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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차세대 지휘자 티치아티 "나이가 중요? 필수능력은···"

등록 2019.10.12 10:20:25수정 2019.12.27 14:5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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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만에 서울 무대 서는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 음악감독

말러 교향곡 1번 '거인' 연주

니콜라 베네데티 협연

지휘자 로빈 티치아티 (사진= Marco Borggreve 제공)

지휘자 로빈 티치아티 (사진= Marco Borggreve 제공)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세계 클래식음악계 중심이다. 오케스트라 천국일 수밖에 없다.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DSO)는 이곳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베를린 방송교향악단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악단이다. 페렌츠 프리차이, 로린 마젤, 리카르도 샤이,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 켄트 나가노, 투간 소키예프 등 거장 지휘자들이 조련했다.

이 악단이 23년 만인 13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한다. 서울 무대에 오르는 것은 1996년 아시케나지가 지휘봉을 든 이후 두 번째다. 2015년 소키예프 지휘로 울산과 대구에서 공연했다.

여덟 번째 음악감독인 이탈리아계 영국 지휘자 로빈 티치아티(36)가 2017/18 시즌부터 이끌고 있다. 티치아티는 이번 내한의 지휘봉을 든다.

티치아티는 공연기획사 빈체로를 통한 e-메일 인터뷰에서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에 관해 "혁신적인 정신을 굉장히 중시하는 오케스트라입니다. 열정과 도전이 남다르기 때문에 어떤 작곡가의 음악에도 유연하게 변신할 수 있어요"라고 소개했다.
 
2014년 객원 지휘자로 브루크너 4번 교향곡을 지휘한 무대가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와 첫 만남이었다고 기억했다.

"당시 리허설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원들과 지휘자가 '함께'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또 발전시킬 수 있는 오케스트라임을 느꼈죠. 굉장히 자유롭고 지적이고 감성적인, 한 마디로 깨어 있는 오케스트라예요. 저로부터 계속해서 새로운 점을 꺼내려고 노력하고, 제가 주는 것 그 이상의 음악으로 표현해내요. 완벽한 의미의 협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티치아티는 치밀하고 명쾌한 해석력으로 세계적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지휘자다. 20대 때부터 LA 필하모닉 음악감독 구스타보 두다멜(38)과 함께 차세대 지휘자로 지목돼 왔다.

특히 2005년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와 무대가 예정됐던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의 갑작스러운 부재를 대신해 오케스트라 역사상 최연소 지휘자로 포디움에 오르며 단숨에 스타가 됐다. "당시 그냥 음악에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라 스칼라의 오케스트라 피트에 최연소 지휘자로 서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티치아티가 지휘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때는 열세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 국립 청소년 관현악단에서 타악기 연주자 겸 바이올리니스트를 담당하고 있었다. 몇 주 동안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을 리허설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지휘자 콜린 데이비스가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함께 음악을 만드는건 마치 여행과도 같지 않나요? 우리의 여행을 여기계신 모두가 즐기고 있길 바랍니다!"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 (사진= Frank Eidel 제공)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 (사진= Frank Eidel 제공)


그 때 '음악은 여행'이라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내가 바로 하고 싶은 건 관객과 음악가 모두 여행을 떠나게 만들어주고 싶은거야! 난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라 스칼라 무대에 섰을 때 나이가 스물두살이었고, 그 때 이미 지휘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느꼈다고 한다.

여전히 젊은 지휘자인 티치아티는 "나이는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단지 확실한 비전을 갖고 음악을 통해 그 비전을 관객들에게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고 했다. "우리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솔직해지고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을 깨우치는 것은 지휘자로서 필수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웨덴 예블러 심포니 예술고문 겸 상임 지휘자, 스코티시 챔버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 밤베르크 교향악단 최초 객원 지휘자직을 거쳐 현재 글라인드본 오페라 페스티벌 음악감독과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오페라와 교향악 레퍼토리의 균형감과 상호보완이 탁월하다.

"오페라, 교향악 모두 사랑해요. 둘 중 하나만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오페라는 제가 캐릭터를 형성해서 이야기를 하고 가장 인간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제가 교향악을 지휘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인간적인 감정을 음악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해요. 그 때 가장 필요한 능력이에요. 반대로 관현악 레퍼토리는 무대 위에 아무런 제약이 없잖아요. 그 때의 자유로움은 제가 오페라 피트에 들어갈 때 꼭 잊지 않아야할 부분이에요. 오페라 지휘는 음악 외적으로도 정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은데 그 자유로움을 잊기 쉽거든요."

이번 내한공연의 2부 메인 프로그램은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이다. 말러 레퍼토리의 특징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티치아티는 '거인' 교향곡만 살펴봐도 마치 만화경을 보듯 계속되고 조화를 이룬다고 짚었다. 3악장은 장송 행진곡인데 다른 악장들은 민속적인 선율, 행진곡풍 리듬, 클레즈머(동유럽의 유태인 전통 포크 음악)이기 때문이다.

"'거인'을 들어 보시면 천상의 가벼움에서 시작해서, 격분한 분노를 표출하고 나아가 가장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합니다. 셀 수 없이 많은 감정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말러의 매력이죠."

이날 1부에서는 영국 클래식계의 신데렐라로 통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라 베네데티(32)가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열여섯 살에 BBC '올해의 영 아티스트'로 선정된 이후 영국의 권위 있는 클래식 상인 브릿 어워즈 수상에 이어 영국의 기사훈장(MBE), 대영제국훈장(CBE)까지 연이어 수훈한 세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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