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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교육국장 "표준화가 공정성 보장 안해"…수능 확대 반대

등록 2019.10.23 16:28:14수정 2019.10.23 16: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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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교육국장 한-OECD 교육컨퍼런스 기조발제·기자회견

"믿어온 제도라는 이유만으로 시대적 가치 포기해서는 안돼"

"미래 학업적 성취는 성공의 일부 불과…주체적 역량 길러야"

김진경 대입제도 관련 제안 생략…文 정시확대 발언 의식한듯

【고양=뉴시스】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국장이 23일 오전 개막한 미래교육한마당 개막식에서 '2030년을 향한 한국교육 '학생성공'을 다시 정의하다'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9.10.23. (사진=교육부 제공)

【고양=뉴시스】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국장이 23일 오전 개막한 미래교육한마당 개막식에서 '2030년을 향한 한국교육 '학생성공'을 다시 정의하다'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9.10.23. (사진=교육부 제공)

【고양=뉴시스】이연희 기자 = 2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육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교육국장이 최근 한국의 대학입시제도 개편 논란과 관련해 표준화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보다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와 면접 중심의 전형이 보다 시대에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대입에서 표준화된 시험인 수능보다는 학생의 학교생활과 경험, 성과 등 학교생활기록부 위주 선발이 시대적 가치에 맞다는 것으로 얘기다. 이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 공정성을 강조하며 정시 확대를 지시한 것과 배치돼 주목된다.

슐라이허 교육국장은 이날 오후 2시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한국에서 되풀이되는 대학입시제도 개편 논란과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슐라이허 국장은 "다른 국가들도 대입제도가 있지만 학교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전체적으로 살핀다"며 "학교생활을 하면서 누적된 경험, 학생이 뭘 할 수 있을지 적성을 보여주는 증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좋은 기업 중 표준화된 시험으로 채용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대개 지원자가 어떤 경험을 했으며 성과를 이뤄냈는지 역량을 점검하기 위한 면접을 실시한다. 이는 대학생을 선발할 때도 마찬가지 원리"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은 진로 중 하나로, 다른 나라는 더 많은 경로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학생 경험을 중시해 선발하거나 진로를 찾을 수 있게 한다"면서 "효율성만을 추구하다 그러한 가치를 희생시키면 안될 것이다. 단순히 그동안 믿어왔던 제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대적 특성(적시성)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슐라이허 국장은 "한국처럼 부모와 학생, 정부가 대학입시에 지나치게 관심 쏟는 국가를 찾기는 쉽지 않다"면서 "다른 국가들은 다양한 성공경로를 모색하며 대학입시는 그 중 하나인데, 한국은 전체적 관점에서 교육을 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으면서도 실제 그러한 교육을 제공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독일인인 슐라이허 교육국장은 OECD 사무총장 교육정책특별자문관으로서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등 국제적 평가 도구를 창설하고 관장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이 유독 교육제도 중에서 대학입시에 올인하는 현상에 대해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한국이 선진국 추격형으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는 과정 속에서 직업의 위계수준이 설정되고 그 체계가 뿌리내렸기 때문이라고 봤다.

김 의장은 "일부 상위권 대학과 직업군을 제외하면 그같은 위계가 사라졌다"면서 대입경쟁을 근본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 진출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양=뉴시스】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23일 오전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미래교육 한마당 개막식에서 '2030 미래교육체제의 방향과 주요 정책의제'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9.10.23. (사진=교육부 제공)

【고양=뉴시스】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23일 오전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미래교육 한마당 개막식에서 '2030 미래교육체제의 방향과 주요 정책의제'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9.10.23. (사진=교육부 제공)

김 의장은 "이미 상위권 대학 중심으로 서열화 됐던 직업이 사라지고 있다"며 "현재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하더라도 재교육비가 2억원 이상 드는데, 그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고등직업교육 모델을 만드록 활성화해 학생들이 다양한 사회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대입 압력도 줄어들 수 있을 거라 본다"며 현재 전문대학이 수행하고 있는 고등직업교육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의장은 당초 기조연설에서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방향을 제시할 예정이었다. 자료집에는 중학교 졸업 후 역량 평가를 한 뒤 고교 때까지 기회를 주고 이를 통과한 경우 대학입학 자격을 주는 자격고사화 방안을 제시했다. 고교교육과정이 끝나는 시점에는 서술형·논술형 문항이 포함된 수능을 실시하되, 직업경력과 자격으로 대학이나 전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실제 기조연설에서는 "요즘 뜨거운 감자인 대입제도는 그냥 넘어가겠다"며 해당 내용을 생략했다. 전날 문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도중 정시확대를 직접 언급했기 때문에, 그와 반대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을 접은 것으로 판단된다.

김 의장은 오후 기자들을 만나 자료집 내용에 대해 "지능정보사회에서 기본학습역량은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인권 차원으로 여겨지는 만큼 대학입시에서도 그와 같은 연결고리가 이어졌으면 하는 아이디어였다"고 말했다.

이어 "수능 확대와 관련한 직접적인 발언은 하지 않았지만 논의 중"이라면서도 "수능에서 미래역량을 측정하도록 개선하지 않으면 대학은 수능(비중)을 늘리긴 어렵다.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슐라이허 국장은 한국이 "대학 이전의 교육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경향이 있으며 대학 입학 이후 평생교육은 뒤쳐져 있다"며 평생교육이 활성화된 미국, 캐나다, 스웨덴과 비교했다.

그는 "싱가포르 역시 대학형 교육체계에서 미래 역량을 교육하는 시스템으로 옮겨가고 있고, 일을 하다가 다시 학습할 수 있다"면서 "당장 내일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대비할 수 있는 역량 습득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도 기조연설에서 "미래 2030년에는 학업성 성취는 성공의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학생들의 인지·심리·신체·사회적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학생 스스로 삶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주체성을 길러주는 역량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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