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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서 '성폭행 혐의' 폴란스키 보이콧 움직임…"佛 성의식 달라져"

등록 2019.11.15 18: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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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나는 고발한다' 상영금지 시위

프랑스서 '성폭행 혐의' 폴란스키 보이콧 움직임…"佛 성의식 달라져"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프랑스에서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세계적인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미투(MeToo)' 시대에 프랑스의 성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5일(현지시간)파이낸셜타임스는 프랑스의 한 사진작가가 10대때 폴란스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프랑스 사회와 문화계에서 폴란스키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란드 출신인 폴란스키는 197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3세 미성년과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인정했지만 수감되기 전 유럽을 도피해 40년 넘게 미국에 한발짝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FT는 최근 파리에서 열린 폴란스키의 신작 '나는 고발한다'의 시사회 때 극장 앞에서 상영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일부 포스터에는 '나는 고발한다' 제목을 지우고 스프레이로 '나는 폭행한다'란 낙서가 적혀 있기도 했다.  

영화는 1894년 유대계 프랑스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독일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투옥된 유명한 '드레퓌스'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FT는 시사회장 밖에서 벌어진 시위는 영화 때문이 아니라 폴란스키 감독 자신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성문제에 비교적 관대한 편이었던 프랑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번 움직임은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영화배우 아델 에넬이 15세때 영화감독 크리스토프 뤼지아로부터 성추행 당했다고 최근 폭로한 것도 폴란스키에 대한 반감을 더욱 부채질했다.

폴란스키를 둘러싼 논란은 사진작가 발랑틴 모니에가 지난 8일 르 파리지엥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18살때인 1975년 스위스에 있는 폴란스키의 별장에서 '폭력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1975년은 폴란스키가 로스앤젤레스에서 미성년자 성관계 사건을 일으키기 2년 전이다.

모니에는 40년이 넘은 사건을 뒤늦게 폭로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에 대해 폴란스키의 "엄청난 위선에 신물이 낫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작 영화를 통해 폴란스키가 마치 자신을 드레퓌스처럼 억울하게 모함을 받은 사람인양 비유하는데 화가 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폴란스키는 일체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정부 관리인 시베트 디아예는 14일 파리에서 열린 앵글로아메리칸언론협회에서 "프랑스에서 남성과 여성의 불균형한 관계, 특히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며, 자신은 폴란스키의 새 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 성폭력 근절 단체의 대표인 오마이라 셀리에도 "프랑스에 강간의 문화가 있다"며 "많은 프랑스인들은 여성 또는 자신의 아내들이 성폭행 당하고 살해 당하는데 지쳐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프랑크 리스터 문화부 장관은 "예술작품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해도 창작자의 잘못을 변명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폴란스키에 대한 논란의 확산되자 '나는 고발한다'에 출연한 배우들이 홍보 인터뷰를 줄줄이 취소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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