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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티베탄 뉴웨이브'의 시작···'풍선'의 페마 체덴 감독

등록 2019.10.08 17:4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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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조수정 기자 =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영화 '풍선' 페마 체덴(Wanma Caidan, 萬瑪才旦) 감독이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0.06.chocrystal@newsis.com

【부산=뉴시스】조수정 기자 =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영화 '풍선' 페마 체덴(Wanma Caidan, 萬瑪才旦) 감독이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티베트를 대표하는 감독 페마 체덴이 이번에는 흥미진진한 가족 영화 '풍선'으로 돌아왔다.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 후보로 올랐던 이 작품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의 창 부문에 초청됐다.

체덴 감독은 자신이 낯설 한국 관객에게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했다.

"이름은 페마 체덴이고, 티베트 사람이다. 각본가 겸 감독이다. 소설도 쓰고 있다. 영화보다 소설을 더 많이 썼다. '사이언스 스톤'이라는 작품은 만다린, 한국어 등 다국어로 번역돼 출판되기도 했다. 감독으로는 2005년에 데뷔작을 찍었다. 그리고 2006년에 처음 부산국제영화제에 왔다. 제 영화 대부분은 티베트어로 찍었고, 소설도 티베트어로 썼다. '풍선'은 내가 티베트어로 만든 7번째 영화다."

그는 자기소개부터 인터뷰 내내 티베트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 작품 '풍선' 또한 티베트 초원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 '풍선'은 티베트 초원에서 연로한 아버지, 세 아들과 함께 사는 다제와 드롤카 부부가 콘돔을 얻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다.
【부산=뉴시스】조수정 기자 =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영화 '풍선' 페마 체덴(Wanma Caidan, 萬瑪才旦) 감독이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0.06.chocrystal@newsis.com

【부산=뉴시스】조수정 기자 =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영화 '풍선' 페마 체덴(Wanma Caidan, 萬瑪才旦) 감독이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풍선'은 중의적 의미를 지닌다. 체덴 감독은 "아이들이 쓰는 '풍선'과 '콘돔'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풍선은 아이들의 세계와 연결돼 있고, 콘돔은 어른들의 세계와 연결돼 있다"라며 "1990년대 초에 중국에 한 자녀 정책이 있었다. 티베트인은 세 명까지 자녀를 낳을 수 있었다. 그 정책을 기반으로 한 영화다. 또한 불교적인 믿음의 요소도 담겨 있다. 가장 중요한 개념은 불교에서 중요한 '환생'이다. 불교와 한 자녀 정책, 티베트의 문화가 연결돼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영화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구체적인 설명을 더했다. "극 중 할아버지가 죽고 나서, 아이들이 풍선처럼 콘돔을 가지고 논다. 근데 그러다 보니 엄마가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된다. 달라이라마의 가르침으로 봤을 때 임신하게 된 아이는 할아버지의 환생이다. 딜레마에 빠진 어머니가 결정을 해야 하는 그런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체덴 감독은 "비판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좀 더 객관적인 관찰의 시선이라고 볼 수 있다. 현실 시대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예전에는 이런 주제로 만들기가 어려웠다면, 요즘에는 이런 주제로 영화를 만들기가 쉬워졌다"라고 말했다.
【부산=뉴시스】조수정 기자 =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영화 '풍선' 페마 체덴(Wanma Caidan, 萬瑪才旦) 감독이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9.10.06.chocrystal@newsis.com

【부산=뉴시스】조수정 기자 =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 영화 '풍선' 페마 체덴(Wanma Caidan, 萬瑪才旦) 감독이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최근 중국에는 '티베탄 뉴웨이브'라는 흐름이 생겨났다. 중국 내 티베트 지역에서 부는 영화 열풍을 뜻한다. 비평가들에 따르면, 그 흐름의 시초가 바로 페마 체덴 감독이다.

그는 티베트 영화를 만들고 싶은 열망에 평생 직장인 초등학교 선생을 그만두고 30대 중반의 나이에 베이징 필름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그는 그곳에서 감독 과정을 밟은 최초의 티베트인이었다. 그는 학부 시절 문학을 전공한 만큼 영화에 관한 기본지식이 없었다. 그 때문에 당시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체덴 감독은 앞으로 자신이 밟았던 길을 따라올 후배들이 자신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기를 바랐다.

"나로 인해 점점 더 많은 티베트 학생들이 영화를 배우려 하고 있다. 나와 함께 일했던 스태프들도 감독이 되려고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적인 교육도 해주고 있고, 모임도 만들어 운영 중이다. 공통의 목표는 모든 스태프가 티베트 사람들로 구성된 티베트어 영화, 순수한 티베트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영화 '풍선' 포스터 2019.10.08 nam_jh@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영화 '풍선' 포스터 2019.10.08 [email protected]

티베탄 웨이브의 시작은 그의 2005년작 '성스러운 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이 작품이 중국 영화인들이 선정하는 가장 저명한 상인 골든카우상을 받은 때다. 이 상이 체덴과 티베트인들에게 특별한 이유는 중국 영화 100년 역사에서 순수 티베트 영화 중 최초로 골든카우상을 거머쥔 사실 때문이었다. 

당시 이 사건은 중국 전역에서 이슈가 될 만큼 상징적인 일이었다.

"이전에는 티베트 영화도 한족들이 만드는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내용도 이데올로기를 다루는 영화가 많았다. 티베트인들이 보기에는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이상적으로만 보여졌다. 진짜 티베트 삶에 가깝게 있는 영화는 없었다. 제가 감독이 되서 진짜 티베트 영화를 만들어야 겠다고 다짐한 계기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도 티베트 영화에 대한 애정을 내려놓지 않았다. 체덴 감독은 "한국 영화를 좋아한다. 2006년에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 관객들에게 너무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국사람들이 자국 영화를 너무 사랑하는 걸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국 관객이 티베트 영화에도 주목해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풍선'은 9일과 11일에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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