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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여전히 압도적, 매튜 본 '백조의 호수'

등록 2019.10.17 19: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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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본 '백조의 호수' ⓒLG아트센터·ProdJP

매튜 본 '백조의 호수' ⓒLG아트센터·ProdJP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백조의 숨겨진 근육과 감성을 새삼 다시 발견했다. 9년 만에 내한공연한 영국 안무가 매튜 본(59)의 '백조의 호수'가 다시 일깨운 감각이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무대 위 백조의 역사를 백과사전으로 만든다면 본의 '백조의 호수'는 새로운 챕터를 할애해야 할 것이다.

유연하고 가녀린 여성 무용수의 너울거리는 이미지로 각인됐던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를 산산조각 냈던 이 공연도 그런데 어느새 24년째다.

하지만 깃털 바지를 입은 남성 무용수들의 꿈틀거리는 근육의 비상은 심드렁함을 안기기는커녕 여전히 피가 꿈틀거리게 만든다. 젊은 무용수들로 세대교체가 끝나 새로운 안정감을 선사한다.

본의 '백조의 호수'는 비현실적이다. 영국 왕실의 스캔들이 더해진 이 작품은 몽환으로 점철된 환상으로 치닫는다. 왕자의 성장담은 비상하지 못한 채 추락한다. 죽음을 예감한 백조가 질러대는 비명처럼, 팔과 다리 그리고 몸통은 쉬지 않는다. 자유를 바라는 유약한 왕자, 맹목적이지만 차가운 사랑을 주는 여왕의 화음, 아니 2인무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 속 압도적 장면인 흑조의 32회전 푸에테(연속 회전). 이 동작이 펼쳐질 때 흐르는 음악의 음표를 전혀 다른 동작으로 차용한 본의 안무는 여전히 치명적이다. 흑조를 대신하는 낯선 남자의 '옴 파탈' 몸짓은 극 중에서 여왕까지 사로잡을 정도니.

현실과 시대 그리고 원작의 경계를 무시하듯 타고 넘는 본과 '백조의 호수'의 리듬은 지금도 압권이다. 막바지 깊게 패인 왕자의 상처가 관객의 가슴을 파고든다. 왕자가 손을 뻗으며 좇던 백조와 그의 간극은 너무 멀다.

좋은 작품은 시대와 국경을 막론한다. 우린 언제나 명작을 찾을 것이고 거기에는 늘 그랬듯 백조가 있다. 20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24~27일 부산 드림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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