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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참여 홍콩 대학생 "경찰에 성폭력 당해"…15세 소녀 주검에도 의혹 가중(종합)

등록 2019.10.12 01: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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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명문대 간담회서 "어두운 방에서 당했다" 주장

"도마 위에서 썰리는 고기가 된 것 같았다" 증언해

'홍콩 경찰, 시위대 성폭행 후 살해' 소문 증폭돼

【서울=뉴시스】홍콩의 명문대학인 중문대의 학생인 소니아 응(사진)은 10일 밤 열린 대학 당국과의 간담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경찰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공개 고발했다. (사진=트위터 캡처) 2019.10.12.

【서울=뉴시스】홍콩의 명문대학인 중문대의 학생인 소니아 응(사진)은 10일 밤 열린 대학 당국과의 간담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경찰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공개 고발했다. (사진=트위터 캡처) 2019.10.12.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네 달째 계속되는 가운데 홍콩 경찰이 체포된 시위자를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11일 나왔다. 홍콩 바닷가에서 시위에 참가했던 15세 여성이 옷이 벗겨진 채 주검으로 발견되는 등 충격적인 사건이 이어지며 홍콩 경찰의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홍콩01,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은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던 한 대학생이 구치소에서 경찰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보도했다.

공개 고발에 나선 이는 바로 홍콩의 명문대학인 중문대 학생, 소니아 응.

그는 10일 저녁 재학생과 졸업생 1400여 명이 모인 대학 당국과의 간담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시작했다.

소니아 응은 자신이 지난 8월 31일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시위 중 체포됐으며, 이후 산욱링(新屋嶺) 구치소에 수감됐다고 밝혔다.

소니아 응은 간담회에 참석한 로키 퇀(段崇智) 학장에게 "당신은 산욱링 구치소의 몸수색실이 깜깜하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며 "그들(경찰)은 어두운 방에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했다. 휴대전화를 빼앗고 욕설을 했다. 우리에게 옷을 벗도록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은 우리의 친구들이 잔혹한 경찰의 구타로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라며 되물었다.

소니아 응은 "성폭력과 학대를 당한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라며 "체포된 다른 시위자들은 여러명의, 남성 뿐 아니라 여성 경찰로부터 성적 학대와 고문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31일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시위대들이 체포됐을 당시 역사의 직원들은 무관심하게 눈을 돌렸다고 주장했다. 이날 경찰은 프린스에드워드 역의 지하철 객차로 들어와 시위대를 곤봉으로 때리고 최루액을 발사했다. 역에서 체포된 이들만 63명에 이른다.

소니아 응은 "경찰에 체포된 48시간 동안 우리는 도마 위에서 썰리는 고기같았다"며 그곳에서 벌어진 어떤 행위에도 반항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용기를 내 마스크를 벗는다면 당신도 우리를 지지하고 중문대생을 포함한 시민들에 대한 경찰의 폭력을 비난하겠는가?"라고 물은 뒤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공개했다.

홍콩 경찰은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피해 여성을 직접 만나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소니아 응은 이후 한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피해 사실을 상세히 풀어놨다.

그는 "나는 산욱링 구치소가 아닌, 콰이충(葵涌) 경찰서에서 성폭력을 당했다"며 "그러나 산욱링 구치소에서 한 명의 남학생이 여러 경찰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소니아 응은 콰이충 경찰서에서 조끼의 신분증을 뒤집어 놓은 한 남성 경찰이 가슴을 세게 쳤다고 했다. 또 "여성 경찰은 내가 화장실에 있을 때도 나를 계속 지켜봤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는 남자 경찰들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자신을 만나 조사를 하겠다는 경찰의 발언과 관련해 "다시 체포돼 산욱링 구치소로 가게 될까봐 두려움에 떨었다"며 자신의 폭로가 모함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으나 "나보다 더 심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피해) 사실을 밝힌 이유다"고 말했다.


【홍콩=AP/뉴시스】'복면금지법' 시행 첫날인 5일(현지시간) 홍콩 거리에서 시위 중이던 한 시위 남성이 경찰에 제지당하고 있다.  '복면금지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되면서 지하철과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2019.10.05.

【홍콩=AP/뉴시스】'복면금지법' 시행 첫날인 5일(현지시간) 홍콩 거리에서 시위 중이던 한 시위 남성이 경찰에 제지당하고 있다.  '복면금지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되면서 지하철과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2019.10.05.



한편 홍콩 바닷가에서는 전라 상태의 여성 시신이 발견되며 경찰이 여성 시위자를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빈과일보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한 어민은 야우퉁(油塘) 인근 바다에서 여성의 주검을 발견했다. 이후 그는 송환법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5세 여학생 천옌린(陳彦霖)으로 밝혀졌다. 송환법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천옌린은 지난달 19일 실종됐다.

빈과일보는 천옌린은 수영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고 다이빙 팀에 참여할 정도로 수영 실력이 뛰어났다며 그가 익사했을 확률은 매우 낮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그가 살해된 뒤 바닷가에 버려졌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의 살해 의혹이 증폭되자 경찰은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것은 맞지만 그가 경찰에 체포됐던 기록은 없다. 시신에서 타박상이나 성폭행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부검을 했으나 정확한 사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도 부연했다.

홍콩 경찰은 전담팀을 만들어 천옌린 사망 사건의 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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