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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를 거부한다"…청소년 6인, 이유있는 저항(종합)

등록 2019.11.14 16: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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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학부모·교직원 등 단체 대입제도 토론회

"공직자 자녀 입시문제…대학 가야하는 풍조 탓"

"교육제도 개편 자체 대학 진학 전제로 논의 돼"

투명가방끈, 청소년·청년 2019 대입거부선언도

【서울=뉴시스】정성원 수습기자 = 시민단체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2019 대학입시거부선언을 발표했다. 2019.11.14

【서울=뉴시스】정성원 수습기자 = 시민단체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2019 대학입시거부선언을 발표했다. 2019.11.14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정성원 수습기자 = 전국에서 54만8734명의 수험생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한창인 14일 오후 청소년과 학부모, 교사 등 단체가 모여 대입제도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되짚었다.

시민단체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투명가방끈)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일하는청소년연대 등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 모여 공정한 입시제도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투명가방끈의 성윤서씨는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을 둘러싼 입시 논란 등을 들어 "매년 공직자 자녀의 입시 문제가 나오는 데에는 빚을 내서라도 대학에 가야만 하는 풍조가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납득할 만한 공정 경쟁은 없고 학력주의가 만연하다"며 "수능을 보는 오늘까지 잠을 줄이고 밥을 안 먹어가며 공부한 학생들이 많을 텐데, (이 학생들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삶을 위해 교육이 바뀌어야 할 필요성을 얘기하고 방안을 모색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일하는청소년연대의 이상혁씨는 "수시, 정시의 문제가 아니라 입시지옥인 현 상황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교육제도 개편 자체가 의무적으로 대학에 가야 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시제도 프레임에서 벗어나 입시를 아예 타파해야 한다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대학을 안 가는 것이 누구나 선택 가능한 선택지라는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경쟁하게 하는 상대평가, 입시 위주의 교육이 아닌 노동, 정치, 시민교육 등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토론회에 앞서 투명가방끈은 같은 장소에서 "당당한 세상을 바란다"며 2019 대학입시거부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의 포문을 연 박경석(19)군은 "대학을 거부한 것은 짧은 시간 동안 배우고 살아온대로 실천하면서 살기 위함"이라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우리를 경쟁으로 몰아넣고, 낭떠러지로 떠미는 주범이 바로 대학이었다"고 했다.

박군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다. 친구들이 수능 시험지를 들여다보며 씨름하고 있을 시간, 박군은 영상으로 대입거부선언에 동참했다. 가족의 반대가 거세 현장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스스로의 깨달음을 저버리고 대학에 간다면 그동안 제가 했던 말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차마 대학에 갈 수 없다"며 "대학에 간 친구들을 한없이 부러워하며 선택을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입시경쟁이 사라져 대학에 갈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며 세상과 싸우겠다"고 했다.

투명가방끈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수능일마다 대학입시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단체는 "대학에 가지 않는 사람도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는 세상, 경쟁이 아닌 교육권을 보장하는 평등한 교육을 바란다"고 밝혔다.

올해는 고등학교 3학년 19살 수험생 뿐 아니라 수능을 앞둔 17~18세, 수능 볼 시기를 넘긴 20대 청년들도 선언에 동참했다.

20대 '왹비'씨는 "작년까지 '4수'를 했다"며 "매번 좋은 대학에 가는것에 실패하고 조울증에 걸렸다. 정상적인 삶을 살아보자고 시작한 수험생활 내내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는 비정상적인 삶을 살았다. 시험일이 다가올수록 숨이 막혔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를 괴롭히는 것의 원인이 내 노력 부족이었고, 노력만 하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는 천진난만한 믿음이 필요해 매달렸다"며 "수능 만점을 받는 게 성공의 징표이자 생존 방식이었지만 4번의 시험 동안 한 번도 만점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입시하는 동안 대입은 성공이라는 환상 속에 있었다"며 "왜 명문대에 가지 못한 사람,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은 낙오자가 되는지 이것이 부당하다고 소리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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