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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 잘못팔면 CEO가 책임…수입의 최대 50% 과징금 물수도(종합)

등록 2019.11.14 16: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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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11.14.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11.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옥주 기자 = 앞으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같은 소비자 피해 발생시 그 책임을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지도록 하는 근거가 마련되고, 만약 불완전판매가 확인될 경우 금융사는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물게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은행과 보험사는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이 일정수준 이상인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되며,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은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된다.

금융위원회는 14일 투자자 보호장치를 대폭 강화하고, 금융회사의 책임성과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방안은 '소비자보호'와 '금융시스템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 '사모펀드의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순기능 유지를 기본 원칙으로 수립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위는 이번 DLF 사태가 금융회사들의 공모규제 회피, 투자자보호 사각지대 및 형식적 운영, 금융회사 내부통제 미흡 등에 기인한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불러온 DLF 상품이 편법으로 사모펀드 형식으로 판매됐다는 지적에 따라 공모규제 회피사례 발생을 철저히 차단하기로 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초자산과 손익구조가 동일·유사한 경우 원칙적으로 공모로 판단, 실질적 공모상품의 사모형식 판매를 차단하기로 했다. '사모는 사모답게' 판매가 되고 '공모는 공모답게' 판매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은성수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사한 펀드를 1호, 2호, 3호 하는 방식으로 쪼개 판매해 공모펀드에 적용되는 투자자 보호장치를 회피한 것"이라며 "만약 공모펀드로 상품 설계를 했다면 손실이 난 상품에 전액을 투자하는 이번 DLF같은 상품은 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라는 개념을 도입, 고난도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를 제한하기로 했다. 단 고난도 공모펀드는 판매가 허용된다. 은행은 상대적으로 투자자 보호 장치가 잘 갖춰진 공모펀드 중심 판매 채널로 전환된다. 아울러 은행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신탁' 판매도 제한된다. 보험사도 은행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은 위원장은 "증권사와 달리 은행은 예금과 같은 원리금보장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만큼 투자자를 오인시킬 수 있는 고위험상품 판매는 자제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파생상품 내재 등으로 가치평가방법 등에 대한 투자자의 이해가 어려운 상품으로,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상품을 말한다. 예컨데 구조화상품, 신용연계증권, 주식연계상품, 수익구조가 시장변수에 연계된 상품, 기타 파생형 상품(CDS 등) 등이며 거래소 상장 상품은 제외된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일반투자자 요건도 강화했다. 충분한 위험감수능력이 있는 투자자가 자기책임 하에 투자하도록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을 기존 1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높였다. 레버리지 200% 이상 펀드는 3억원 이상에서 5억원 이상으로 상향된다.

은 위원장은 "이번 DLF 투자자 중에는 대출을 받거나 전 재산 1억원을 모두 투자해 손실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데도 투자한 경우가 있었다"며 "사실 가장 마지막까지 고민한 것이 최소투자금액을 3억으로 올리는 것과 고난도 위험상품의 은행 판매 금지인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고민하고 내놓은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DLS·DLF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DLS·DLF피해자 보상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2019.11.14.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DLS·DLF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DLS·DLF피해자 보상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2019.11.14. [email protected]

녹취의무, 투자숙려제도 강화된다. 고령투자자 등 취약투자자에게는 투자상품의 난이도나 유형에 상관없이 모든 금융투자상품에 대해 녹취 및 숙려제도가 적용된다.

투자숙려제는 투자자가 신중하게 투자할 수 있게 상품 가입 이후, 마감일까지 숙고할 시간을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는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 부적합확인서를 제출하는 투자자와 70세 이상 고령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앞으로 공·사모를 포함해 고난도 상품에 투자하는 모든 일반투자자에게 적용된다. 숙려기간 중 명확한 투자승낙 의사표시가 없으면 투자는 자동 취소된다.고령투자자 요건도 기존 70세에서 만 65세 이상으로 확대, 약 237만명이 고령투자자에 추가로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설명의무 등 판매절차 강화를 위해 단순 확인방식이 아닌 투자자·판매직원 모두 자필 또는 육성으로 진술하는 절차만 인정하고, 모든 판매관련 자료는 10년간 보관하는 한편 투자자성향 분류는 1~3년의 유효기간을 설정해야 한다. 투자자 대신 기재하는 행위, 투자자성향 분류 조작 행위 등 불완전판매 유도 행위를 불건전 영업행위로 제재할 방침이다.

또 오는 21일부터 새로운 개인전문투자자 기준도 시행된다. 새로운 개인전문투자자 기준은 ▲연소득 1억원 이상 또는 순자산(거주주택 제외) 5억원 이상 ▲1년 이상 계좌 유지 ▲금투상품(초저위험 상품 제외) 잔고 5000만원 이상 등이다.

이번 대책방안에는 설계·제조·판매 전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의 내부통제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경영진 책임 명확화 ▲고난도 상품 영업행위 준칙 도입▲OEM펀드 판매사 제재근거 신설 ▲불완전판매 제재 강화(징벌적 과징금 신설 등) ▲상시 감시·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도 담겼다.

은 위원장은 "DLF 사태와 같은 소비자 피해 발생시 금융사의 CEO, 준법감시인 등 경영진들의 책임을 지도록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명확히 하겠다"며 "금감원과 금융위는 일관되게 명확하게 평가하고 검사해 상응하는 책임을 지위에 관계없이 지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이런 사태 발생시 판매창구 직원 책임인지, 경영진 책임인지 논란이 일텐데 이 부분을 명확하게 한다는 것"이라며 "국회 제출한 개정안에도 소비자 보호와 관련 CEO가 최종 책임지는 내용을 넣었다"고 덧붙였다.

불완전 판매가 확인될 경우 금융회사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도입하고, 적합성·적정성 원칙 위반시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손해배상소송시 고의·과실 책임은 판매업자로 전환하고, 청약절회권, 금융위의 판매금지명령권 근거 등도 신설된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개선 종합방안을 토대로 약 2주간 각 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방안을 확정하고, 차질없이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번 방안과 별도로 라임 환매 연기 등 사모펀드 관련 실태점검을 거쳐 점검 결과에 따라 필요한 제도 보완방안을 검토해 추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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