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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카잘스 콰르텟 "현악4중주단, 가족과 같습니다"

등록 2019.10.16 12: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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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LG아트센터서 첫 서울 공연

첼로 전설 파블로 카잘스의 이름 딴 콰르텟

카잘스 콰르텟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카잘스 콰르텟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현악4중주단은 가족과 같습니다. 현악4중주단의 역학은 외부로 결코 노출되는 법이 없고, 내부에서도 완전히 이해하긴 어렵습니다. 모든 현악4중주단은 (모든 가족과 마찬가지로) 문제를 해결하는 나름의 방식이 있어요."

결성 25주년 기념 공연을 앞둔 현악4중주단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마지막 4중주'(2012·야론 질버맨)만 봐도 안다. 개성 강한 연주자 네 명이 섬세한 현의 합을 보여줘야 하는 현악4주단은 연주시간뿐 아니라 내밀한 삶까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을.
 
'카잘스 콰르텟'은 1997년 창단 이후 서로를 존중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스페인을 대표하는 현악4중주단이다. 15년째 같은 멤버로 활동해오고 있다. 

 e-메일 인터뷰한 카잘스 콰르텟의 비올리스트 조너선 브라운은 "저희의 경우엔 서로서로를 개인적으로도 응원해요. 4중주단 활동 영역 밖의 생활과 여러 가지 대소사를 잘 조화시키는 법을 배웠다"고 소개했다.

"리허설을 할 때, 4명의 단원들 사이의 시간을 적절히 나누는 시스템을 잘 만들어놓아서 각각 자유롭게 제안하죠. 그렇다고 그 제안을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하진 않습니다. 미묘한 균형이지만, 이 리허설 방법을 통해서 서로에게 표현할 자유를 주면서 다른 단원들의 시각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현악4중주단을 통한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카잘스 콰르텟에 리더는 따로 없다. 브라운을 비롯 바이올린 베라 마르티네즈 메너·아벨 토마스, 첼로 아르나우 토마스 등이 번갈아 가며 리허설을 리드한다.

브라운은 "모든 멤버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함께 시도하고 원하는 대로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정불변의 정해진 음악적 결정이라는 것은 거의 없어요. 악보에서 서로 다르게 발견한 여러 가지 시도들(가끔은 일관적이지 않죠)을 해봅니다. 공연에선 직관적으로 이 시도들의 균형을 찾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연마다 적용하도록 어느 정도의 자유를 가집니다."

카잘스 콰르텟은 파벨 하스 콰르텟, 에벤 콰르텟, 벨체아 콰르텟 등과 함께 오늘날 세계 음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현악4중주단 중 하나다.

팀 이름은 카탈루냐 출신의 위대한 첼리스트인 파블로 카잘스(1876-1973)의 이름을 땄다. J.S.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부활시킨 것으로도 유명한 '20세기 불멸의 첼리스트' 카잘스가 인류에 남긴 연주를 현악4중주단으로서 구현하기 위함이다.

"우리 역시 우리가 선택한 이름을 따르려고 노력합니다. 우리가 함께 연주하는 방식이나 젊은 세대를 육성하는 것이 파블로 카잘스가 근본적으로 추구했던 인간과 인간의 가치에 대한 존중을 계승하는 것이길 바랍니다."

카탈루냐주 주도인 바르셀로나 음악원 교수들인 카잘스 콰르텟 멤버들은 카탈루냐 주정부로부터 카탈루냐 문화 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카탈루냐의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다.

[인터뷰]카잘스 콰르텟 "현악4중주단, 가족과 같습니다"

2008년에는 런던의 저명한 보를레티 뷔토니 기금상을 받았다. 부상으로 바로크와 고전시대 음악용 활을 얻어서 다양한 음악양식에 적절한 활을 골라 퍼셀부터 슈베르트의 곡을 연주하고 있다.

첫 내한공연은 2017년 통영국제음악제를 통해서다. 통영국제음악당 작은홀에서 하이든의 '십자가 상의 일곱 개 말씀'의 모든 반복을 지키면서 연주했다. '십자가상의 일곱 개 말씀'은 도돌이표가 많은 긴 곡이다.

"지난번 첫 통영음악당 공연은 공연장과 청중 모두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청중들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홀 역시 최신식의 훌륭한 음향을 갖추고 있었으며, 그렇게 집중하는 관객들은 처음이었습니다. 흥미진진한 도시인 서울에서의 첫 연주도 우리 모두 아주 기대하고 있습니다."

22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펼치는 두 번째 내한공연을 통해 서울 청중과 처음 만난다. 베토벤의 현악4중주 제6번과 제11번 '세리오소', 하이든의 현악4중주 '농담', 모차르트의 현악4중주 '프러시안'을 연주한다.

"이번 공연을 통해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에 살았던 3명의 천재 작곡가들의 훌륭한 음악적 대화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각각의 곡은 나머지 곡들에 회답하고 있지만, 각각의 목소리는 뚜렷하고 개성 있습니다."

특히 베토벤은 카잘스 콰르텟이 창단 20주년을 맞아 2017년부터 전곡 녹음 및 연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작곡가다. 그의 현악4중주를 초기-중기-후기로 나누는 통상적인 구분을 벗어나 '창조', '발현', '이상'의 주제로 전곡을 새롭게 나눠 베토벤을 조명하는 것으로 주목 받고 있다.

현재까지 제2집 '발현'이 발매된 상태다. 이번 내한에서 들려주는 제6번과 제11전이 각각 창조와 발현에 해당한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는 2020년에 전곡 녹음이 마무리된다.

"다른 베토벤 전곡 음반들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고전주의 시대 활이 사운드의 투명함이나 깨끗함(선명도) 면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4성부(4명) 모두 성부간 대화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해석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에겐 리더도, 반주자라 할 것도 없고 오히려 4명의 개인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교환합니다."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춰온 만큼 음악적 화음뿐만 아니라 인생의 화음도 돈독해졌을 법하다. 그 가운데서 이들이 들려주는 사운드는 처음과 지금 어떻게 다를까?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 대해 대답해야하는 정말 어려운 질문이군요! 젊었을 땐 우리의 아이디어가 더 급진적이고 덜 섬세했던 것 같아요. 앙상블이 엄청나게 강렬해서 우리의 연주가 때로는 흑백 같은 성격(모 아니면 도 같은)을 띄었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나치게 확연한 대조보다는 회색과 같은 성격의 중요성을 더욱더 알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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