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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여름청년서 가을남자로···"우리가 오롯이 만든 앨범"

등록 2019.10.23 17: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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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만에 세 번째 미니앨범 '크로스' 발매

형제그룹 아이콘·양현석 악재 속 고군분투

내년 김진우 시작으로 멤버들 입대

위너 (사진 = YG 제공)

위너 (사진 = YG 제공)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위너하면 많은 분들이 여름을 먼저 떠올리실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우리가 그런 방향을 처음부터 지향한 건 아닙니다. 위너는 원래 가을이었어요. 쓸쓸한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송민호)

여름을 누리던 청년들이 어느덧 가을남자가 됐다. 청량함을 대변하던 그룹 '위너'가 쓸쓸한 감성을 입었다. 23일 오후 6시 발매하는 세 번째 미니앨범 '크로스(CROSS)'에는 서정적 감수성이 넘친다.

강승윤은 23일 신사동 CGV 청담씨네시티에서 "(이번 앨범을 통해) 우리가 목표한 바는 기존 이미지에서 완벽한 변신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것(변신) 자체에 만족해요.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뮤직비디오 등 결과물이 만족스러워서, 그것만으로도 좋아요. 팬들이 좋아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만족감을 갖고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변신 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이유는 자신들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한 부분에만 머물러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강승윤은 "계속 새로운 위너, 변화한 위너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말씀을 많이 드렸어요. 그런데 음악 장르, 콘셉트는 변화했을지 몰라도 이에 대해 대중이나 팬들은 큰 변화라고 생각하지 않으셨던 거 같다"고 여겼다.

"저희는 변하려고 했는데, 대중들에게는 크게 가닿지 않았나 싶었어요. 그래서 '진짜 제대로 변화를 줘보자'라고 생각했죠. 장르뿐만 아니라 비주얼, 콘셉트에도 완전한 변화를 줘보자는 각오를 하고 만들었습니다."

6곡이 실린 이번 앨범은 타이틀 '크로스'처럼 각자의 방향과 특색을 지닌 네 멤버가 모여 새로운 교차점을 만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크로스는 멤버들의 관계성·음악·스토리를 함축하고 있다.

"멤버 네 명 모두 다른 개성을 갖고 있어요. 이들이 하나의 점으로 모여 위너가 되기도 하고, 네 방향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이중적인 의미로 앨범 제목을 지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크로스오버한 곡들이 많아요. 여러 의미를 함축하죠."

타이틀곡 '소소(SOSO)'는 강승윤이 작사·작곡했다. 송민호와 이승훈이 작사에 힘을 보탰다. YG 프로듀서 에어플레이(AiRPLAY)가 작곡·편곡 작업을 함께했다. 이별 후 아픔이 느껴지는 내면과 다르게 덤덤한 척하는 모습을 '그냥 그저 그런 상태'인 '소소'로 표현했다.

위너, 여름청년서 가을남자로···"우리가 오롯이 만든 앨범"

'소소'를 직역하면 '그저 그래'라는 뜻이다. 강승윤은 "무척 힘들지만 티내고 싶지 않아서 '그냥 그렇다'고 하는 상황을 담았어요. 모든 가사가 쿨한 척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데뷔곡인 '공허해'와 정서가 비슷한 점도 있다. 송민호는 "'공허해' 때는 위너가 신인이었고 파릇파릇했죠. 이번 '소소'는 추워지기 직전 초가을에 입은 트렌치코트 느낌"이라고 비유했다.

이승훈은 이번 앨범에서 머리를 짧게 바싹 잘라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확실히 바뀐 모습으로 임팩트를 강하게 주고 싶었다"는 마음이다. "제 때묻은 지난날을 확실히 잘라내고, 새 출발하기 위해서"라고 부연했다.

이승훈은 '소소' 뮤직비디오 속에서도 강렬한 모습을 선보인다. 그의 전라 장면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승훈은 "화려하게 보이는 직업을 가졌지만, 제 내면의 외로움이나 상처 받은 모습을 비주얼적으로 담아내고 싶었어요. 화려하게 치장했던 헤어스타일, 의상. 액세서리 없이 진솔하게 힘들고 상처받은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가장 저다운,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담고 싶었어요."

