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소설가 현기영 "불편한 진실, 작가가 감당해야 할 영역"
'2019 예테보리 도서전' 초청
"사회 갈등, 자기 문학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현기영 작가 ⓒ대한출판문화협회
민족문학의 거장 현기영(78)의 '2019 예테보리 도서전' 참가 소감이다.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대한민국·양성평등·미디어와 정보 해독력이다. 주빈국으로 참여한 우리나라는 '인간과 인간성'을 주제로 다양한 세미나·작가 행사·전시 등을 열었다.
현 작가는 "우리나라가 '인간과 인간성'이라는 주제를 잘 선정했다"고 평했다. "인간은 스스로를 존엄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 책을 만들어왔다. 우리나라 국민이 갖고 있는 경험이 스웨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과 로컬의 결합이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또 "스웨덴은 양성평등이 잘 이뤄지고 있다"며 "여성들의 사회 지도층 비율도 높았다. 성소수자도 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제도적으로 그런 것을 보고 감명깊었다"고 말했다. "놀라운 것은 경제적 평등문제다. 한국사회는 빈부격차,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이다. 스웨덴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이번 도서전을 계기로 한국의 많은 문학작품이 스웨덴에 소개될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나라 독서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인데, 스웨덴 국민이 독서를 많이 하는 것이 놀라웠다"며 "스웨덴 문학의 수준도 상당히 높았다. 스웨덴 국민이 한국 문학에 친숙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문학이라는 게 그렇다.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서로 공감하는 바가 있다. 서울이나 스톡홀름이나 비슷한 패턴의 삶을 살고 있다. 한국문학은 글로벌한 도시적 감수성과 더불어 남다른 정치적 환경이 있다. 민주화 운동을 실현시키고 전쟁을 겪은 게 녹아 들어갔다. 정치적 격랑이 없었던 국가에서 이색적으로 볼 부분이다."
소설을 쓴 것이 아니라 소설을 살아온 작가다. '순이 삼촌'은 금기시됐던 1978년 북촌리 학살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제주 4·3사건을 최초로 세상에 알리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지만 수난이 컸다. 1979년 군 정보기관에 연행돼 고문을 받고 필화의 고통까지 겪었다.
현 작가는 "등단했을 때 4·3사건을 문학의 주종목으로 할 생각은 없었다. 순수문학을 꿈꿨다"며 "작가로서 4·3 이야기를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냥 슬픔이 아니라 처절한 슬픔이다. 문학에서 다루는 슬픔은 견딜 수 있어야 하는데, 이건 견딜 수 없는 슬픔이었다. 4·3 사건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요즘 말로 불편한 진실이었다. 엄청난 참사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불편했다. 너무 힘들어서 다른 걸 쓰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4·3은 내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을 위로하는 무당을 자처하고 있다. 다른 것을 쓰기 그렇다. 현재 4·3 사건을 다룬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후배 작가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삶의 내공이 느껴지는 답변을 내놓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의무를 진다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은 발언 기회가 없지만, 작가는 대중을 향해서 발언할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이 있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가 갖고 있는 갈등을 자기 문학으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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