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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좋다는 여교사도 출산·육아에 유리천장 견고…"제도·문화 바꿔야"

등록 2019.10.22 1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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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육아휴직 가능한 교사, 자녀 양육 강요받기도

육아휴직 중 연구참여 안 돼…격오지 근무도 어려워

'스쿨미투' 근절 등 학교장에게 성평등 가치 요구돼

"'여성이 양육' 제도·문화 바뀌고 정부 적극 나서야"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구무서 기자 = 교원은 다른 근로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출산과 육아를 병행하며 근무를 하기 용이한 직업이라고 인식되지만 여성 교원 역시 유리천장에 가로막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에 따르면 2019년 4월 기준 우리나라 교장 1만1347명 중 여성 비율은 35.6%로 4045명이다. 대학 총장의 경우 393개교 중 12.2%인 48명이 여성이다.

정부의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분야별 이행 현황과 비교하면 2018년 기준 고위공무원(6.7%), 본부 과장급(17.5%), 공공기관 임원(17.9) 등보다 여성의 비율이 비슷하거나 높다.

그러나 초·중·고 기준 여성이 64.1%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학교에서 관리직으로 승진하는 여성은 소수다.

◇육아휴직 '필수' 인식…승진 점수에도 뒤쳐져

이들의 승진을 가로막는 이유 중 하나는 여성에게 육아와 가사를 맡기는 가부장적 사회문화다.

교사의 육아휴직은 3년까지 가능하다. 지난 5월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발표한 971개사 대상 육아휴직 사용 현황에 따르면 평균 육아휴직 사용 기간이 9.5개월이다.

그러다보니 여교원에게 육아휴직을 직·간접적으로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에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한 교사는 "임용을 준비할 때도 교사가 시집 잘 간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일찍 끝나고 아이들에게 잘한다는 이미지 때문에 남편과 시댁이 당연한 것처럼 요구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설명했다.

교장과 교감은 교사가 승진점수를 모아 경쟁상대보다 점수가 높아야 승진할 수 있다. 승진점수에는 연구활동, 격오지 근무, 교장의 근무평정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는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연구과제에 참여할 수 없어 점수를 쌓기가 어렵다. 도서·벽지 등 격오지 근무 시에 가점이 붙거나 우선임용을 하지만 육아와 가사를 여성이 담당하는 구조에서 여교사들이 관사생활을 해야 하는 격오지 근무를 하기란 쉽지 않다.

근무평정도 사실상 남자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민용 전국교사노조연맹 "근무 평정은 교장이 자의적으로 주는거라 사실상 친소관계에 의해 갈린다"며 "평소 교장과 인간적 관계, 예를 들어 근무 후 회식을 하거나 그럴 때 남자 교사들이 어울리는게 많아서 근무 평정이 남자 교사가 여성 교사보다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임명제인 사립학교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 심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사립 초중고의 여성 교장 비율은 15.1%에 불과하다. 약 80%가 사립인 대학에서도 393개교 중 48명만 총장이 여성이다.

이명선 전국여교수연합회장은 "여성은 간호대학이나 예술대학에서 학장 정도만 하고 총장이나 보직은 남성들이 알게 모르게 돌아가면서 하는 보이지 않는 관습, 문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 관리자에게도 성인지 감수성 필요

학교 내 관리직의 성비불균형은 학생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스쿨미투와 같은 성희롱·성폭력 등 성비위 사건에 단호히 대응하고 내실있는 성평등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선 성별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교 내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교원은 총 686명이지만 이 중 42%인 286명이 경징계 처분을 받아 다시 교단으로 복귀했다.

양민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여성위원장은 "가부장 문화, 위계 질서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교사를 많이 한다. 관리자까지 올라간 남성이라면 더 그럴 것"이라며 "학생들이 부당하다고 말을 했을 때 격하게 공감해서 함께 바꾸자고 나서기 보다는 기존 체제에 순응하라고 가르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성비위 사건 외에도 학교의 장에겐 다양한 성평등적 가치가 필요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최윤정 부연구위원은 "여학생을 위한 안전한 탈의 공간이나 남학생에 의해 체육공간이 부족한 여학생의 체육활동, 출석번호를 남녀평등하게 하는 문제 등 학교장에게 성평등한 가치와 태도가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 학교장은)민감성을 갖고 여성으로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여성에게 양육 부담 전가하는 제도·문화 변해야

전문가들은 학교 내에서 관리직 성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려면 제도와 문화를 함께 바꿔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여교수회장을 지냈던 배혜화 전주대학교 교수는 "겉으로 볼 땐 남녀평등한 것 같지만 보이는 숫자일 뿐, 학교에서 많은 분들이 유리천장으로 관리직에 못 올라간다"며 "제일 중요한 기본은 사회 인프라가 돼야한다. 여성이 신경쓰지 않아도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육아휴직 시에 경력 산출이나 격오지에 가점을 주는 형태에 가점을 주는 형태를 개선하는 등 승진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성평등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학교에서의 성비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2017년부터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계획을 세워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2년까지 국립대 교수는 19.0%, 교장·교감은 45.0%가 목표다. 그러나 대학에서 총장, 보직교수 등 관리자는 제외돼있고 사립학교는 포함되지 않는다.

여성가족부(여가부)는 지난해부터 민간기업과 함께 여성 고위직 양성을 위해 자율협약을 맺는 성별균형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단위학교나 각 시도교육청과도 여성 대표성 제고를 위한 협약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매년 목표 상향이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식으로 조정을 해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 더 추가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관계부처와 논의를 해서 이야기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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