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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 악뮤! "지루할 수 있겠지만···"

등록 2019.09.25 17:48:45수정 2019.10.07 09: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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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2개월만에 정규 3집 '항해'

이찬혁 지난 5월 해병대 전역 이후 첫 앨범

YG 소속 "팬들 걱정은 알지만···"

악뮤 ⓒYG엔터테인먼트

악뮤 ⓒYG엔터테인먼트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사람이 조금 지루해보일 수 있을 것 같은데···."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AKMU·악뮤)의 오빠 이찬혁(23)은 25일 신사동 CGV청담씨네시티에서 열린 정규 3집 '항해'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지루"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하며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철학 쪽으로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자유에 대한 말, 환경에 대한 말을 비롯해 기존 한국 가요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소재를 사용하려고 했어요. 일상 가운데서는 많이 사용되는 소재인데 말이죠."

지난 5월 해병대를 전역한 이찬혁은 지난 2년간 자신이 이상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지루하기는커녕 그 생각의 심연에 더 빠져들게 된다. "현실적인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너는 꿈꾸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 분들과 타협점을 맺고자 하는 것이 아니에요. 저와 같은 꿈을 지향하는 사람이 가끔 한명쯤은 있어야 하다고 생각했죠."

이찬혁이 지루할 것 같다는 걱정을 하면서도 자유, 환경,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다. "거창하게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열명 중 한명이라도 이런 말을 지속적으로 해주면, 열명 중 준비된 어느 누군가가 한발 더 내디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악뮤는 2017년 7월 '서머 에피소드' 이후 2년2개월 만에 발표하는 이번 앨범에서 제목 '항해'처럼, 저 넓은 바다로 항해를 떠난다. 타이틀곡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를 비롯해 '뱃노래', '물 만난 물고기', '달' '프리덤(FREEDOM)', '더 사랑해줄걸', '고래', '밤 끝없는 밤', '작별 인사', '시간을 갖자' 등 수록된 10곡을 거칠게 묶을 수 있는 정서의 키워드는 '이별'이다.

이찬혁이 항구를 떠난 배 위에서 한달 간 대부분의 곡을 썼기 때문이다. "기타도 없는 환경에서 수첩과 볼펜만으로 곡을 썼어요. 녹음기도 없으니 계속 달달 외우는 방법밖에 없었죠."

악동뮤지션? 악뮤! "지루할 수 있겠지만···"

이번 앨범에서 또 주요 모티브로 삼은 것은 고래다. 앨범 속 '고래'라는 곡에서 악뮤는 고래를 향해 "적어도 바다는 네가 가졌으면 좋겠어"라고 노래한다. 그 고래는 누구일까? 악뮤일수도 또는 이름 모를 어느 대중일 수도 있다.

"2년 동안 가치에 대해 찾아가는 꼴은 있었는데 제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어요. 그것이 제 것이 될 수 없고, 그걸 발전시켜야 하는 문제가 있었죠. 고래는 상징적인 거예요. 고래는 바다의 주인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멸종 위기에 있고. 인간이 뻬앗은 것에 대해 노래를 한 것 같은데 해석의 여지를 주고 싶어서 확실하게 정의하고 싶지는 않아요."

군 복무가 이찬혁이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줬을까. "여러 가지 적응할 수 없는 환경도 실제 있었고, 그 환경들이 물론 아시겠지만 납득이 안 되는 상황도 분명 있었어요. 일반 대부분의 나이대가 겪는 위계질서의 시스템을 처음 겪어봤는데 늦은 계급자가 표현을 하는 방법도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 중에 하나였죠. 제가 처한 상황, 나이에 맞게 음악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음악, 환경 자체도 항해죠. 앞으로도 여행이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요."

새 앨범과 함께 이찬혁은 생애 첫 소설 '물 만난 물고기'를 써냈다. 앨범 발매와 나란히 출간된다. '항해'와 연계성을 띈 이 소설을 통해 이찬혁이 담고자 한 세계관을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다. 이찬혁이 스스로 정의한 또 '지루한 이야기'.

"우주적인 관점에서 시대, 유행을 타지 않은 멋스런 가치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어요. 유행이 바뀌고, 혁명이 일어나도 초월해서 변하지 않은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죠. 그것은 '성숙'이었죠. 제가 말 주변이 없어 그것을 표현하려면 책, 음악이 필요했고 그 속에 다 담아내려고 했어요."

