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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불혹' 장우혁, 상의 탈의한 이유···쉰살까지 댄스가수

등록 2019.10.02 14: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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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솔로활동 재개

96년에 데뷔한 베테랑, 96년생 안무가에게 안무 받아

'H.O.T는 문화적 현상"

장우혁 ⓒWH크레이티브

장우혁 ⓒWH크레이티브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장우혁(41)이 상의를 탈의하자 객석에서 벼락같은 환호가 쏟아졌다. 지난달 20~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그룹 'H.O.T'가 펼친 콘서트 현장. 장우혁의 매끈한 근육은 20대 전성기 시절 못지않았다. 

아직 그날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1일 오후 강남역에서 만난 장우혁은 "성공과 실패에 (특히) 취약한 포지션의 퍼포먼스 가수라 연차가 오래 되다 보니, 굴레에서 벗어나 더 나은 퍼포먼스를 어떻게 하면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1세대 아이돌 그룹인 H.O.T 출신의 장우혁은 자신이 댄스가수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고 있었다. 해체 17년 만인 지난해 H.O.T가 다시 뭉쳐 무대에 오른 뒤 "상의를 벗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유다. 1년만에 다시 연 최근 콘서트 때 "완벽한 몸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단지 '아직 나 살아 있다'라는 식의 객기가 아니다. 댄스가수로서 자기 관리가 되고 있다는 일종의 몸으로서 증명이었던 셈이다. "마음을 먹고 운동을 해나가면서 솔로곡 준비도 했죠."

사실 장우혁의 솔로 활동의 시계는 2011년 멈춰 있었다. 당시 발표한 곡 제목도 '시간이 멈춘 날'이었다. DJ 등 다른 활동만 했다. 지난해 H.O.T 콘서트 이후 "본업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팬들의 성원이 이어졌다.

"신곡을 발표해서 1위를 하려는 것이 아니에요. 제가 음악방송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고 춤 출 때 팬들이 '사랑해요 장우혁'을 외쳤으면 했어요. 그런 공간을 다시 마련하고 싶었습니다"라며 씨익 웃었다.

용기를 내 8년 만에 솔로 활동을 시작한 이유다. 지난달 3일 싱글 '스테이'를 발매했고, 이달 4일 감각적인 그루브가 모던한 '위캔드(WEEKAND)'를 공개한다.
 
민트색 머리가 유독 잘 어울리는 장우혁의 불혹은 스스로에게 미혹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손꼽히는 춤꾼인데 몸뿐만 아니라 귀와 생각도 열려 있다. "제가 1996년 데뷔했는데 이번 '위캔드'의 안무는 96년생 안무가에게 받았어요.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거든요. 저도 어떤 모습이 나올 지 조마조마했죠."

[인터뷰]'불혹' 장우혁, 상의 탈의한 이유···쉰살까지 댄스가수

사실 20년 넘게 활동하며 일가를 이룬 춤꾼 뮤지션이 자신의 것을 버리고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장우혁도 "안무를 처음 받고 3일이면 다 소화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안 돼서 놀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죠. '이상하다. 왜 안 돼지'라는 생각도 들고요. 우리 때는 바운스를 주지 않으면 '못 추는 춤'이었는데, 요즘은 바운스를 주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바운스를 주지 않고 추니까 멋있더라고요. 값진 경험을 했어요. 다른 것을 멋있게 흡수하는 방향에 대해 공부를 했죠."

이번 '위캔드'의 작곡가들도 90년생이었다. "녹음하는 방식도 다 달라졌어요. 저희 때는 녹음실 안에서 격렬하게 부르고 움직이며 '땀 좀 뺐다'는 생각이 들어야 녹음을 잘 했다는 생각을 해서 그렇게 했는데 젊은 친구들이 ‘별로’라는 거예요. 하하. '너무 90년대 같다'는 거죠. 대충 부른 뒤 '이렇게 녹음을 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자연스럽다' '잘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더 들어보니까 멋있더라고요. 젊은 친구들 앞에서는 말을 줄이고 밥은 잘 사주고 해야 됩니다. 하하."

솔로로서 방송 출연도 앞둔 장우혁은 오랜만에 다시 신인이 된 기분이라고 설레했다. "모든 음악방송에 나가요. (아이돌이 출연하는 음악예능 프로그램) '주간아이돌'도 촬영했고요. '아리랑 TV' 녹화도 했어요. 11월 중순과 12월 말 사이에는 솔로 콘서트도 엽니다."

잘 늙어가는 선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꼰대가 될 수 있는 스타임에도, 자세를 낮춰 후배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실행한다. 또 부침이 심한 가요계, 그 중에서 사건사고를 많이 겪는 아이돌로 20여년 살아오면서 장우혁은 큰 구설 한번 없었다.

"프로니까요. 일은 일이고 아닌 것 아니죠. 제가 앞장서면 예전 감성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노력을 해서 지금의 감성까지 얻어야 한다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야죠. 요즘 브랜드끼리 믹스 매치하거나 협업하는 경우도 많이 나오잖아요. 냉정하게 보려고 최선을 다해요. 무엇보다 팬을 위한 결과물이 나와야 하니, 제게 함몰돼 제 욕심만 부리는 것은 안 맞죠. 멋있게 늙어간다기보다는 열심히 살려고 최선을 다해서 노력 중입니다."
 
