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디지털혁신이 힘이다]제조업 위기…세계는 '플랫폼 비즈니스' 경쟁

등록 2019.09.21 08:01: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도요타·존디어·GE 등 글로벌 제조기업 '플랫폼 비즈니스' 시도

도요타, 전기차 '이팔레트'…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존디어, '마이 존디어' 플랫폼 도입…세계 1위 유지 원동력

GE, 제조업체→SW회사 변신…실패로 끝난 도전?

LG경제연구원 "제조업 위기…플랫폼 비즈니스 고민해야"

【서울=뉴시스】KAIST 녹색교통대학원은 11일 '2019 퓨처 모빌리티' 수상작을 발표했다. 11개국 16명의 자동차 전문 기자들은 3개월에 걸쳐 45종의 콘셉트카를 심사한 후 상용차 부문에서 토요타 e-팔레트(Palette)를 수상작에 선정했다. (사진/카이스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KAIST 녹색교통대학원은 11일 '2019 퓨처 모빌리티' 수상작을 발표했다. 11개국 16명의 자동차 전문 기자들은 3개월에 걸쳐 45종의 콘셉트카를 심사한 후 상용차 부문에서 토요타 e-팔레트(Palette)를 수상작에 선정했다. (사진/카이스트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해외의 전통 제조기업들이 4차산업 혁명 흐름에 맞춰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으로 성공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21일 LG경제연구원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제조기업들은 성장 가능성 및 기회 탐색의 일환으로 플랫폼을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해외 제조기업의 사례로 ▲일본의 자동차업체 도요타 ▲미국의 농업관련 중장비 제조업체 존 디어(John Deere) ▲미국의 전자기기 제조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이 대표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다양한 분야에서 플랫폼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성공하면서 플랫폼 형성과 유지 능력이 새로운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요타, 전기차 '이팔레트'…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2018년 포춘 글로벌 500에서 6위를 차지한 자동차업계 1위 도요타는 CES 2018에서 다목적 모듈식 전기차 '이팔레트(E-Palette)'를 선보이며 차량 제조사를 넘어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 기업으로 무게 중심 이동을 선언했다.

'이팔레트'는 커넥티드,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필요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목적 모듈식 전기차다. 이를 이동식 상점, 사무실, 레스토랑, 이벤트 부스 등으로 활용 할 수 있다.

도요타는 완전 자율 주행으로 운전자 조차 필요 없어진 상황에 사람들이 자동차를 이용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결과 자동차(car)가 아닌 이동(mobility)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플랫폼을 시도하고 있다.

도요타는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mobility service platform)을 주축으로 모빌리티 단말과 서비스를 통합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은 도요타 빅데이터 센터에 모인 차량 속도, 위치 등 다양한 운행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형태로 공개해서 서비스 혁신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팔레트'를 사용하는 기업들의 차량 상태, 운행 정보 등 차량 정보와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자의 이용행태 데이터 등을 분석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를 이용하는 기업도, 이용자도 늘어날 수 있다. 도요타가 그 중심에서 양쪽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도요타는 '이팔레트'를 통한 다양한 서비스 런칭을 위해 우버, 피자헛, 디디추싱, 아마존 등과 얼라이언스를 구성하는 등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존디어, '마이 존디어' 플랫폼 도입…세계 1위 유지 원동력 

세계 1위의 농업관련 중장비 제조업체인 미국의 존 디어(John Deere)는 단순히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을 활용해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루이빌=AP/뉴시스】2017년 10월27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포드 트럭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 2019.09.04.

【루이빌=AP/뉴시스】2017년 10월27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포드 트럭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모습. 2019.09.04.

존 디어는 농기계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농장에서 작업할 때 수집된 데이터와 기후나 토양의 질 등 외부 데이터를 같이 분석해 정보를 제공하며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수천 개의 농장에서 온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최적의 수확량을 얻기 위해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제안한다. 기계가 언제 어디서 멈출지를 예측해 다운타임(downtime)을 최소화하는데도 활용한다.

