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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내렸는데 '돈맥경화' 뚜렷…유동성 함정 우려

등록 2019.10.1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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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역대 최저 1.25%로 인하했지만

시중에 풀린 돈, 소비·투자로 제대로 흐르지 않아

디플레 우려 속 통화정책 효과 더 떨어질 수도

적극적 재정정책·구조개혁 요구 목소리 커져

금리 내렸는데 '돈맥경화' 뚜렷…유동성 함정 우려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짙어진 경기둔화 그림자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낮췄지만 경기부양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미 장기화된 저금리로 시장에 돈이 흘러넘치고 있지만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부동산 쪽으로만 쏠리는 '돈맥경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이미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통화유통속도는 2분기 기준 0.69로 1분기(0.69)에 이어 역대 최저 수준을 이어갔다. 화폐유통속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시중 통화량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로 나눈 것으로 통화 한 단위가 일정기간 동안 각종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는 데에 얼마나 유통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통화승수도 2분기 15.6으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통화승수는 시중통화량을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현금 통화인 본원통화로 나눈 값이다. 한은이 본원통화 1원을 공급할 때 창출되는 통화량을 나타내는 것으로 돈이 얼마나 잘 도는지를 보여준다. 요구불예금 회전율도 올 1월 20.7회에서 7월 19.8회로 하락했다. 예금 회전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통장에 돈이 묶여 있다는 얘기다.

시중에 돈이 잘 돌지 않는 현상이 계속되면서 금리인하가 경기부양 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점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기준금리 인하의 거시적 실효성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금리 파급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년간 지속된 고강도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 등으로 금리인하 자산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금리 파급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금리인하 효과가 실물경제로 파급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극심한 경기 부진 속에서 미·중 무역분쟁 등 최고조에 이른 불확실성이 통화정책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지금과 같이 디플레이션 우려가 큰 상황에서는 통화정책 효과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물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 가계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줄이는 등 실물경제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인석 금통위원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낮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면 기대인플레이션을 하락시켜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효과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결국에는 유동성 함정에 깊숙이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되돌려놓은 한은의 통화정책 여력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한은이 경기가 더 나빠져 금리를 내린다 해도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히게 되고, 그럴 경우 유동성 함정에서 벗어나기가 점점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통화정책과 맞물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여삼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자연이자율 자체가 낮아졌기 때문에 금리를 내린다해도 소비나 투자가 활성화 될지를 둘러싼 고민들이 커진 상황"며 "실물경기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재정정책을 강하게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이론적으로 금리를 낮추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데에 도움을 주는게 분명하다"면서도 "글로벌 경기 둔화와 물가하방압력 요인의 공급 충격이 상당한 점을 감안하면 금리인하 효과를 제한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구조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이 총재는 "향후 정책여력이 축소될 경우 그 때 어떻게 할 것인지, 금리 외의 정책 수단 활용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추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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