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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공정위 심사 지침 깐깐해진다

등록 2019.11.13 10: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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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심사 제정안 행정 예고

객체 명확화·'제3자 거래' 대상 명문화

위반 행위 유형별 판단 기준 지정하고

판례 반영해 '부당성' 판단 기준도 수정

'日 수출 규제'는 예외 규정으로 두기로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창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정창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진욱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심사가 더 까다로워졌다.

일감 몰아주기 행위의 객체를 명확히 하고 유형별 판단 기준도 구체화했다. 중간에 제3자를 끼워 넣어 간접 거래하는 방식도 일감 몰아주기로 보겠다고 못 박았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 심사 지침 제정안'을 오는 27일까지 14일 동안 행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 규정이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됐고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금지 규정 가이드라인을 2016년 제정했으나 더 명확한 판단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이어져 심사 지침을 제정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우선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의 주체와 객체를 명확히 했다.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주체는 '공시 대상 기업 집단 소속 회사', 이를 받는 객체는 '특수관계인 회사'다. 이때 특수관계인 회사란 '동일인 및 친족이 30%(상장사 기준·비상장사는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다.

간접 보유 회사 및 간접 거래를 일감 몰아주기 심사 대상으로 명문화했다. 기업들이 일감을 몰아줄 때 흔히 사용했던 제3자 매개 거래 방식이다. '객체를 지원할 때 직접적인 거래라는 형식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3자를 매개해 거래하고 그로 인해 객체에 경제상 이익이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경우는 지원 행위에 해당한다'는 지난 2004년 대법원 판례를 반영했다.


【세종=뉴시스】일감 몰아주기(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 금지 제도 개요.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세종=뉴시스】일감 몰아주기(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 금지 제도 개요.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위반 행위 유형별 판단 기준도 구체화했다. 위반 행위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사업 기회 제공 행위 ▲합리적 고려·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등 세 가지다.

먼저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와 관련해서는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정상 가격'의 산정 기준을 마련했다.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와 거래한 사례가 있으면 그 거래 가격을 정상 가격으로 본다. 그런 사례가 없을 경우 유사한 사례를 선정해 거래 조건 등 차이를 살피고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정상 가격을 미뤄 판단한다. 유사 사례마저 없다면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5조 등을 준용한다.

이렇게 산정한 정상 가격을 바탕으로 해당 거래가 '상당히 유리한 조건'인지 따져보기 위한 정량적인 기준은 두지 않았다. 거래 성격에 따라 개별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거래 조건 차이가 7% 미만이고 연간 거래 총액이 50억원(상품·용역은 200억원) 미만이면 심사를 면제한다.

사업 기회 제공 행위는 제공 당시를 기준으로 '현재 또는 가까운 장래에 상당히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 기회'로 정했다.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거나 사후적으로 이익이 됐거나 미래에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는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합리적 고려·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는 '합리적 고려·비교'의 세부 기준을 제시했다. ▲시장 조사 등을 통해 시장 참여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것 ▲주요 시장 참여자로부터 제안서를 받는 등 거래 조건을 비교할 것 ▲합리적 사유에 따라 거래 상대방을 선정할 것 등이다. 실질적인 경쟁 입찰을 거친 경우에는 합리적 고려·비교가 있었던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 합리적 고려·비교 없이 특수관계인 회사와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하더라도 허용되는 예외 사유는 있다. 효율성·보안성·긴급성 등 요건을 갖춘 경우다.

효율성은 시행령상 '효율성 증대 효과가 있는 거래' 유형이다. 제조 공정에서 계열사의 부품·소재를 반드시 써야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보안성은 특성상 보안성이 요구되는 거래의 구체적인 사례다. 방산 업체가 국가 안보에 관한 비밀 정보를 취급하는 경우 등이다. 다만 이때는 보안 장치를 사전에 마련해 정보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지, 실제 시장에서 독립된 외부 업체와 거래하는 사례가 있는지 등을 고려해 예외 여부를 판단한다.

긴급성은 '회사 외적 요인에 따라 긴급성이 요구되는 거래'로 규정했다. '경기 급변 등 긴급한 사업상 필요에 따른 거래'의 예시 중 하나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포함됐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공정위 심사 지침 깐깐해진다


공정위는 '부당성' 판단 기준 또한 일부 수정했다. 기존 가이드라인은 '각 위법 행위 유형에 해당할 경우 부당성 입증은 불필요하다'고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서울고등법원이 이와 배치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번 지침안에서는 판례와 부합하도록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음이 입증되면 공정거래 저해성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고 수정했다.

정 과장은 "이런 지침안 제정으로 법 집행의 일관성이 향상되고 수범자의 예측 가능성이 제고될 것"이라면서 "특히 경쟁 입찰 등 합리적 고려·비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절차를 제시했다. 이를 계기로 일감 개방 문화가 확산해 경쟁력을 갖춘 중소·독립 기업에도 기회가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행정 예고 기간 관계 부처 의견 조회를 함께 진행한다. 행정 예고가 끝나면 이해관계자 및 관계 부처의 의견을 검토해 12월 중 전원 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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