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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누가 내 마음을 상하게 했나…'따귀 맞은 영혼'

등록 2019.11.18 11:5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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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누가 내 마음을 상하게 했나…'따귀 맞은 영혼'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만일 지금 당신이 이 기사를 클릭했다가 읽지 않은 채 바로 '닫기' 버튼을 누른다거나 곧바로 다른 기사를 본다면, 또 그 모습을 작성자인 기자가 옆에서 보았다면 기자는 마음이 상할 수 있다. 끝까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거나, 읽히지 않을 만큼 재미가 없다는 것에 상심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는 이후에 혼자만의 고뇌에 빠질 수도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랬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라는 성찰과 함께 자기비판 속에서 허우적댈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마음의 상처로 인한 화를 못 이기며 당신을 마구 깎아내릴 수도 있겠다. 당신은 언론 바닥에 대해 혹은 '기사'라는 것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은 기사를 계속 읽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심리치료 권위자라 불리는 배르벨 바르데츠키 교수는 대부분의 심리적 문제들이 과거의 해결되지 않는 욕구나 감정 또는 상처받은 경험과 연관돼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치료법을 게슈탈트 심리 치료라고 한다. 게슈탈트는 우리의 욕구나 감정 또는 전형적인 행동 방식을 지칭하는데, 상처받은 이들이 언제 어떤 사례로 상처 받았는지 파악해 심리적 문제를 치료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배르벨 바르데츠키 교수는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회사에서 왜 나만 상처받는가', '너에게 닿기를 소망한다', '나는 괜찮지 않다', '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마라' 등의 도서로 국내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게슈탈트 심리 치료법에 기반을 둔 내용이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그가 게슈탈트 치료라는 개념을 소개한 책은 2002년 출간한 '따귀 맞은 영혼'이다. 이 개념을 가장 잘 설명한 책으로 꼽힌다.

배르벨 바르데츠키 교수는 자신이 직접 진행한 여러 상담 사례들을 토대로 게슈탈트 치료 기법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상처가 어디에서 발생했고 어떻게 대처하는지, 또 어떻게 대처할 지에 대해 정리해놓았다.

이 교수가 가장 먼저 꺼내드는 개념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 부분 즉 '마음 상함'이라는 개념이다. 이를 '마음을 다치는 것은 마음에 따귀를 맞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서두에 언급한 내용이 실현된다면 그것이 바로 기자의 '마음상함'이라고 할 수 있다.

교수는 상처를 알아야 상처가 없앨 수 있다고 말한다. 몸이 아프거나 다칠 때를 대비해 복용약이나 연고, 밴드 등을 준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마음을 다쳤을 때에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상비약으로 자존감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자존감은 자신 내부의 성숙된 사고와 가치에 의해 얻어지는 것을 말하는데, 대다수 사람들은 타인의 외적인 인정이나 칭찬으로부터 형성한다.

누구나 실수나 잘못을 하는데도 자신이 실수나 잘못을 하면 남들의 시선부터 의식하게 된다. 정작 남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데 말이다.

다시 한 번 서두에 언급한 기자가 독자로부터 상처 받는 상황을 짚어보면, 독자 중 어느 누구도 기자에게 직접적으로 상처를 주지 않았다. 그냥 자신이 생각한 기사가 아니어서 '닫기' 버튼을 눌렀을 수 있고, 차마 다 읽지 못한 상태에서 급한 업무가 생겼을 수도 있다. 결국 기자는 과거 자신이 마음상함을 겪었던 상황, 기억 등에 얽매여 스스로 상처의 포인트를 찾고, 상처받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배르벨 바르데츠키 교수는 개개인이 자존감을 높이고 상처 입은 과거의 기억을 극복하면 앞으로도 받을 수 있는 마음의 상처까지 스스로 책임지고 이겨나갈 수 있다고 밝힌다. 자신 뿐 아니라 주변인들과의 관계 개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도.

'따귀 맞은 영혼'은 가수 겸 배우 고(故) 설리(25·최진리)가 지인으로부터 추천 받았다며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개했던 책이다.  jtbc '악플의 밤'에 출연해서도 이 책 속 '마음상함'이라는 개념을 전한 바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마음이 상한 이후를 다섯 단계로 구분한다. 세부적으로 ▲남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아서 마음을 다침 ▲마음을 다친 상처가 고통·수치심·절망·불안을 낳음 ▲상처·고통·수치심·절망·불안을 거부함 ▲분노·경멸·무력감·실망·오기를 경험 ▲복수·폭력·관계의 단절·자살 등의 반응이 나타남 등이다.

지난 16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설리의 사례를 다뤘다. 생전 설리를 향해 악플을 달았던 이들을 찾아가 당시 악플을 달게 된 이유 등을 물었다.

하지만 익명 뒤에 숨었던 그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악플을 단 사실을 부인했다. 심지어 악플을 달았던 것을 기억하면서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거나 아무 생각 없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따귀 맞은 영혼'을 읽은 뒤 보니 달라보인다. 설리 본인도, 그가 연예인이란 이유로 무분별·무차별적 공세를 퍼부었던 익명의 존재들도, 모두 마음에 따귀를 맞은 상처 입은 영혼으로 느껴진다.

마음 상함을 겪은 사람, 마음 상함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선사한 사람 모두,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법이 이책에 담겼다. 장현숙 옮김, 303쪽, 1만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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