오빠가 이만큼 성장하는 동안 동생 이수현(20)도 나름의 항해를 통해 무럭무럭 자라났다. KBS 쿨 FM '악동뮤지션 수현의 볼륨을 높여요' DJ로 청취자들을 만나고 있고 종합편성채널 JTBC '슈퍼밴드' 심사위원으로 활약했고, 같은 방송사 '비긴어게인3'에도 나왔다.

악동뮤지션? 악뮤! "지루할 수 있겠지만···"

이수현은 "오빠랑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를 준비하면서 성장해 있는 악뮤가 되자고 약속했다"면서 "각자 있는 자리에서 스스로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노력을 했고, 보컬 스킬뿐만 아니라 감정 표현에 대해서도 공부를 많이 했어요"라고 했다.

악뮤는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의 크기가 커졌다고 했다. 특히 이수현은 "솔로 앨범을 오빠가 없는데도 겁도 없이 준비했는데 힘든 일이 많았어요. 오빠의 소중함을 느꼈고, 오빠가 노래를 잘 쓴다는 것도 깨닫게 됐죠"라고 했다. 이수현은 오빠를 존중하지 않았던 마음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직접 손글씨로 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했다.

이찬혁은 그 편지를 받고 "어색하지만 존경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남매라는 포지션이 서로를 인정해주기 어려운 관계이지 않나 싶어요. 수현이가 편지로 자신의 어려움을 고백하고 먼저 인정하는 것이 고마웠어요. 수현이를 아티스트로 존중해주는 계기가 됐죠."

이수현은 "어느 남매가 이런 생각을 할까요? 인정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부부가 겪는 것이라던데"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선교를 하는 부모를 따라 몽골에서 생활하기도 한 악동뮤지션은 2013년 SBS TV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 2'에서 우승하면서 주목 받았다. 이후 2014년 YG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고 낸 데뷔 정규앨범 '플레이'가 대박이 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이찬혁이 작사·작곡한 모든 곡은 담백하고 따듯한 멜로디와 함께 순수한 노랫말로 큰 인기를 누렸다. 악뮤는 경험을 통한 성장을 음악에 가장 잘 녹여내는 팀으로, 이들이 발표한 음악을 순서대로 듣고 있으면 자연스레 성장서사가 보인다. ‘플레이’에서는 순수한 마음이 깃든 즐거운 음악, 2016년 상하로 나눠 발매한 정규2집 '사춘기'에서는 한뼘 더 성장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악동뮤지션? 악뮤! "지루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이번 앨범은 그간 군 복무로 인해 할말이 많이 쌓였던 이찬혁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이 담겼다. 이수현은 "이번 앨범은 오빠의 생각과 오빠의 초점이 많이 들어간 오빠의 이야기"라면서 "저는 오빠가 없는 동안 음악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는데 오빠는 그럴 기회가 없었잖아요. 이번에 많이 맞춰주고 배려하려고 했습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겪다 보니 그 안에서 자신의 것도 생겼다. 이수현은 "저의 것이 돼 가는 과정을 겪은 거예요. 결국에는 악뮤의 것이었습니다"라고 긍정했다.  

악동뮤지션의 악동의 한자는 즐거울 락(樂), 아이 동(童)을 사용한다. 이수현마저 올해 만 스무살이 되면서 둘 다 성인이 됐다. 악동이라는 말 자체가 음악을 표현하는데 제한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이번부터 팀 이름말의 줄임말인 '악뮤'를 밀고 있다.

두 남매는 이렇게 성장해가고 있다. 둘 다 각자 솔로 앨범을 준비해나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수현은 "커가면서 서로 성향이 많이 달라져 가고 있어요. 음악이나 취향, 방향성도 마찬가지죠. 악뮤는 둘의 중간점이죠.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앨범을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내는 것이 목표에요"라고 말했다.

YG가 갖은 구설에 휘말리면서 일부 팬들은 악뮤에게 이 회사에서 나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찬혁은 "팬들이 걱정을 해주시는 부분을 이해하고, 고민하고 있겠지만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좋은 분들"이라고 했다.

"매일 같이 밤새고 같이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어요. 당장은 그런 행복한 시간들을 통해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보여드리는데 시간을 쓰고 싶어요. 1집 때부터 실제로 저희가 하고 싶은 것을 다할 수 있게 지원을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한편 악뮤는 29일 오후 7시30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야외 청음회 '가을밤의 항해'를 연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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