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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과 맞서는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사랑이란 뭘까?

등록 2019.09.19 21: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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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왼쪽), 윤혜리/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

이영진(왼쪽), 윤혜리/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일전에도 (영화로) 여러 가지 얘기를 했지만, 멜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사랑에 대한 저만의 정의를 내리고 싶었다. 결혼할 나이도 되고 하다 보니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을 하는 건지, 결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랑을 하는 건지' 등의 일상적 고민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에 퀴어 영화를 많이 보게 돼고, (사회에) 편견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제가 그 편견까지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들(성소수자들)이 느끼는 감정도 다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얘기를 하게 됐다."

김준식 감독은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의 제작 의도를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타 퀴어 영화와는 다를 수도 있다. 사랑이라는 단어로 떠오릴 수조차 어려울 캐릭터를 세팅하다 보니 해수와 예진의 이야기로 발전한 것 같다. 이 영화가 퀴어 영화로 비쳐져도 되지만, '우리가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랑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해줬으면 좋겠다'는 (메시지의) 일반 영화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영민은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보여주셨을 때 '소수자'에 초점을 맞춰 읽었는데, 감독님이 첫 미팅 때 '사랑'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많이 말씀하시더라. '감독님이 더 넓게 영화를 보시는구나' 싶어서 '사랑'이라는 것에 중점을 맞춰서 그것을 큰 줄기로 두고 캐릭터를 풀어나갔다"고 덧붙였다.
이영진/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

이영진/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는 '해수'(이영진)와 '예진'(윤혜리), '현우'(김영민)을 둘러싼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비밀을 간직한 채 파혼 후 소도시로 내려와 카페를 운영하는 '해수'(이영진)는 타인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여고생 '예진'(윤혜리)을 만난다. 둘은 같은 공간, 반복되는 만남 속에서 봄 햇살의 온기만큼 따스해지는 감정의 온도를 느낀다. 그녀들의 일상은 기적 같은 행복으로 바뀌고,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기쁨을 알게 된다. 서로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가던 그 때, 새로운 '상처'가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온다.

'나답게' 살고 싶어 남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선택한 '해수'는 이영진이 열연했다. 그녀의 생활은 언뜻 보면 잔잔해 보이지만 매일 여러 종류의 약들을 챙겨 먹고, 잘 때도 스카프를 풀지 못하는 모습이 불안해 보인다.

김 감독은 해수가 항상 스카프를 목에 두르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해수한테는 여러가지 트라우마가 있다. 그 트라우마 중에 마지막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의 마지막까지 스카프를 풀지 못한다. 아직 예진이에게 느꼈던 감정들을 확신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배우 김영민은 순수하고 적극적인 남자 '현우'를 분한다. 해수에게 첫 눈에 반한 현우는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다가간다. 해수와 시간을 보내며 점점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며 복잡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윤혜리(왼쪽), 이영진/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

윤혜리(왼쪽), 이영진/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


다가오는 사랑에 솔직한 여고생 '예진'은 윤혜리가 맡았다. 야무진 성격의 예진은 언젠가 누군가와 온전한 사랑을 주고받길 바라는 어느 10대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소녀다.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가 2년 전이다. 당시에는 '안 해 본 캐릭터네.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이후) 깊이 있게 받아들이고 나서는 이성애자로서 표현을 잘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어떤 사람이 특별히 좋아지는 것은 성별을 떠나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과 예진이가 해수 언니를 좋아하게 된 것에 엄청난 차이가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연기를 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의 기분과 연기에 임하면서 주안점을 두었던 부분에 대해 말했다.

이어 자신의 대학 시절과 현재 성소수자를 보는 시선에 대해 짚었다. "제가 여대를 다녔다. 여대 안에 실제로 그런 친구들(성소수자들)이 있었다. 제가 정말 좋게 생각하는 친구도 그런 성향을 갖고 있었다. 그 얘기를 저에게 해주며 비밀을 유지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표하더라. 그때 '아직은 그걸(성소수자들의 성적 지향) 말하면 안 되는 분위기구나'라는 걸 느꼈다. (말로는) 요즘에는 더 개방적이라고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개방된 시선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민/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

김영민/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

극중 예진은 미성년자다. 김 감독은 이러한 설정에 대해 "영화 속 설정(성소수자의 사랑)도 어렵지만, 성인과 미성년자의 사랑은 더 사실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감정이 일어나는 건 막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영화 '계절과 계절 사이'라는 제목은 '계절은 우리가 막을 수가 없다'라는 점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 감독은 "갑자기 추워지고 더워지고 하는 것들은 우리가 막을 수 없다. 그 계절을 받아들임으로써 강제되는 게 있다. 해수는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겨울을 맞는다. 계절 사이에 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3일 개봉, 98분, 15세 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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