 외화들

등록 2019.09.19 16: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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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디악'

영화 '조디악'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특정되면서 이 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과 함께 장기미제사건 소재의 영화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에는 '이태원 살인사건', '재심', '그놈 목소리', '아이들…' 등 장기미제사건을 다룬 영화가 다수 개봉했다. 이중 '이태원 살인사건', '재심'의 모티브가 된 이태원 살인사건과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십수 년이 지나 진범이 검거됐다. 이에 반해 '그놈 목소리', '아이들…'의 이형호 유괴 살인사건과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은 여전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살인을 소재로 한 장기미제사건은 국내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여러 작품의 소재가 됐다. 이중 가장 유명한 작품 세 편을 살펴본다.

◇ 조디악

"친애하는 편집장께, 살인자가 보내는 바요… 나는 조디악 킬러다. 너희들은 나를 잡지 못한다…신문 1면에 이 암호를 내보내라. 이 암호는 곧 내 신원이다. 오후까지 암호를 신문에 내지 않으면 오늘 밤부터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를 것이다. 주말 내내 밤거리를 누비며 12명을 죽일 것이다."

1969년 8월1일, 샌프란시스코의 3대 신문사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 발레호 타임즈 헤럴드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이 편지에는 1968년 12월20일 허만 호숫가에서 총에 맞아 살해된 연인, 1969년 7월4일 블루 락 스프링스 골프코스에서 난사 당해 연인 중 남자만 살아남았던 사건이 자세하게 서술돼 있었다. 그가 편지에 적힌 단서들은 사건을 조사한 사람 혹은 범인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스어, 모스 부호, 날씨 기호, 알파벳, 해군 수신호, 점성술 기호 등 온갖 암호로 뒤범벅된 이 암호문을 풀기 위해 CIA와 FBI, NIA, 해군정보부, 국가안전보장국의 전문가들이 동원되지만 암호문을 풀지 못한다. 신문에 게재된 이후 어느 고등학교의 교사 부부가 암호를 풀어 범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삽화가이자 암호광인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런홀)가 1932년에 만들어진 영화 '가장 위험한 게임'을 참조해 살인의 숨겨진 동기를 해독하게 된다. 경찰은 범인이 자신의 별명을 '조디악'이라고 밝히자 그를 '조디악 킬러'라고 명명하고 수사에 착수한다.
베레사 호에서 범행 당시 살아남은 피해자인 브라이언 캘빈 하트넬의 증언에 따라 만들어진 '조디악'의 몽타주

베레사 호에서 범행 당시 살아남은 피해자인 브라이언 캘빈 하트넬의 증언에 따라 만들어진 '조디악'의 몽타주



조디악은 1960년대 후반에 미국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했던 연쇄살인범이다. 조디악은 1968년 12월에서 1969년 10월까지 베니샤, 발레조(바예호), 베레사 호,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5명을 살해했다. 그는 16세에서 29세 사이의 남자 네 명과 여자 세 명을 표적으로 삼았는데, 이 외에도 조디악의 희생자로 의심되는 경우가 존재하지만 그들을 살인자와 연결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한명의 연쇄살인마 때문에 1968년 말부터 약 9개월 동안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은 밤에 불안에 떨어야 했다. 조디악은 이후 수년간 사람들의 머릿속에 거의 신화에 가까운 인물로 그려졌다. 조디악이 전대미문의 악명을 떨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교묘하게 추적을 따돌리는 타고난 재능, 언론에 보낸 악의에 찬 뻔뻔한 편지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름끼치는 별명 때문이었다. 그가 보냈던 편지에는 총 네 개의 암호가 포함돼 있다. 그 중 셋은 아직 해독되지 않았다.