'팜사이트(farmsight)' 서비스는 농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작물을 언제 어디에 심는 것이 좋을 지 농부가 주도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존 디어는 이처럼 효과적으로 작물을 재배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농부에게 제공하고 농장 관리에 관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전달하는 것을 주된 비즈니스 역량으로 쌓아 나갔다.

존 디어는 '마이 존디어' 플랫폼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자와 기업에 오픈해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존 디어의 시가총액은 플랫폼을 도입한 이듬해인 5년 전 310억 달러에서 올해 430억 달러로 증가했다.

◇GE, 제조업체→SW회사 변신…실패로 끝난 도전?

미국의 대표 제조업체 GE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을 꾀했다.

GE는 산업인터넷 운영 플랫폼 '프레딕스'를 개발했다. 여러 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GE의 제트엔진, 가스터빈, MRI 스캐너 등의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이를 통해 운영 최적화를 달성할 수 있다.

2015년에는 모든 기업에 '프레딕스'를 전면 개방함으로써 산업용 앱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앱을 빠른 시간 안에 개발해 운영할 수 있었다. 공개 이후 약 2만2000여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250개 이상 빅데이터 관련 앱을 개발했고, GE는 400곳 이상의 파트너와 협업해 생태계를 구축했다.

GE라는 거대 제조기업의 시도는 세상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GE가 올해 7월 디지털 사업부 매각 작업을 위한 투자은행 선정을 완료하면서 GE의 변신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 전환보다는 기존 모델에 단지 기술을 더한 실행에 가까웠다는 평가와 장기적인 전략 목표보다 단기 매출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 등이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LG경제연구원은 "플랫폼 비즈니스는 양면 시장이 형성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시장이 형성되더라도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기까지 기나긴 기다림이 필요하다"며 "플랫폼 비즈니스의 원리를 간과하고 출시된 지 3년 만에 매출을 따진 기존 관행으로 플랫폼 비즈니스 전환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거대 제조기업의 플랫폼 시도 실패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라고 전했다.


【안산=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경기 안산시 스마트제조혁신센터에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2019.06.19.  pak7130@newsis.com

【안산=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경기 안산시 스마트제조혁신센터에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2019.06.19.  [email protected]

◇"제조업 위기…플랫폼 비즈니스 고민해야"

<탈규모 시대의 제조업, '플랫폼 비즈니스'로 도약한다>라는 리포트를 작성한 LG경제연구원의 황혜정 연구원은 "제조기업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고민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첫 번째 이유는 제조업이 겪고 있는 위기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제품 기능과 디자인 차별화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결국 핵심 경쟁력이 가격으로 귀결된다는 뜻이다.

황 연구원은 "제품의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조업은 생산과 운영의 효율성 향상을 통한 비용 절감에 집중하게 되어 제조업 경쟁력은 점차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디지털 기술이 제품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제품의 확장된 기능과 제품에서 생성되는 정보가 새로운 경쟁의 시대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제조와 판매만으로 가치를 창출한다는 생각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더불어 "소비자는 점점 더 자신들의 필요에 딱 들어맞는 개인화되고 맞춤화된 제품을 찾고 있다. 더 이상 대량 생산으로는 시장을 만족시키기 어렵게 된 것"이라며 "제조업은 가치 창출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고 지금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도 최적의 위치를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조기업이 플랫폼을 고민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더 나은 고객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다.

황 연구원은 "경쟁사보다 더 나은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선택되는 것은 불변의 진리"라며 "데이터가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큰 영향을 미칠 가까운 미래에는 혁신적 플랫폼과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가지고 등장하는 새로운 플레이어들에게 전통 제조업체들은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일 기업이 만들어 내는 제품만으로는 앞으로 고객이 원하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 선도 제조 기업은 플랫폼을 자사 비즈니스에 접목시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이는 성장 기회와 혁신의 가능성을 탐색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조업에 플랫폼을 접목하려면 먼저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 가능한 영역이 있는지 확인하고, 하이브리드 모델로 시작해야 한다"면서 "제조업에서 훌륭한 플랫폼은 훌륭한 제품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 후 플랫폼 비즈니스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