댄스가수의 생명력은 얼마나 될까.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솔로 댄스가수는 찾아보기 힘듷다. 그래서 예측하기가 힘들다. 장우혁은 "얼마남지 않은 것 같은데 의사 분이 판단을 해주실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인터뷰]'불혹' 장우혁, 상의 탈의한 이유···쉰살까지 댄스가수


일단 장우혁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자기 관리다. 특히 보기보다 살이 잘 찌고 몸이 약한 체질인 장우혁은 남보다 배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 자신이 그렇지 않음에도 ‘바른 생활의 사나이’처럼 보이는 것도 역시 이런 노력과 절제 때문이라고 했다.
 
"담배를 피면 몸이 많이 아파요. 술도 마셔요. 충분히 마실 수 있지만 다음날 너무 몸이 아프죠. 제가 기관지도 좋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주변 시스템을 건강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야 해요. 집에 있는 음식도 사과, 견과류, 닭가슴살만 비치해둔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적응이 되니 생활이 되더라고요. 쉰살까지는 댄스가수 욕심을 내고 싶어요."

사실 장우혁은 H.O.T 멤버들 중에서 가장 반항적인 또는 저항적인 멤버로 통했다. "아~ 니가니가니가 뭔데" 식의 샤우팅 랩과 강렬한 독무는 주로 그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순둥이, 모범 선배로 통한다.

"도가 지나치지 않은 행동의 범위 안에 있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한 부분은 있는데 시간이 지나 그런 평가를 받게 되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일단 후배들이 뭔가 일이 생겼을 때 참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면 다 알아주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절약도 중요해요. 저희 같은 계약직 프리랜서에게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야 나중에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어요."

H.O.T는 팬클럽 문화의 원형을 만든 것으로 통한다. H.O.T의 팬덤 '클럽 H.O.T'는 풍선, 또래 문화, 오프라인 스케줄과 지역 팬클럽 회장을 기점으로 한 단결 등을 만들어냈다. 현재 이돌 팬클럽의 거의 모든 행동 양식의 원형을 수립한 사람들이다.

당시만 해도 아이돌 그룹과 아이돌 팬을 좋지 않게 보는 사회적 시선 앞에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지난해와 작년의 H.O.T 콘서트 분위기가 여전히 뜨겁고 일사불란했던 이유다.

[인터뷰]'불혹' 장우혁, 상의 탈의한 이유···쉰살까지 댄스가수

장우혁은 "H.O.T 콘서트를 하면 타임머신을 탄 듯한 기분이 든다"며 즐거워했다. "다섯 명이 모인 힘이 여전하죠. 다시 콘서트를 열거나 다섯 명이서 무엇을 할 계획은 아직까지 없어요. H.O.T 활동에 대한 멤버들의 의지는 다 있어요."

자신들과 비슷한 시기에 전성기를 보낸 그룹 '핑클' 멤버들이 JTBC '캠핑클럽'을 통해 다시 모여서 추억을 나누고 만드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핑클이 '캠핑클럽'을 통해 선보인 팬미팅 무대의 댄서들과 H.O.T의 댄서들이 같아서 '캠핑클럽' 관련 후일담도 들을 수 있었다. "저랑 동갑인 댄서분이 하시는 말이 감회가 새롭고 신기하다는 거예요."

최근 유튜브 등에는 '온라인탑골공원'라는 타이틀의 콘텐츠가 인기다. 90년대 가수들의 무대를 공유하는 것인데, 기존 세대의 향수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대가 90년대 가수의 팬층으로 유입되는 현상도 빚어진다.

특히 H.O.T의 팬은 대물림 현상까지 나온다. 이번 H.O.T 콘서트에는 예닐곱 살이 돼 보이는 어린이들 관람객도 꽤 눈에 띄었는데 엄마를 따라 온 것뿐 아니라 유치원에서 재롱잔치 때 H.O.T의 대표곡 '캔디'로 장기자랑을 했다며 이 팀의 팬을 자처했다. 엄마뿐 아니라 유치원 선생님도 H.O.T 팬이라는 것이다.

장우혁은 "주입식이기는 한데···"라며 껄껄거렸다. "그래도 진짜 싫거나 공감하기 어려우면 콘서트에 오지도 않았겠죠. 제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는데 다섯 살 팬도 생겼어요. 뭉클하더라고요."

사실 H.O.T는 문화 현상이었다. 국내에 국한되지 않았다. 1990년대 중국이 문호를 개방하면서 H.O.T가 현지에 진출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내기도 했다. 그 당시 팬들 역시 H.O.T는 단순히 가수가 아닌 사회현상과 맞물린 자신들 삶의 일부였다. 지금까지 한국 콘서트에 중국 팬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제 자랑이 아니에요. H.O.T는 정말 문화적으로 사회를 움직이는 부분이 있었죠. 중국팬들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고요. 아직까지 저희를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하죠."

장우혁은 과거로부터 이어진 영광에만 안주하지 않는다. "요즘 후배들 보니까 유럽뿐 아니라 남아메리카에서도 공연하더라고요. 저 역시 유럽, 남아메리카 같은 곳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그곳에 팬들이 있다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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