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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공세에 되찾은 명분…文대통령, '여야정 협의체' 재가동 부각

등록 2019.10.22 16: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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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입시·채용·등 공정 관련 의제 제시…여야정 논의로 성과"

"국정 위해 약속대로 협의체 가동…대표 회동으로 협치 복원"

여야정 협의체 복귀 명분…민생법안 처리로 국정동력 회복 포석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을 마치고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19.10.22.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을 마치고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사퇴'와 정부 비판용으로 쏟아낸 야당의 공세 속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재가동의 명분을 찾았다. '불공정한 정부'라는 야당이 붙인 오명을 씻기 위해선 1년 째 '개점 휴업'중인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개최가 불가피하다며 호응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2020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 연설에서 "최근 야당에서 입시제도, 공공기관 채용·승진, 낙하산 인사, 노조의 고용세습, 병역·납세제도 개혁, 대-중소기업 공정거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부동산 문제 해결 등 공정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며 "여야정이 마주 앉아 함께 논의하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입법 없이는 민생 정책들이 국민의 삶 속으로 스며들 수 없다"며 "특히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얽힌 국정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약속대로 가동하고 여야 정당대표들과의 회동도 활성화 해 협치를 복원하고 20대 국회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의 재가동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3개월 만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오르면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가동해서라도 탄력근로제 보완 입법 마무리를 주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공항으로 배웅 나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영표 당시 원내대표에게 "국회에서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과 탄력 근로제 개선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며 "개정안 통과를 위해 여야 협의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야당과의 원만한 협의가 어려울 경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통한 해법을 강구하라는 것이 문 대통령의 주문이었다. 비록 본인은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오르지만 지도부의 협상력 확보 차원에서 여야정 협의체 재가동을 타진해 보라는 주문으로 해석됐었다.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을 하면서 검찰 개혁과 공수처법 등 협조를 촉구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두팔로 엑스를 그려보이고 있다. 2019.10.22.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을 하면서 검찰 개혁과 공수처법 등 협조를 촉구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두팔로 엑스를 그려보이고 있다. [email protected]

당시는 추가경정예산안의 처리가 시급했던 상황으로, 직접 언급했던 쟁점 법안들보다는 추경안 처리에 더욱 많은 노력을 쏟기 위한 주문이라는 해석도 나왔었다.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는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야당을 존중한다는 취지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정부 여당의 정책에 무조건적인 견제와 반대 대신 상시 협의 채널을 통해 함께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에 따라 지난해 11월 처음 출범했다.

3개월 단위로 협의체를 가동해 쟁점 현안들을 일괄적으로 타결하자는 게 출범 당시 문 대통령의 제안이었지만 첫 회의 이후 잠정 중단 상태에 있다. 문 대통령은 어렵게 첫 삽을 뜬 이후로 유명무실화 된 상황에 꾸준히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민주당 원내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여야정 상설협의체의 출범이 의미가 있다. 이것이 정착되고 활성화 되면 협치가 제도화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여야정 협의체를 정착시키고 활성화 시키기겠다"고 언급했었다.

문 대통령이 기본적인 소통 창구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선호했다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당 대표 회동을 우선 주장해왔다. 원내에서 풀기 어려운 현안의 경우 대통령과 당 대표 간 합의에 따라 '톱다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기본적인 야당의 입장이었다.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을 마치고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인사하려 하자 다수 한국당 의원들이 이를 피해 자리를 뜨고 있다. 2019.10.22.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을 마치고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인사하려 하자 다수 한국당 의원들이 이를 피해 자리를 뜨고 있다.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 취임 후 여야 5당 대표 회동은 총 세 차례 성사됐다. 일대일 영수회담을 조건으로 내걸었던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의 불참 때문에 첫 회동(2017년 9월27일)은 4당 대표만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3월7일에서야 비로소 5당 대표가 모두 참석한 회동이 성사됐고, 지난 7월18일 한 차례 더 이뤄졌다.

여야 5당 대표 회동은 원내대표가 참석 주체인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와 기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국정상설 협의체가 쟁점이 엇갈리는 법안 처리를 위한 소통의 창구라면, 당 대표 회동은 외교·안보 등 국가적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활용돼 왔다.

첫 해에는 점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두 번째 5당 대표 회동 당시에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대북특사 파견 성과를 공유하고자 마련됐다. 석달 전에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규탄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이러한 맥락에 비춰볼 때 문 대통령의 의중은 여야 5당 대표 회동보다는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 보다 무게감이 실린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이 산적한 법안들을 일일이 열거한 것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데이터 3법 ▲소재·부품·장비 특별법 ▲벤처투자촉진법 ▲농업소득보전법 ▲소상공인기본법 ▲유치원 3법 ▲소방공무원국가직전환법 ▲청년기본법 ▲가정폭력처벌법 ▲국회법 등 11개 법안의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을 마친 뒤 한국당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19.10.22.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장세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정부 시정연설을 마친 뒤 한국당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 모든 법안들은 국민의 민생과 안전에 관한 것이라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조국 사태' 국면에서 제기했던 여러가지 야당의 주장을 앞세운 것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재가동을 위한 명분을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은 그동안 공공기관 채용비리 조사를 위한 국정조사,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비리 전수조사, 입시 공정성 확보를 위한 수시 축소와 정시 확대 등을 주장해왔다. 대부분 비판을 위한 비판 수준의 형식적인 제안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틀 안에서 직접 다룰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포스트 조국' 국면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국정운영에 대한 판단의 타이밍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어떤 일은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하고,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거나 속도를 조절해야 할 일도 있다"며 "제 때에 맞는 판단을 위해 함께 의논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많이, 더 자주 국민의 소리를 듣고 국회와 함께하고 싶다"며 "마지막 정기국회를 맞이한 만큼 산적한 민생법안들을 조속히 매듭짓고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도 법정 기한 내 처리해 20대 국회가 민생국회로 평가받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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