그의 신원은 40년이 넘게 흐른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 프롬 헬
영화 '프롬 헬'

영화 '프롬 헬'



2001년 개봉작이다. 1888년 런던의 뒷골목 화이트채플에서 젊은 창녀들이 한명씩 살해당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잔혹한 살인사건은 계속되고 전 도시는 공포에 빠진다. 꿈 속에서 범인을 감지하는 예지 능력을 지닌 조사관 '프레드 애벌린'(죠니 뎁)이 투입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힘이 살인마를 비호하고 있음을 알고 절망한다. 그러던 중 애벌린이 사랑하는 붉은 머리의 여인 '메리 켈리'(헤더 그레이엄)에게 시시각각 살인마의 손길이 뻗쳐 온다.

이 작품은 영국의 '잭 더 리퍼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잭 더 리퍼는 1888년 8월 31일부터 11월 9일에 걸쳐 영국 런던 이스트엔드 지역의 윤락가 화이트채플에서 최소 5명을 갈기갈기 찢어 살해한 연쇄살인범이다. 최소 5명이라고 서술한 이유는, 그의 유명세를 빌려 범인의 별명을 사칭한 모방범죄가 극심하게 발생하여 피해자 수가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셜록 홈즈 등의 추리물이 인기를 끌면서, 잭 더 리퍼 사건은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시민들이 보낸 어처구니 없는 조언이 들어있거나 범인을 사칭한 편지들이 경찰과 언론사에 쏟아질 정도였다. 그리고 사건이 미제로 종결되었음에도 범인을 특정하기 위한 노력과 빅토리아 시대 후기 사회사와 인물사에 대한 연구가 곁들어진 '리퍼학'까지 생겨났다. 그 뒤로 리퍼 사건은 여러 차례 만화, 뮤지컬, 영화, 게임 등에서 이야기 소재로 쓰이며 사건 자체가 하나의 산업이 됐다.

현재는 사건이 발생한 지 100년도 더 지난 시점이라 범인이 이미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완전한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았다.

◇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영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영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1974년의 1편을 시작으로, 근 40년 가까이 수 편의 리메이크를 포함해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 작품이다. 1973년 자동차 여행을 하며 텍사스 시골길을 달리던 5명의 젊은 남녀는 정신이 나간 듯 걷고 있는 한 여자를 우연히 만난다. 그 과정에서 여자는 권총으로 자살을 하고, 일행 한 명이 사라지게 된다.
 
이 작품은 '에드 기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플레인필드의 도살자'란 악명을 지닌 엽기 살인마 사건이다. 에드 기인은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텍사스의 한 작은 농장에서 태어나 상당히 폐쇄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났다. 어머니는 아들들이 여자를 멀리하게 하려고 농장일로 바쁘게 하였다. 알콜 중독자이던 아버지는 1940년 죽었으며 몇 년 뒤, 1944년 산불 화재를 진압하던 중에 형 헨리도 죽는다. 이 죽음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이 있으며 에드 기인의 첫 번째 살인이라는 가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몇 년 안에 그의 모든 가족이 죽자, 인체 해부와 나치의 강제수용소 실험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그는 특히 여성 해부에 상당히 관심을 가지게 된다. 농장에서 에드 기인은 성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매장된 어느 여자의 신문 기사를 보고는 그 시체를 파내기로 결심을 하게 된다. 그는 농장에 그냥 홀로 남겨진 채 무덤 도둑, 시체 애호가로 식인을 하며 지냈다. 또한 신체 일부들로 공예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영화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의 실제 인물 에드 기인의 초상화

영화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의 실제 인물 에드 기인의 초상화

연쇄살인사건은 살인자 에드 기인이 검거되며 끝난다. 사건은 범죄의 잔혹성 때문에 엄청난 사회 파장을 일으켰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살인 농장'을 구경하려고 플레인필드로 몰려들었으나, 결국 그의 집은 악의 집으로 간주한 플레인필드의 주민들에 의해 불태워졌다. 그는 1957년 크리스마스에 정신이상으로 판결 받고 워팬 주립 정신병원에 종신 수감된다. 이후 1984년 7월 26일 78세의 나이에 암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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