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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과 출신 패브릭 아티스트 정희기 '바느질이 곧 글 쓰는 것'

등록 2019.10.17 14:54:40수정 2019.10.17 16: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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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스페이스 오매에서 '희기 홈' 개인전 100점 전시

'희기 홈' 전

'희기 홈' 전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지난 9월 네덜란드의 ‘2019 국제 섬유 비엔날레(2019 Rijswijk Textile Biennial)’에 아시아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된 '패브릭 아티스트' 정희기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16일부터 서울 성수동 스페이스 오매에서 '희기 홈'(HIGI HOME)을 타이틀로 펼친 이번 전시는 작가의 집에 초대하는 것처럼 연출했다.

 천과 실∙바늘로 만들어낸 사람같은 인형과 강아지, 고양이등 반려동물등 오만가지가 함께하는 작품 100여점을 선보인다.

문예창작과 출신으로 독학으로 미술 장르로 넘어온 작가는 "바느질이 곧 글을 쓰는 것 같다"고 한다. 어릴적 함께했던 반려동물들을 한땀 한땀 바느질로 되살려낸 '패브릭 아트'는 따뜻하고 정감어린 분위기가 독특하다.
작가의 집에 초대하는 것처럼 연출된 전시장

작가의 집에 초대하는 것처럼 연출된 전시장

수많은 '헝겊 인형'들이 모여 연극 무대같은 입체감도 선사하는 이번 전시는 평화로움을 전한다. 작가는 작가 노트를 이렇게 썼다. 

"짹짹짹. 새소리에 눈을 뜬다. 예쁜 소리다. 파란 하늘에 둥둥 구름이 떠있고 멀리서 산들바람이 불어 온다. 까치가 날아간다. 좋은 일이 있으려나? 달그락 달그락. 아침을 준비한다. 삶은 달걀 두 개, 투명한 유리잔에 우유 한 잔, 커피 그리고 물. 식탁 위에는 알록달록 싱싱한 과일이 놓여있다. 뽀송뽀송 마루를 맨 발로 걷는다. 고양이가 액자 위를 걷고 있다. 강아지도 일어났는지 발자국 소리가 난다. 쇼파 밑에는 폭신한 카펫이 깔려있다. 퀼트 이불이 걸려있는 흔들 의자. 햇살이 잘 드는 창가에는 키가 큰 화분이 놓여있다. 떨어진 잎사귀를 줍는다. 강아지한테 잘 익은 사과를 한 조각 준다. 사각 사각 소리가 귀엽다. 향이 좋은 비누로 세수를 한다. 보드라운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다. 마른 빨래를 차곡차곡 정리 한다. 구멍난 양말을 실로 꿰맨다. 바느질 소리가 조용하게 퍼진다. 재봉틀 위에는 눈 내린 듯 먼지가 소복하다. 고요하다. 평온하다. 따뜻하다. 오늘은 종일 집을 보고 싶다." 전시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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