과거에 골프 선수 박세리가 경기 도중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옷을 벗었다고 했다. "대한민국 아이돌 중 몇 명이나 느껴볼 수 있는 감정이겠냐"고 부연했다.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등 환경이 변화하면서 조금이라도 팬들 앞에 진지하게 나서고 싶었다는 마음이다. 이승훈과 팀의 맏형인 김진우는 내년 이후 입대를 해야 한다.

이승훈은 "진우 형과 저 모두 서른을 앞두고 있어요. 앞으로 '팬들을 만날 시간이 줄어들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진지한 마음으로, 진중하고 신중하게 내장 속 융털 세포 하나까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진정성을 드러내려고 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위너가 새 앨범을 발매하는 건 지난 5월 '위(WE)' 이후 5개월 만이다. 당시 타이틀곡 '아 예(AH YEAH)'로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2014년 데뷔한 위너는 음원 강자로 통한다. 첫 앨범 타이틀곡 '공허해'를 시작으로 '베이비 베이비', '릴리 릴리', '에브리데이', '밀리언즈' 등 발표한 모든 앨범 타이틀곡을 주요 음원차트 1위에 올렸다. 특히 '릴리 릴리'는 남자 아이돌 최초로 차트인 상태에서 1억 스트리밍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데 같은 소속사인 남매 듀오 '악뮤'(악동뮤지션)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악동뮤지션이 지난달 말 발표한 정규 3집 '항해'의 타이틀곡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는 한달 가까이 음원 차트 1위를 지키고 있다.

위너, 여름청년서 가을남자로···"우리가 오롯이 만든 앨범"

강승윤은 "차트를 안 보겠다고 한 이유가 악뮤 때문이에요. 악뮤 앨범이 나온 뒤 몇 번이나 들었습니다. 존경심이 들 정도의 앨범이라서 우리가 이 때 나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우리의 달라진 모습과 퍼포먼스를 보여드리는 것, 팬들에게 좋은 공연 보여드리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위너는 올해 해외에서도 활약했다. 데뷔 첫 미주 투어를 돌았고 한일 관계 냉각기 속에서도 여름에 일본 투어를 성료했다. 26, 2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새 아시아 투어의 포문을 연다. 이후 타이베이, 자카르타, 방콕, 쿠알라룸푸르, 마닐라, 싱가포르 등 아시아 7개 도시를 돈다.

이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YG의 내부적 문제로 마음 고생이 심했다. 위너의 형제 그룹인 '아이콘'의 리더 비아이가 마약 파문으로 활동을 중단하면서 여파가 위너에게도 미쳤다.

강승윤은 "마음고생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다행히 팬들을 만날 기회가 계속 있었어요. 페스티벌이나 대학 축제, 행사를 통해 계속 치유를 받았죠. 다음 음반을 열심히 준비해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며 견딜 수 있었습니다"라고 했다.

YG의 정신적 지주인 양현석 전 총괄 프로듀서가 각종 구설에 오르며 회사를 떠난 여파도 컸다. 양 전 프로듀서는 소속 가수들의 앨범을 모두 꼼꼼이 챙겼다.

강승윤은 "피드백이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로가 없어지다 보니 저희가 알아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어요. 뮤직비디오도 파격적인 장면이 많은데 '이게 맞는 걸까'를 두고 우리끼리 회의를 정말 많이 했죠. 감독님과도 미팅을 6번 정도 하면서 수정을 거듭했어요"라고 전했다.

"우리가 오롯이 만들어야 하는 앨범이었죠. 그래서 멤버들끼리 많이 얘기했던 것 같아요. 책임도 우리에게 바로 돌아오다 보니, 힘든 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죠. 그래도 나름대로 저희가 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더 부각시킬 수 있지 않았나 합니다. 그런 생각으로 앨범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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